나는 한번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무언가 결론을 얻을 때까지 같은 자세로 생각에 빠진다. 보통은 생각 자체를 잘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삶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고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좋은 방법이 없을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가만히 누워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러나 딱히 삶이 바뀌진 않는 걸 보면 내가 하는 생각이란 현실을 바꿀 만큼의 힘을 가지진 않은 것 같다.
2014년에 빠져든 생각은 바로 VR (Virtual reality)에 대한 것이다. 신경망에 직접 접속하는 형태가 아닌 바에야 어찌 되었든 오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시각을 어떻게 구현하느냐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근거리에 초점을 맞추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VR을 만드는 회사들은 두꺼운 렌즈를 대서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하지만 이것이 증강현실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인데 인간의 눈이란 원거리와 근거리에 동시에 초점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안경에 비춰진 상과 물체를 동시에 보는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생각해 보았으나 이에 대해서는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 안경에 맺히는 상에 적당한 blurring을 가하면 원거리를 바라보는 눈의 상태에서 상이 또렷하게 보이는 상태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고, 혹은 아예 초고화질의 카메라와 초고화질의 화면을 가진 안경을 착용하면 초점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엄청난 기술적 진보가 있어야 망막의 해상도에 가깝게 또한 time delay없이 시각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 이것도 현 시점에서는 요원한 방법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이후 대략 1년 반 정도가 흘렀고, 다시 생각한 주제는 마찬가지로 VR에 대한 것이었는데, 눈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장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neutral position을 읽어내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눈이 움직인 정도와 실제로 망막의 중심이 움직인 정도를 읽어낼 수 있어야 증강현실이나 아니면 게임 컨트롤러로서 눈을 사용하더라도 이러한 것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로 하면 eye tracking일텐데 구글을 검색하니 해당 주제에 대하여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해온 기업이 있었다. SMI라는 기업인데 벌써 삼성이랑 기술 제휴도 한 모양이고 개인기업이라 주식을 살 수도 없다. 적외선을 이용해서 망막에 반사된 빛을 분석하고 동공의 모양과 움직임을 가시광선 영역에서 읽어내는 것 같은데 구체적인 방법과 성능은 모르겠으나 어쨌든 안경 형태의 제품도 나와 있었다.
성과가 없어 좀 더 생각에 나섰다. 현재 스마트폰의 발달에 있어서 가장 더딘 부분은 역시 배터리가 아닐까. CPU와 메모리는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는데 배터리는 그렇지 못하다. 하루 정도 밖에 있으려면 보조 배터리가 있어야 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오큘러스 같은 장치를 사용하려면 눈에 근접한 영상이기 때문에 고화질의 영상이 곧 보편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외장 메모리도 필요할 것 같다. 외장 배터리와 외장 메모리를 하나로 뭉쳐서 스마트폰의 단자로 한번에 꽂을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현 시점은 물론이고 배터리와 메모리의 성능이 현재보다 월등히 강화되기 전까지는 효용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구글을 검색했는데, 역시 나는 항상 조금 느리다. 이미 ㈜ 이코아 라는 회사가 배터리와 메모리를 결합한 조잡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한 적이 있다. 배터리와 메모리 모두 저용량이어서 시장의 반응을 얻진 못한 것 같은데, 5000~10000mAph 정도에 60~100Gb 정도를 묶은 제품이 있다면 꽤나 인기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컴퓨터에 꽂아서 충전하면서 필요하면 자료나 영상을 옮기고 외장하드처럼 쓸 수도 있고 배터리처럼 쓸 수도 있고 이왕이면 App도 만들어서 파일 관리자가 떠서 바로 내용물을 실행할 수도 있고 배터리의 남은 전원도 확인할 수 있게 했으면 좋을 것 같아 회사에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특허를 팔았든지 혹은 회사가 망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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