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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4/18 02:59:31 |
Name |
sylent |
Subject |
가볍게, 적당히, 즐겁게. |
필요 이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단어, 호불호. 그냥 “나는 개인리그가 좋아”나 “프로리그가 더 재밌어”라고 말하면 끝날 일 아니냐고? 이곳은 피지알이다. ‘피지알’은 훈련이 아닌 실전을 의미한다. 소녀시대보다 원더걸스를 좋아할 때도 그럴싸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태클’ 러시에 발목이 으스러질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 글쎄. 말리고 싶다. 나는 그 각오를 했으니까 몇 줄 싸지르겠다.
“개인리그가 낫냐, 팀단위리그가 낫냐”, 그리고 “프로리그가 낫냐, 위너스리그가 낫냐”는 질문에 논리적인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 내가 술 한 잔 쏘겠다. 사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내가 개인리그를 좋아하는 이유 혹은 팀단위리그를 좋아하는 이유, 내가 프로리그를 좋아하는 이유 혹은 위너스리그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논리적인 척 하며 글을 써내려갈 뿐이다. 개인리그가 좋은 누군가는 “개인리그를 통해 탄생한 스타가 팀단위리그를 통해 소모된다”고 말하고, 그 반대편에서는 “스타판의 파이”를 강조하며 팀단위리그를 엄호한다. “신인의 출전 기회 보장”은 프로리그의 손을 들어주고, “진정한 강자”는 위너스리그를 통해 탄생되는 것만 같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당연하다. 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제동과 이영호 중 누가 더 쎈 놈인지 궁금한 사람, 잘하는 선수 칭찬하는 사람, 못하는 선수 욕하는 사람, 내일 약속된 술내기 한 판에서 써먹을 전략을 배우고 싶은 사람, 잘생긴 선수를 보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 가끔 화면에 잡히는 엘프 관중에 열광하는 사람, 맵 하나 잘 뽑아서 뽐내고 싶은 사람, 스타리그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사람, 전용준의 속사포 중계를 보며 방송인을 꿈꾸는 사람, 박성준이 살빼서 조인성 되는 걸 확인하고 싶은 사람, 스타크래프트를 능가하는 RTS 개발을 위해 컵라면을 들이키고 있는 사람, 임요환의 재기를 계기로 용기를 얻고 싶은 사람, 오늘 있었던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 홍진호가 우승하는 그날을 기다리는 사람 ... 누군가는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에게 간식을 선물하고, 누군가는 치어풀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현수막을 만들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팬클럽을 조직하고, 누군가는 경기장에서 소리를 지르고, 그러지 못하는 누군가는 TV를 보며 응원하고, 누군가는 응원하는 선수의 승리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패배에 슬픔의 울먹임을 삼키고, 누군가는 글을 쓰고, 누군가는 그 글을 읽고, 누군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피지알에서, 스갤에서, 포모스에서, 파이터포럼에서, 그리고 수많은 팬까페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른 이유로 스타리그를 보고, 각자 다른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기에 모두가 합의 할 수 있는 명제 따위는 없다.
가볍게 하자. 적당히 하자. 즐겁게 하자. 이 악물고 논쟁해야 할 꺼리가 차고 넘치는 세상 아닌가.
p.s 예상되는 리플
1. 일기는 일기장에
2. 게임 게시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 저만의 생각인가요
3. 그래도 안생겨요
4. zhRkwlak
5. 예지력 + 1
6. 좋은 뻘글이다
7. 자음허용좀 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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