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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1/16 04:53:33
Name 피터피터
Subject 전투의 지휘자에서.. 전쟁의 지휘자로..
마재윤과 김택용의 경기를 꽤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항상 김택용의 경기력에 감탄을 했습니다. 그의 경기에는 항상 전투 이상의 무엇이 있었기에 다른 경기에서는 찾을볼 수 없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스타를 보면 때론 전투의 결과가 바로 승패의 결과로 이어지는 경기들이 있습니다. 저저전, 프프전이 그런 경기들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볼수 있을겁니다.

한번의 전투로 바로 경기의 승패가 결정지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운영보다는 솔직히 전투를 만들어가는 시나리오와 전장선택 그리고 교전 컨트롤이 승부의 핵심입니다. 물론 이런 경기들이 스릴이 있고 스피드감도 있고 또 나름 화려한 느낌도 가지지만, 이런 경기들은 왠만해서는 큰 감동을 주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무언가 스토리가 없는 밋밋함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플저전은 전투만으로 모든것이 판가름되는 종족전이 아닙니다. 플저전은 전투보다는 전쟁을 이해하는 사람이 더 좋은 게임을 보여줄 수 있는 종족전입니다. 그렇기에 전투가 발생하는 전장의 이해도와 상대 종족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공수전환의 타이밍을 얼마만큼 잘 캐치해내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승부의 포인트가 됩니다.

플토가 가지는 절대적인 화력과 저그가 가지는 절대적인 기동력... 이 두가지 특성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상대를 얼마만큼 잘 요리할 수 있느냐가 결정되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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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용은 플토 중에서도 특이한 특성을 가진 플토입니다. 일반적으로 플토들이 한번의 큰 전투를 염두에 두고 그 대전에서 승리함으로서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가고 그것으로 승리를 굳혀가는 패턴을 선호하는 반면, 김택용은 한 번의 큰 전투보다는 작은 전투와 전투를 조립하여 전체적으로 큰 전쟁에서 이겨나가는 시나리오를 그려갑니다. 즉 땅따먹기라는 개념을 플토중에서는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게이머가 김택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하기에 그는 견제라는 소규모 전투를 좋아하고, 상대가 큰 힘으로 부딪혀 올때에 지형과 테크를 이용하여 그 힘을 흘려내고, 그 전투가 벌어지는 시간을 이용하여 자신의 기반을 굳혀가는 전략가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혁명가라는 그의 닉네임은 천천히 게릴라를 통해서 자기보다 강한 정규군을 혼란시키고 내분을 일으켜서 자기기반을 넓혀가는 그의 병력운영과 너무나 딱 맞아 떨어지는 훌륭한 별칭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혁명가를 마재윤이라는 마에스트로는 너무 전투로만 이겨낼려고 그동안 발버둥 쳐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한번의 대규모 전투를 벌여서 그 전투에서 혁명가의 군대를 몰살시키고 전쟁에서 이겨버리겠다는 계산이 항상 마재윤이 김택용을 상대하는 큰 밑그림이었습니다. 전투에서의 승리가 곧 전쟁에서의 승리다. 하지만, 그런 개념으로는 마재윤이 김택용을 잡기가 상당히 힘이 듭니다. 마재윤과 김택용의 피지컬을 고려한다면 그런식의 전투 지향적인 전쟁방식은 오히려 김택용에게 득이 되면 득이 되었지, 마재윤선수에게 득이 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반드시 모든 전투를 이겨야 하느냐? 플저전에 있어서는 반드시 그런것은 아닙니다. 한번의 전투는 화력이 강한쪽이 이길수 있지만, 전쟁 자체는 전략과 지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쪽이 이길 가망성이 큰 것이 플저전입니다.

항상 마재윤과 김택용의 경기를 보면서 마재윤에게 느껴던 안타까움은 그가 너무 전투 그 자체에만 목을 매어 김택용이 그려나가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김택용이 의도한 대로 김택용을 위한 전쟁을 펼쳐나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는 김택용을 주연으로 만들기 위한 철저한 조연이었죠. 마재윤과 김택용의 차이는 마재윤은 자신의 군대를 지휘하여 전투를 이끌어가는 장군이었다면, 김택용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병력과 수송, 보급을 모두 아울러서 지휘하는 일국의 수장이었습니다. 마재윤에게 건곤일척의 전투 자체가 모든 것이었다면 김택용은 전투보다는 전쟁이 흘러가는 방향을 읽어내고 흐름을 자기쪽으로 끌어오는 데에 재능이 있었습니다.

전투의 마에스트로와 반란을 도모하며 전쟁을 설계해가는 혁명가의 대결... 그들은 개념적으로 같은 레벨이 아니라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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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적어도 오늘 경기에서는 마재윤과 김택용은 둘 다 전쟁을 지휘하는 지도자의 위치에서 경기를 펼쳐나간 것 같습니다.

마재윤은 한번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어 경기를 이길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김택용과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땅따먹기 싸움을 벌였습니다. 언제나 김택용이 원하는대로 전투를 벌이고 헛점을 보이던 마재윤이 오늘 경기에서는 철저하게 전투와 전쟁의 개념을 분리해서 작은 이득들을 모아서 최종적인 승리를 가져가는 하나의 패턴을 완성하였습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그것에 맞쳐가는 플레이를 하는 김택용을 두고 마재윤은 이제 상대에게 계속해서 역정보를 주는 공작을 펼쳐갑니다. 김택용이 질럿하나로 마재윤의 심리를 떠보자 마자, 마에스트로는 바로 저글링 러쉬로 상대의 심리적 헛점을 응징합니다. 그러면서 올인은 극도로 자제합니다. 즉 한번의 전투로 전쟁을 이기겠다는 욕심을 다잡아가는 마재윤의 심리가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테크를 무리하게 올리는 것을 자제하면서 병력을 꾸준히 생산하고, 자신의 멀티를 늘려가면서 상대의 멀티는 늦추어가는 지루한 땅따먹기... 저그의 기동력을 제압하기 위해 플토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커세어 편대를 잡아내는 전술적 움직임. 그리고 저그에 비해 절대적인 화력을 가지는 플토의 대군을 정면으로 상대하기 보다는 드랍이라는 기동력을 이용해서 휘두르는 모습. 최종적으로 주력대 주력의 싸움 자체를 회피하면서 대규모 전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변수를 제어하고 플토의 후방을 교란하여 보급을 끊고 최종적으로 적진자체를 밀어버리는 앨리전법...

마재윤은 오늘 김택용을 상대로 전투에서 승리하지 않고도 전쟁을 이기는 방법을 보여주었습니다. 조합된 화력은 플토의 장점이고, 드랍과 저글링을 이용한 절대적인 기동력은 저그의 장점입니다. 화력이라는 장점을 가진 플토를 힘으로 찍어누르기 보다는 기동력을 이용하여 회피하면서 실질적인 실리를 챙겨갈 수 있다는  것이 저그가 플토를 상대로 가지는 자신감의 근원입니다.

단지 그동안은 김택용의 커세어가 너무 기민하게 저그의 기동력을 제어하면서, 플토의 장점인 화력대 화력의 전투로 몰아가는 시나리오에 마재윤이 너무 일방적으로 휘둘린 감이 있었지만 오늘 이 경기를 기점으로 마재윤은 이제 김택용과 보다 화려하고 고차원적인 저플전을 펼칠수 있는 하나의 장을 연 느낌입니다.

전투가 아닌 전쟁을 지휘하는 마에스트로 마재윤... 정말로 보고 싶었던 모습이었고 그것을 보게 되어 너무 즐거웠습니다.

오늘의 승리로 피지컬적인 약점을 보이는 마재윤이 완전히 부활하였다는 장담은 할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김택용을 상대로 이제는 더 이상 기존과 같은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지는 않을거라고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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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olver
09/01/16 11:16
수정 아이콘
전투와 전쟁의 개념만 이해했지만..
참 멋진 글이군요.
국제공무원
09/01/16 11:16
수정 아이콘
이글 좋은데요!
proletaria
09/01/16 12:40
수정 아이콘
원레 마에스트로란 별명이 붙은게 전체를 조종할줄 알아서 그런거 아니였나요..
근데 3.3이후에 갑자기 마재윤선수의 시야가 좁아지더군요.
그러다가 어제 중후반에 오버로드 한마리를 찔러서 플토 진영 정찰하는 장면에서
이판은 마재윤선수가 잡았구나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09/01/16 14:24
수정 아이콘
일단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자신감. 표정이 돌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재윤선수 본인이 말했듯 예전 방송경기력만 회복한다면 우승 문제없죠.
게으른 저글링
09/01/16 14:51
수정 아이콘
김택용선수 좋아하지만, 이번 경기로 마재윤선수가 완전히 부활했기를 바랍니다.
택용스칸
09/01/16 15:28
수정 아이콘
김택용 선수를 꺾고 올라간만큼.. MSL 최초 4회 우승 갑시다.
왠지 3-1 법칙에 의해서 이제동 선수가 3회 우승할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무한낙천
09/01/16 22:27
수정 아이콘
돌이켜보면 마재윤 선수가
상대의 모든 견제와 공격을 마치 상대방 모니터를 보고 하는 것처럼 다 막아내고 그러면서 확장..
그후, 거대한 중앙 전투 한방에 압도적인 물량으로 대승을 거두고 승리하는
뭐 그런 승리가 꽤 많았던 거 같습니다.
먼산바라기
09/01/16 23:38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만..
마에스트로라는 별호자체가 전투의 지휘자라기 보다는 전쟁의 지휘자라는 이미지였다고 생각합니다.
큰 규모의 전투한번 없이 물흐르듯이 승기를 자신에게 가져오는 악마같은 지휘자였죠. 3.3 이후로 자신감 상실과 비수류라는 벽을 만나 시야가 좁아진 탓에 불협화음을 연주했지만.

이제 자신감을 찾고 김택용마저 극복하면서 다시 예전처럼 전장을 지휘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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