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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10/21 14:08:23 |
Name |
S_Kun |
Subject |
이제동의 대 프로토스전 승리공식. 그리고... |
주의사항 =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팩션입니다. 게임 분석글 같아 보이지만, 결국은 뻘글입니다. 뭔 소린고 하니, 그냥 게임 하나 보고 감동받은 제가 멋대로 지어내서 적은 글인 겁니다. 그냥 제가 보기에 이랬다...는 거지, 제 게임 보는 눈은 허접하니 믿으시면 안된다는 겁니다.
즉, 이 글을 키운건 8할이 뻘소리니 너무 진지하게 읽지 마세요.=_=;;;
어제밤, 잠들기 전에 TV를 보니 프로리그 이제동vs신상호 경기의 재방송이 나오더군요.
사실, 평소에 프로리그를 열심히 보는 성격은 아닌데다... 어제는 약속이 있어서 프로리그를 못 봤었는데, 잠들기 전에 저 경기를 보고 엄청 놀랐습니다.
사실, 여태 신상호 선수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고, TV를 본것도 잠들기 전에 이제동이 어떻게 프로토스를 발라먹나 구경해보려고 본거였는데... (아, 참고로 저는 프로토스 팬입니다. =_=;;)
신상호 선수가 이제동 선수를 원사이드하게 밀어버리더군요.
그 경기 내내 신상호 선수가 준비를 참 잘해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뭐, 대 이제동전을 준비하는 프로토스라면 응당 저정도는 준비해야지! 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신상호 선수가 준비를 해온게... 이제동 선수의 승리공식을 다 읽고, 파악하고, 그걸 잡아먹을 수 있는 (이라기 보다는 트리키하게 움직여서 처음 상대해본 저그로서는 따라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빌드를 준비해왔더군요.
그게 참 인상깊었기에 이제동 선수의 대 프로토스전 승리공식과 신상호 선수의 플레이를 한번 되짚어보려고 (덤으로 며칠 전의 윤용태vs이제동전이 떠오르기도 해서) 이 글을 씁니다. (어젯밤 잠들기 전 한번 본 것만 가지고 머릿속에서 리플레이 시키며 쓰는 글이니 사실과는 다른 뻘글이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위의 주의사항 읽으셨죠? 우하하=_=;;;)
음, 아래 본문에서는 편의상 '선수'라는 호칭을 빼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프로토스, 저그를 닥치는대로 잡아먹는 이제동.
이제동의 저그전의 강력함은 타 저그선수를 압도하는 정도의 저그저그전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매크로와 컨트롤이라는 누구보다 뛰어난 기본기를 휘둘러서 타 저그를 압도해버립니다. 그 완벽한 이해는 마치 마본좌 전성기때 테란을 완벽히 이해했던 것에 버금가는 수준인데다 피지컬도 그 어떤 저그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저저전에서 이제동을 누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 프로토스전은 어떻게 승리할까요?
의외로, 이제동의 프로토스전은 프로토스를 이해해서 맞춰잡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승리공식대로 진행하며, 그 압도적인 피지컬과 상성상의 유리함으로 찍어누른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프로토스를 플레이하면서 프로토스를 이해했다기 보다는, 저그로 프로토스를 수없이 찔러대면서 프로토스의 약점을 알게 되었다는 느낌에 가깝죠. 그렇기 때문에 세종족 모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전성기의 마재윤에 비한다면, 부드럽고 화려한 플레이로 프로토스를 제압하기 보다는, 강렬한 힘으로 프로토스를 눌러버린다는 느낌이 강하죠.
아무튼 이제동 선수가 프로토스를 닥치는대로 밟아버리며 고승률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저그가 프로토스에 대해 상성상의 유리함을 가지고 있고, 이 상성상의 유리함을 바탕으로 한 이제동의 승리공식 자체가 매우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으며 (바꿔 말하자면, 이제동이 수없이 프로토스를 두들겨 대면서 알게 된 프로토스의 약점을 꿰뚫는 방식이 모인게 이 승리공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제동은 그 승리공식으로 그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피지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제동의 프로토스전 승리공식을 간단히 살펴볼까요? (뭐, 요새는 다들 이 공식을 따라하고 있는지라 이제동의 승리공식이라기 보다는, 저그의 승리공식에 가깝습니다만....)
이제동의 승리공식은 일단, 프로토스의 정찰을 막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이제동은 선스포닝을 선호하고, 발업 저글링으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프로브를 잡고, 그 이후에는 살짝 견제만 하면서 프로브 정찰을 차단하죠.
그 다음은? 아주 간단한 저그의 선다가 나옵니다.
네오사우론이라 불리는 다수 해처리 부자저그냐, 그게 아니면 투해처리 올인러시(히드라가 됐건, 뮤탈이 됐건...)냐.
기본적으로 네오사우론을 자주 사용하되, 투해처리 올인러시도 잊지 않고 간간히 넣어주기 때문에 이제동과 맞붙게 되는 프로토스로서는 참 난감한 상황에 빠집니다. 캐논을 짓자니 돈이 아깝고... 그렇다고 짓지 않지나 불안하고. 캐논을 짓지 않으면 네오사우론과 그나마 비등비등한 정도로 싸울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제동의 피지컬은 프로토스를 찍어누릅니다만.) 투해처리 올인러시에는 그야말로 손도 발도 못 내밀어보고 털리기 쉽고, 그렇다고 캐논을 지었을 때 이제동이 네오사우론을 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뛰어난 피지컬을 보유하고 있는 이제동을 이기기는 매우 힘들어 진다는 것... 뭐, 새삼스런 부연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프로토스 유저라면 이런 고민은 다들 조금씩 해보셨을 겁니다.
이건 애초에 정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기는 딜레마지요.
그래서 프로토스는 커세어를 갑니다. 커세어를 감으로서 일단 정찰이 가능하고, 빠른 뮤탈에 대해서도 조금이라도 방어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커세어를 가는건 최적화된 2해처리 히드라를 막는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만... 약간이라도 타이밍이 흐트러진 2해처리 히드라를 막는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동 선수는 그걸 노립니다.
네오 사우론으로 부유하게 시작하되, 커세어가 날아올 타이밍 즈음하여 스커지를 뽑아 커세어를 제거해주고 (혹은 묶어두고) 뮤탈을 일정수 뽑아서 프로토스에게 하이템플러 보유 타이밍을 늦춥니다. (하이템플러 저격을 하는 것도 있고, 아칸을 강제하는 의미도 띠고 있지요.) 사실, 하이템플러 보유 타이밍을 늦추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프로브를 잡는 데에 목숨을 걸지는 않습니다. 그냥 견제를 해주면서 프로토스의 병력 진출 타이밍만을 늦추면 되거든요.
그렇게 하이템플러 보유가 늦춰지는 토스는 진출을 할 수가 없습니다. 진출하면 기다리는 건 히드라 대부대니까요. 하이템플러 없이 질럿+아칸만 가지고 진출하는 건 자살행위지요.
그 이후에는? 뻔할 뻔자죠. 프로토스는 제 2멀티를 가져가기 위해 하이템플러를 어떻게든 갖춰서 진출하게 되고, 저그는 그 사이에 멀티를 하나쯤 더 가져가면서 히드라 대부대+럴커 소수를 모으고 하이브를 올리는거죠.
결국은 저그가 훨씬 앞선 상황에서 운영싸움이 시작되는거고, 대부분의 프로토스는 이 상황을 뒤집지 못하고 이제동 선수에게 항복을 선언하게 됩니다.
사실상 흐름이 뻔~히 고정되어 있는 승리공식임에도 불구하고, 이 공식 자체가 트렌드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토스가 이 틀을 부수고 밖으로 나가려고 해도 쉽게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신상호는 이 공식을 뻔히 알고, 부수기 위해 출전했습니다.
그럼, 그는 이 승리공식을 깨부수기 위해 무엇을 시도했을까요?
첫째로 정찰입니다.
이제동 선수가 저글링으로 압박하는 사이에 프로브를 빼서 옆쪽으로 돌려 숨겨뒀다가, 다시 정찰을 가서 제2멀티를 확인한 것. 이것이 게임을 '공식대로' 흘러가지 않게 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보입니다. 이렇게 제2멀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신상호 선수는 올리고 있던 스타게이트를 취소하고는, 바로 템플러 아카이브를 올렸죠. 왜냐면, '제2멀티가 있다 = >2해처리류 올인 빌드는 아니다 => 굳이 빠른 커세어를 올려 정찰 할 필요가 없다' 는 계산을 한 거거든요.
사실, 제 개인적으로는 이전 윤용태vs이제동 경기에서 윤용태 선수가 질럿3기와 프로브 1기를 동반해서 진출하는 모습이, 질럿 3기가 싸우면서 그 사이에 프로브를 빼서 정찰하려고 하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제가 잘못 본 것일수도 있지만요. 아무튼 저는 이제동 선수와의 경기를 하는 프로토스들은 초반 정찰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번 경기가 모든 프로토스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이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뭐, 프로브를 미리 한기 더 빼놓고, 한기로 정찰하다가 죽으면 다시 한기를 가지고 가서 정찰을 한다던가... 하는 방법도 떠올릴 수 있겠군요.
두번째로 빠른 아둔입니다.
뭐, 옵저빙과 해설에서 잘 알려 주었듯이, 스타게이트보다 아둔을 더 먼저 올렸습니다.
2해처리 히드라 올인 빌드면 스타게이트를 몇초 빨리 올려봐야 큰 의미 없고, 2해처리 뮤탈은 사실 커세어보다 캐논으로 막는거기도 하고, 커세어 약간 늦게 나온다고 막을 걸 못 막게 되지는 않으니... 란 마인드 같더군요. 어쩌면, 며칠 전 윤용태 선수와의 경기에서 2해처리 뮤탈을 했다가 실패했기 때문에, 또 시도하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해서 스타게이트를 늦춘걸지도 모르겠군요.
세번째로 빠른 아둔에 이은 빠른 다크템플러의 난입입니다.
이게 참 대단한게... 그 시점 신상호 선수의 병력은 질럿 3,4기에 드라군 1기가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그 타이밍에 어차피 저그도 저글링 몇기가 전부다...라는 걸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전 병력들을 과감하게(!) 던져주고는 2기의 다크템플러를 본진에 난입시켰죠. 그리고, 그로 인해 이제동 선수의 본진은 초토화가 되버리고, 신상호 선수의 승리로 게임이 기울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뒤, 본진에 뮤탈이 들어왔을때도 과감하게 러시를 가서 8시 멀티를 깨버리는 판단도 좋았고, 유리한 상황에서 빠른 드라군 충원을 통해 템플러 암살을 막아준 것도 좋은 판단이었다고 보이구요.
네, 신상호 선수는 이렇게 이제동 선수의 승리공식을 분석하고, 자기 나름대로 비틀어 버림으로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이 승리공식은 깨진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그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이 승리공식을 비틀어 버리기 위해 여러 선수들이 시도하리라 생각되지만, 그걸 성공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쉽게 깨어지지 않기 때문에 공식인 것이니까요. 이번 신상호 선수의 승리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다크템플러 난입은 앞으로 이제동 선수가 칼같이 대비하리라 예상되고, 아마 앞으로는 정찰을 막기 위해 더욱 더 신경을 쓰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렇게 공식을 비틀어 버림으로서 이제동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프로토스와 신상호 선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 그리고 프로브 정찰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것이 이번 경기의 가치가 아닐까 싶네요.
ps. 뻘 예언(?)을 하나 해보자면, 이제동 선수는 윤용태 선수와의 msl 2차전에서 네오사우론을 시행할 거라고 봅니다. 아마도 2해처리 올인류는 시도하지 않을 듯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요. 이히힛. (사실은 저도 반신반의 하고 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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