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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7/12 20:23:05 |
Name |
연아짱 |
Subject |
투신, 그 집념의 우승 |
반말체 양해바랍니다.
예전에 투신이 조지명식에서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결승 무대에 꼭 다시 한 번 서고 싶어요"
그래서 그 바람을 이루었을 때, 맘껏 즐겨보라는 응원글을 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행여 나의 설레발이 부작용을 일으킬까봐...
하지만 오늘 그는 나의 섣부른 우려가 무색하게
결승전 무대를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결승전 1경기의 5드론, 2경기의 드론 밀치기, 3경기의 저그 로망의 실현
박성준의 연습량도 엿보였고, 그의 토스에 대한 기량, 관록 모두 돋보였지만,
역시나 이 큰 무대를 제대로 즐기고 있었기에 저런 멋진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닐지...
박성준은...
주지하다시피
역대 본좌들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 위대한 선수이지만, 실력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한 선수이다.
한 손에 꼽힐만한 커리어와 멋진 스타일을 가지고 저그 역사에 길이 남을, 게임의 내외적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그의 외모탓인지, 그의 전성기가 포스 최강 최연성과 독재자 마재윤의 전성기 사이에 교묘히 끼인 탓인지
이상하게 주목도가 떨어졌다.
그리고 SKT로의 이적과 STX로의 이적 두차례를 거치면서 박성준은 다른 위대한 선수들보다도 더 강하게 잊혀져가는 느낌이었다.
그의 부활을 믿는 이는 없었으며, 그냥 공격일변도의 스타일리스트로 되새김질 당하기 일쑤였다.
아마 그도 힘들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자존심 강한 성격에, 팀에서 절대적인 존재였던 그가
다른 팀에서 적응하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커리어와 괴리되는 대접을 받는 것도
이제 실력면에서 무시 받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SKT로 이적하면서 MSL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부활의 기대를 품게 만들었던 그가
8강에서 충격의 셧아웃을 당한 후, 서서히 저물어가고
나름의 끈기는 보여주었지만, 결국에 극복하기 어려워보이는 한 끝이 모자라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잊혀지는 수순을 밟게 되고 있는 것
정말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무서운 신예들이 금새 치고 올라와 엄청난 성장과 놀라운 피지컬, 순발력을 보여주는 통에
하락세와 맞물려 그역시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입대, 그의 은퇴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에게 진짜 찬스가 돌아오리라 끝까지 믿었던 것일까?
그의 우승은...
집념의 승리이다.
저니맨이 되어 팀을 옮기고,
프로리그에서 모습을 잘 보이지 못하고,
커리어에 비해 응원의 목소리가 작다고 해도
그는 게임의 끈을 놓치 않고 끝까지 쥐고 있었다.
많은 불운과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자신의 팬을, 자기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한동안 반신반의했지만, 최후에 그는 자신을 믿었다.
그런 그였기에 이 큰 무대를 누구보다도 즐길 수 있지 않았을런지!
오늘 우승은 그런 그에게 주어진 작은 보답일 것이다.
투신아
아마,
사람들은 오늘 이순간은 살짜쿵 감동하면서도
곧 테란을 다전제에서 이기지 않은 우승은 인정할 수 없다느니
천운 중의 천운이라느니
별의별 말이 다 나올 것이다.
하지만 개의치말자
많은 사람들은 우승자를 존중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오는 천운을 제대로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그것을 움켜쥐는 실력을 갖춘 자만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너가
이제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려는 많은 선수들이 있는 아쉬워 하는 가운데
정상에서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다시금 멋지게 부활한 것에 대한 깊은 감동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너는 우리에게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주었고,
그만큼 우승의 기쁨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내가 요새 너의 팬하기 좀 힘들었는데,
내가 포기하기 전에 다시 멋지게 우승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열심히, 멋지게 즐기면서 하렴!
난 그저 네가 플레이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우승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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