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가 워낙 늦기도 하고, 경기들도 전반적으로 심심했던지라 그냥 간단간단히 적어봅니다.
본문에서는 편의상 경어를 생략하니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
A조 2경기. 염보성 vs 도재욱 @ 트로이 / 상대전적 1:0 염보성 우세
트로이에서 펼쳐지는 프로리그 본좌 염보성과 물량 쩌는 토스계의 신성 도재욱의 대결! .. 로 2회차 매치업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으나 경기 내용은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도재욱은 배째라 노게이트 더블넥. 염보성은 서플 짓고 앞마당에 10-10 투배럭. 트로이의 본진간 거리는 상당히 가까운 편인지라 다른 맵으로 치면 전진 투배럭 수준의 압박이었다. 극단적인 빌드간 상성만으로도 모자라 도재욱의 프로브는 빈 집 두 곳을 모두 돌고 나서 마지막으로 테란 진영을 정찰했으니.. 이건 뭐. 여기까지만 봐도 경기는 바로 끝난 것 아닌가요.
경기 후 염보성이 인터뷰에서 말하기를 "내 전략은 프로토스가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면 섬을 만들어버리는 당연한 이론이다. 나는 프로토스가 당연히 그렇게 준비할 줄 알았는데 두 팀 선수들이 맵을 이해하는 개념이 다른 것 같다." 라고. 경기에서 패한 선수의 변은 들을 길이 없으니 도재욱이 어떤 생각으로 째는 더블넥 빌드를 선택한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염보성의 이 말은 꽤나 설득력이 있다. 결국 맵 이해의 차이가 극단적인 승패를 불러왔다는 소리니까. 덕분에 다음 트로이 테플전이 더 궁금해진다. 과연 어떤 양상으로 경기가 흘러가려나?
B조 2경기. 송병구 vs 안기효 @ 카트리나 / 상대전적 3:1 송병구 우세
안기효는 스타리그 16강만 올라오면 반쯤 멍.. 해지는 것 같다. 반드시 성적을 내야겠다는 입기효의 압박감 탓인가. 지난 OSL에서도 OME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경기력으로 16강 전패 광속 탈락 도장을 찍더니, 본 경기에서도 무리한 수준을 넘어서 말 그대로 '무모한' 러시를 감행한 안기효의 속내를 쉽사리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상황이 불리해도 그렇지. 계란으로 바위치기도 아니고. 이런 경기가 이어질 수록 입기효의 이미지는 굳어갈 뿐입니다.
송병구는 그냥 무난하게 해서 무난하게 이겼음. 들어오는 찌르기 적당히 커트하다 보니 상대가 자멸한 꼴이니. 같이 중계 보던 사람이 경기 끝난 다음에 잡아주는 송병구 표정을 보고는 "아직도 잠이 덜 깬 것 같다"고 한 마디 하더이다. 허허. -_-;;
C조 2경기. 박찬수 vs 박성준 @ 악령의 숲 / 상대전적 1:0 박찬수 우세
박성준은 뒷마당을 가져가는 무난한 투햇. 박찬수는 원햇 9풀 6 저글링 최적화 빌드로 초반 맹공을 가한다. 박찬수 저글링이 도착할 즈음에는 박성준도 동일한 수의 저글링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진형과 컨트롤에서 밀리며 상대 저글링 두 마리만 잡고 전멸. 후속 저글링과 합세한 박찬수의 병력에 시간도 뺐기고 드론도 조금 잡히면서 피해를 본다.
원햇에 아무 피해도 없었던 박찬수는 스파이어가 박성준보다 빨라도 한참 빨랐고, 박성준은 안되겠다 싶었는지 그간 모아둔 저글링으로 공격을 가서 상대 뮤탈의 공격을 조금이나마 늦추며 스커지와 뮤탈을 생산한다. 이 전략은 그럭저럭 성과를 거두어, 오버로드를 두어기 잡힌 것을 제외하고 상대 뮤탈에게 거의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
어느 쪽도 제공권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찬수는 원해쳐리, 박성준은 투 해쳐리. 꾸준히 공중 유닛을 모아나간다면 자연스럽게 박성준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성준은 본진과 확장에 스포어를 심으며 스커지 단독으로 상대 뮤탈을 견제하는 플레이를 선택하며 역전의 빌미를 제공. 박찬수는 보란듯이 빼어난 뮤탈컨으로 별 피해없이 상대 스커지를 잡아내고, 중간중간 적절하게 저글링을 찍어주는 라바 활용의 묘를 선보이며 무난하게 박성준을 제압한다.
개인적으로 박성준의 열혈 팬인지라 가슴을 졸이면서 봤는데 완전히 배신당한 기분이다. 적절한 운영으로 불리한 경기를 뒤집는가 싶었더니 거기서 그런 터무니 없는 선택을 하다니. 요즘 잘 나가는 프로게이머들 중에서 단독 스컬지 운영에 뭉쳐놓은 뮤탈을 잃어주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상황을 낙관한 건지, 상대의 뮤컨을 얕본 건지, 그저 한숨만 나올 따름.
여튼 김택용과 서지훈이라는, 지금의 박성준이 상대하기에는 빡실 것이 분명한 선수들과의 대결에 앞서 1패를 안았다는 것은 크다. 그것도 잡을 수 있었던 경기를 놓쳤으니 데미지는 두 배. 부디 남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김택용과 동반 8강 진출하기를 바란다.
D조 2경기. 박영민 vs 손찬웅 @ 블루스톰 / 상대전적 없음
무난한 토토전. 셔틀 하템으로 박영민 확장의 프로브를 왕창 잡아낸 시점부터 손찬웅이 작지만 꾸준하게 득점을 올리면서 조금씩 경기를 자기 쪽으로 끌어왔다. 하지만 박영민의 저력은 무시무시. 대규모 센터 한타 싸움에서 손찬웅의 병력을 시원하게 밀어내며 한 방에 승리를 거두었다. 권투로 치면 잽이나 잔 스트레이트 좀 얻어맞다가 묵직한 주먹 한 방으로 상대를 때려눕힌 셈이겠지.
내 기억 속의 박영민은, 뭐랄까, 오랜 경력이나 실력에 비해 이룬 것이 그리 많지 않은, 미완의 대기 같은 인상을 주는 선수였는데, 요새 그동안 묵혀둔 포스를 뿜어낼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이 날 경기도 그렇고, 지난 주말에 있었던 MBCgame HERO와의 프로리그 플옵에서 고석현을 잡아내는 그 가공할 파워는 완전 후덜덜. 이번 OSL에서 뭔가 일을 저지를 모양이다. 조 편성도 다른 조에 비해 가장 편한 축에 속하니 이대로만 간다면 8강 진출은 그냥 무난하지 않을까.
손찬웅은 유리한 순간에 머뭇머뭇 거리다 그대로 K.O.패를 당했다. 소질은 있지만 아직은 수련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어느 종족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프로토스는 끝낼 수 있을 때 확실히 끝내야 한다. 오늘의 패배를 좋은 경험으로 삼아 보다 과감하고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같은 팀에 오영종이라는 걸출한 토스 유저도 있으니 공부 열심히 하길.
----
보너스로 3회차 승자 예상 한 번 해봅니다.
A조 3경기. 염보성 vs 이제동 @ 카트리나 / 상대전적 3:3
B조 3경기. 안기효 vs 이영호 @ 악령의 숲 / 상대전적 2:2
C조 3경기. 김택용 vs 박성준 @ 블루스톰 / 상대전적 1:0 박성준 우세
D조 3경기. 손찬웅 vs 박명수 @ 트로이 / 상대전적 3:3
전 염보성 - 이영호 - 박성준 - 박명수 순으로 예측을. 근데 오늘 경기는 정말 다 긴가민가하네요. 하하;
※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포모스(
http://fomos.kr)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