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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12/05 11:42:36 |
Name |
hyoni |
Subject |
시를 위한 詩 |
제목이 조금 생뚱맞네요. 마침 이곡을 듣던 참에 글을 써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거운 글쓰기 버튼, 큰맘 먹고 눌러 보려고 합니다.
글들만 읽고 쏙 빠져 나가는 주제에 많은 분들께서 제 글을 읽어 주시길 바라는 것은 너무 이기적일까요.
지난 5년 동안 이곳은 제 메일확인 페이지보다 더 자주 들르는 곳이었습니다. 사이트가 여러 번의 부침을 겪는 일도 보았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시절도 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근래의 게시판 분위기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할 말을 늘어놓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어떻게는 결론이 날 수도, 어느 한쪽이 포기할수도, 아니면 시간이 해결해줄 수도 있겠죠. 사실 우리들이 이곳에서 느끼고 있는 문제는 사실 조금만 비껴서 생각해보면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전 글에 리플이 100개 달리는 것 보다는 이웃의 누군가가 연료비가 없어 추운 겨울을 걱정하는 상황이 더 피부로 느껴지는 일일 테니까요. 저에겐 그렇습니다. 게시판에서 몇시간씩 댓글로 논쟁을 할 여력보다는 생활이 중요한 문제이지요.
누군가 취미를 물어보면 게임을 보는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생활의 즐거움을 위해서 게임을 봅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이곳에 옵니다. 내가 이렇게 본 경기를 다른 이들은 어떻게 봤을까, 내가 오늘 주목한 이 신인을 또한 눈여겨본 이가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글을 클릭합니다. 경기에 대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글들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옵니다. 하지만 요즘은 경기에 대한 글, 선수에 대한 글은 묻히기 쉽상입니다. 저부터도 댓글이 많으면 무슨일이지?하며 글을 읽다가 씁쓸한 마음에 페이지를 닫고 맙니다. 사실 저는 그 글들과 댓글이 원망스럽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즐거움을 얻고 싶으니까요.
특히 이곳 pgr의 게시판에서 '논쟁을 위한 논쟁'이 더욱 잦아지고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낍니다. 건전한 논쟁은 합의 도출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 과정만으로도 가치가 있겠지만 상대방의 생각은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도 않고 한 줄의 문장만, 한 자의 단어만 바라보면서 논쟁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왜 이렇게 자신의 생각만 옳고, 자신의 추측만 사실 가능성이 높은 겁니까. 상대방의 호불호에 화를 낼 이유는 무엇입니까. 꼭 그가 나와 같은 취향이고 같은 의견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연찮은 일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는 기쁘죠. 세상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누군가는 있겠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처럼 전보다 뜸하게 이곳에 오게 되고, 글들도 꼼꼼히 읽지 않게 되는 일. 그동안 이곳에 들러 많은 즐거움을 얻으시던 분들이 지금의 저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비약일까요.
그러면서 사람들은 계속 바뀌어 갑니다. 글을 쓰던 누군가는 글을 접고, 새로 쓰는 사람들과 거기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비슷한 논쟁과 비슷한 문제제기를 또한 시작합니다. 마치 일정한 주기의 수열이 반복되는 듯 합니다. 밖에서 지켜만 보는 제가 다 답답한데, 자신의 일이 되는 운영자분들은 참.. 대단하시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제 잡담도 공해가 될 수 있겠습니다. 제 방향에서는 저의 공간인 이곳에, 앞으로도 열심히 오고 싶은 마음에 몇 줄 적습니다. 허공을 향한 외침이 될 지 모르겠지만 몇명이라도 공감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기분 좋은 일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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