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가 자주 들르던 레코드 가게는 오뎅바로 변했다.
어머니의 꼬꼬치킨은 남양슈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아버지가 몰고 다니던, 혹은 그들이 손을 맞잡고 앉아 있던 허름한 버스들은
반지르르한 녹색과 청색으로 덧칠이 되었다.
그렇게 <네 멋대로 해라> 속 세계도 4년이 흘렀다.
1. 정류소
-그들은 그곳에서 처음 만났다. 그리고 다시 만난다.
다른 차원에 살고 있던 그들은 그렇게 조우하고, 그리고 공명한다.
마찬가지로 그들의 세계와 우리의 세계 또한 이곳에서 조우한다.
그리고 그렇게 공명을 시작한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네 멋대로 해라>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2. 홍대 거리
-미래네 집-사라져가는 모습마저도 아름다울 수 있는,
떠나가는 과정마저도 사랑스러울 수 있는 그런 당신이기에,
화려한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지만 그 가운데를 초라하게 걸어가는 당신을
왜 끝까지 보게 되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함께 걷던 남자가 낯설어지면 그대로 돌아서도 괜찮다.
미치도록 보고 싶었던 그 사람을 발견하면 무조건 좇아가도 괜찮다.
사람은, 자기 가고 싶은 대로 가면 되는 거다. ‘살짝 미쳐야 청춘이 뜨겁다.’
-연습실-희뿌연 유리창 밖의 그 사람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유리창을 닦기보다는 이내 계단을 뛰어 내려갈 수 있도록.
그 사이에 그 사람이 사라지지만 않는다면.
3. 마포구청역
-마포구청역에는 감자같이 못생긴 소매치기가 있다.
그리고 그 남자의 더러운 쓰레기 냄새까지도 맡고 싶어 하는, 눈이 큰 여자가 있다.
여자는 살아 있을 동안엔 살고 싶다고 한다.
감자같이 못생긴 남자는 여자를 만날수록 살고 싶어서 두려워졌다.
4. 당고개 성지길
-복수네 집-대문을 열면 아버지의 도시가 펼쳐진다.
행여 나의 손이 세상에 닿을까봐, 당신은 그곳에 그렇게 자리를 틀었었나.
하지만 그곳은 단지 거칠고 높았으며, 세상에서 가리워져 있었을 뿐.
따뜻했지만, 힘겨운 공기 속에 숨 쉬던 그곳.
5. 선유도
-“막 산 적 없어요, 나.”-댄스, 댄스, 댄스.
미안해요. 하지만 이 춤은 당신을 위한 춤이 아니랍니다.
우리는 여기까지. 하지만 그를 위해 또다시 댄스, 댄스, 댄스.?
-손때 묻혀가기. 그 공백의 시간들을 메우기 위해서, 조금은 유치해져도 좋다.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특별한 이벤트. 당신의 손때가 느껴지도록.
6. 낙산공원
-“죽는 게… 뭐 별건가?”-잃어버린 시간은 곧 영원의 상실이다.
독일 출신의 소설가 막스 밀러는 그렇게 말했다. 카메라 셔터가 열려 있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여러 사연들이 희미한 잔상으로 필름에 남는다.
그들의 기억도, 그들의 순간도 그 많은 사연들 속에 파묻히겠지만,
여전히 영원으로 남아 있다.
-중섭 : 뭐하는 짓이야?
복수 : 점심 먹으러 왔잖아, 아빠.
중섭 : ...생선두 구울 줄 알어?
복수 : 나 빵에서 식당일 했어. ...깜빵두 유용할 데가 있어, 그지?
중섭 : ...깜빵 얘긴 하지 마. 듣기 싫어.
복수 : ...야채랑 생선을 많이 먹어, 아빠. 그래야, 안 아프대.
중섭 : ...너두 아프지 말어, 이놈아.
-1. # 경찰서 유치장(밤)
벽을 사이에 두고 나뉘어져 있는 복수와 전경.
서로 벽을 등진채 앉아 있다. 둘이 등을 맞대기라도 한 듯...
허한 표정의 복수는 한쪽 무릎을 세운채 뒷통수로 툭툭 벽을 치고
있고, 경은 두 무릎을 세운채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
다.
복수가, 등졌던 벽쪽으로 돌아 앉는다. 마치 바로 등 뒤의 경이 닿
을 것처럼...
철창밖엔 앳되뵈는 의경이 서 있다.
복수 (벽을 향해 조용히) 경이씨.
경 ...
복수 (다시 큰소리로) 경이씨. 곧 조서를 쓸거예
요.
의경 (복수의 철창을 봉으로 툭툭 친다.) 조용
히 하세요.
복수 (큰소리로 또박또박) 절대루, 거짓말하지
말구, ..(의경이 철창을 두드린 다.).아니, 내가 알
아서 할테니까, 무조건 내 말대로만 해요. 알았어요?
의경 (철창을 세게 치며 큰소리로) 아저씨.
복수 (더 크게) 쪼그려 앉아있지 말구, 다리 펴
구 있어요. 그러다 쥐나요.
의경 (바짝 다가와서) 위에 알립니다. 자꾸 말썽
피면...
복수 (큰소리로) 미안합니다, 경이씨. ...미안해
요.
의경 (난감한 표정으로 담당경관에게 알리려 씩
씩하게 경의 철창을 지나치는 데...)
경 ...(의경에게) 아저씨.
의경 ...(경을 본다.)
경 (조용히) 방금 말썽 피운 사람이요... 그 사
람한테 이 말 좀 전해주세요.
의경 ...
경 ...(담담한 눈빛) 오늘 못 만날 줄 알았는
데... 지금... 옆에 있어서 너무 좋 다구요.
의경 (물끄러미 경을 본다. 그리곤 복수에게 다
가간다. 다정히) 들었습니까?
복수 ...(담담히) 네.
‘나, 저 사람 없으면... 죽을 때까지 이렇게 담배만 펴야지...
죽을 때까지 아무것두 안하구, 밥두 안 먹구, 세수도 안하구, 음악두 안하구, 이렇게 담배만 펴야지. 여기 앉아서, 계속 담배만 펴야지…’
출처-다음.미니홈피...
지난 2002년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떠있을 무렵
우연히 TV화면에서 이 드라마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그런 드라마라 생각해 잘 챙겨 보지 못한게
요즘은 아쉽기만 하다.
몇달전 드라마넷 채널에서 아침 7시에 앙콜 방송을 해준적이 있지만
이시간은 나에겐 꿈속에서 뒤척일 시간이다.
사담은 이쯤에서 접고
아직도 다음 네멋 카페에는 7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지금도 활동을 하고 있다.
나 역시도 그렇지만 그냥 눈팅으로 만족하고 있는 형편이다.
드라마가 끝난지 4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이 드라마를 추억하고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걸 보면 분명 다른 드라마와는 달라서 이지 않을까?
보통 드라마가 종영되면 길어야 3개월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다시 말해 드라마가 종영되고 한 3개월은 여운이 남아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다가도
그 이후가 되면 시들해 진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 드라마를 잊지 못하는건
보통 드라마에서 보는 대사들과는 다른데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소매치기 복수라는 남자와 언더그룹에서 키보드를 치는 부잣집 딸 경이의 사랑얘기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안어울릴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두 주인공의 모습에 매료된게 아닐까 생각된다.
여기에 양동근의 연기가 한층 더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도 했다.
★-윤여정 인터뷰 중-★
그런 관점에서 보시기에 젊은 배우들 중에 야, 쟤는 좀 되겠다 싶은 사람은 누가 있어요?
윤: 양동근이 잘한다고 생각했었어요. <내 멋대로 해라> 하는데 내가 그랬어. 내가 연기가 딸려 죽겠어. 내가 연기가 딸려.. 인정옥이 대본이 나중에 늦게 쪽지로 나왔을 적에, 내가 아주 결정적인 씬에서 딱 내가 얘보다 연기를 못하는구나 알았어..
쪽지로 나왔을 때.. 어, '처연하게 앉아있다' 던가 그랬던 거 같애. 복수 엄마가 알았어. 얘가 소매치기해 갖다 준 돈으로 치킨집을 차렸다는 걸 알아 가지고 문을 닫고 그랬는데.. 복수가 나를 찾다가 만나는 씬이었어요.. 나는 처연하게 앉았고 복수도 처연하게 앉았다.. 그렇게 되어 있었어요. 디렉션에서.
우리 늙은 배우는 작가 대본에 '처연하게' 되어 있음 그거를 맹종하는 경향이 있거든. 처연하게 앉아 있어 그냥. 그런데 걔가 이러다라고. "이 씨, 어디 있었어.." 그러더라고. 내가 방향을 잃었잖아. 나는 걔가 "엄마, 어디 있었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는데 이 씨이, 어디 있었어.. 막 이러는데 내가 막...
총: 전혀 예상치 않았는데..
윤: 걔는 그 인물이 된 거에요. 배우가 인물이 돼야지. 걔는 그때 그 인물이 되었던 거야. 그래서 자기는 작가의 그 디렉션을 무시하고 나를 진짜 찾아다닌 마음이 된 거지. 나는 걔한테 정말 많은 박수를 보냈지. 속으로 정말 딸려서 못하겠는데..(웃음)
흔히들 양동근의 연기를 보면 연기를 하는게 아니라 실생활을 보는거 같다는
말들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내 생애 이처럼 여운이 남는 드라마는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거 같다.
★-네멋당시 인터뷰 기사중-★
“다른 드라마는 주인공이 마지막에 병걸려 죽는데 이 드라마는 초반부에 뇌종양인 것을 알게 됩니다.고복수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고 주변을 정리하는 이야기이죠”
-“기다렸던 역이에요.죽음은 완전히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출발점이고,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가,어떻게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가를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역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