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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7/20 23:31:39 |
Name |
pioren |
Subject |
전략을 가미하는 박지호, 힘의 김택용 |
이틀 연속으로, 서로 다른 대회에서 MBC의 두 프로토스가 아깝게 떨어졌다
온게임넷 스타리그 듀얼에서의 박지호, 그리고 오늘 서바이버 리그의 김택용.
이들의 패배가 더욱 아쉬운 것은, 둘의 경기 내용이나 경기력이 이렇게 떨어지기엔
너무 아까운 것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드는 탓인지도 모른다
(1) 닥치고 스피릿. 그러나 이제는 테크니컬한 면모도!
예전의 박지호의 경기는, 엄청난 물량을 뽑아내고 그에 바탕한 힘을 밀어붙이는 경기 위주의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그로 인해, 약간은 불명예스러운 별명(...꼬X박 -_-;;;)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05년 들어 본선무대에 진입하고, 두번이나 4강을 기록하는 등 개인성적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그의 경기력은 확연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전략이 서서히 경기에 가미되기 시작했고,
기존에 있던 그의 힘, 물량과 아울러지면서 그는 점점 완성되어 가고 있다.
두번 4강 후 듀얼에서 PC방으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나도현과 박경락의 케이스가 아른거려 조금 찜찜하긴 하지만,
그를 PC방 예선으로 보낸 듀얼 최종전은, 역설스럽게도 그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잘 보여준 경기라 할 수 있을듯 싶다.
게임 중반까지의 경기는 아주 암울했다. 다크템플러가 아무 견제도 해주지 못했고
몰래 지었던 테크 건물들은 파괴, 추가로 로보틱스 없이 스타게이트까지 간파당하고....
그러나 그는 그 이후, 놀랄 만한 전환을 보여준다.
아비터, 그가 애초부터 이 유닛을 생각했던 것 같진 않다.
어쨌든 안마당을 빨리 가져간 후, 로보틱스를 늦추거나 혹은 추가확장 없이
빠르게 캐리어를 가는 게임 양상은 예전에 러시아워에서도 많이 나온 바가 있고,
바로 그 전날 서바이버 예선에서도 박지호 선수가 보여주었던 전략이었다.
연습량의 부족을 감안한다면, 분명히 마음먹었던 전략은 패스트 캐리어였을 것이다.
그러나 본진으로 진입한 상대 유닛에 의해 간파당하자, 그는 전략을 급선회한다.
템플러 테크가 이미 올라가 있는 것을 이용한 아비터 테크로의 진화.
뭐 필자가 급선회였다고 우기고 있긴 하지만, 미리 짜온 전략일 수도 있다 ^^;
하여튼 로보틱스가 없는 상태에서 가스 잡아먹는 유닛 아비터까지 간 관계로
로보틱스는 아주 늦게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벌처는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며
상대의 발을 묶어놓는 엄청난 성과를 올린다. 그러면서 이곳저곳 커맨드를 건설,
엄청나게 자원을 확보한 고인규 테란....사실 게임은 여기서 끝났다고 본다.
여기서 축적된 자원과 물량, 그리고 업그레이드의 차이는 끝까지 프로토스을 옭아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비터를 이용한 박지호의 필사의 항전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리콜을 이용해 처음 9시 미네랄 지역을 날리면서, 그때 같이 소환된 아비터를 다시 본진으로 보내 제 2차 리콜!
워크래프트 휴먼영웅 아크메이지의 궁극기 매스 텔레포트가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본진을 완파하진 못했지만, 상당한 피해를 주었고 9시를 날리면서 자신은 멀티를 늘렸다.
그리고 이후, 다수의 아비터로 스테이시스 필드를 활용해 주며 끈질기게 항전한다.
상대의 물량이 모이지 못하게 유닛을 지속적으로 바꾸어 주면서,
같은 타이밍에 소수의 유닛으로 상대 추가 멀티를 견제해 주고, 자신은 거점 확보.
다시 테란의 물량이 모이면, 또다시 바꿔치기. 질럿이 상당히 많았으니 골리앗 뽑기도 조금 무안했고,
계속 거점을 늘리면서 어....어...혹시.....이러다가? 하는 상황까지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결국 11시 안마당의 거점이 밀리면서 동시에 중앙 미네랄 멀티까지 타격을 받고,
업그레이드의 차이와 기존에 벌어졌던 차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지만
확실히 이 경기는, 박지호가 얼마나 강해졌고, 얼마나 이기기 힘든 플레이어로 성장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고 본다.
그에겐 슬슬, 가림토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완래의 김동수는 투게이트 하드코어로 대변되는, 우직한 힘을 앞세우는 플레이어였다.
빠르게 사이버네틱스 코어를 올리는 빌드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말을 했던 바도 있고,
심지어 그를 상대하는 저그 플레이어들은 프로토스를 선택해 오리지널 프로토스 유저인 그를 상대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략을 서서히 가미하기 시작했고, 그 전략으로 승수를 쌓아나가며 주옥같은 명경기를 남기기 시작했다.
그가 현역을 그만 뒀을 때, 팬들의 기억에 남은 것은 그의 주옥같은 전략과 승부사적인 기질, 그로 이뤄낸 명경기였다.
필자의 생각이 조금 과장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년부터 그는 서서히 전략성이 담긴 경기들을 하나, 둘, 보여주기 시작했고
이 최후의 경기에서 박지호의 경기 모습은 정말로 테크니컬했다. 마치 그 유명한 네오 포비든존에서의 임요환 VS 김동수전같다고나 할까?
자원의 압박 탓도 있었겠지만 그 적은 게이트로 버티면서 끊임없이 아비터를 활용해
상대의 유닛을 바꿔쳐 주고, 거점을 확보해 나가며 완전 암울한 경기를 설마...설마 하는 상황으로까지 만들어내는 모습....
그는 이제 전략이란 새로운 옷까지도 입을 준비를 완전히 마친 듯하다.
아직 우승을 하지 못한 그를 2회 우승과 로열로더의 경력에 빛나는 김동수에 비견하기엔 아직은 조금 부족한 듯하지만,
시원한 물량에 전략까지 가미된 그가 새로운 프로토스의 정점 중 하나라는 건, 이제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2) 잘생긴 김택용, 힘의 김택용
그를 처음 본건, 리얼스토리 프로게이머의 POS편에서였다.
특유의 장난스러운 구 POS팀의 분위기에서 미남토스, 잘생긴 택용이 등등으로 소개받으며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있는 그(사실 일명 '짬' 이 안되어서 조금 조용하기도 했을 것이다 ^^;;;)
조금은 수더분한 숙소 분위기 탓일까, 팀원들의 소개만큼 그리 잘생겨 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방송무대에 데뷔한 그를 봤을때....아, 잘생겼구나. 하고 처음의 느낌을 수정했던 기억이 있다.
확실히 사람은, 꾸미면 꾸밀수록 더욱 빛이 나는 법이다
....................얘기가 확실히 삼천포로 빠졌다 -_-;;;;
각설하고, 김택용의 플레이에선 힘이 느껴진다.
오늘의 경기가 끝난 후, 역시나 파포며 스갤이며 PGR까지, 모든 관련글과 댓글들이
특정 문제로 돌아가고 있다. 마냥 생각없이 트집잡는 일명 '까' 들도 여럿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반응이 폭발적인 이유는 윤종민 vs 임요환의 매치 이전 경기였던
윤종민 vs 김택용의 경기가 그만큼 치열했던 탓도 있는 듯하다.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럴 거면 왜 그리 필사적으로 해서 이겨서 올라가서 그렇게 쉽게 졌어.....ㅠㅠ" 이런 식으로...말이다 ^^;
첫경기는 각설하고(사실 헬스장까지 걸어가는 시간차로 못봤다;;;; 완전 자기 마음대로)
2경기의 하드코어. 참 인상적이었다. 이 맵에서 누가 하드코어를 해...? 라는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투게이트에서 질럿을 모으고,
일정수가 모이자 그것으로 치고 나가서 그대로 승리.
3경기의 힘은 뭐랄까, 정말 이 선수가 다듬어지면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하는 기대를 낳게 하는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더블 넥서스를 하다 안마당이 그대로 날아간 상황이었음에도 다크템플러를 활용해 주면서 안마당을 복구하고,
추가확장 후 유닛을 뿜어내는 능력은 정말 '물량은 박지호보다 낫다' 는 팀내 평가를 그대로 확인시켜 주는 모습이었다.
승부처였던 11시 교전에서 패배하면서 다시 패색은 짙어졌지만,
마지막 직전 상대 안마당에서의 대규모 전투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겼으면 아마 러시아워 대첩쯤으로 회자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블러드 수준으로 몰려오던 저그의 유닛들이 계속 그대로 녹아내렸다.
흥분하던 김동준 해설위원의 해설대로, 진짜 추가 질럿이 합류했으면 밀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전략을 가미한 박지호에게서 김동수의 향기가 느껴진다면,
그에게서는 박정석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한빛소프트 결승엔 올라가지 못했지만 아직 절대 강자로 평가받던 기욤패트리
(사실 임요환 선수의 첫 우승때, 기욤의 결승진출 실패를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는 스타 최초의 유료경기로 라스트 1.07 이벤트까지 열릴 정도로...그러나...결과는....기욤에게 조금 민망한 스코어였지만)
게다가 그는 특히 동족전에서, 당시에 절대의 포스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한빛소프트배 이후 열린 코카콜라배, 그의 이름은 신기하게도 본선에 없었다.
바로 부산 출신의 신예, 박정석에게 예선에서 패퇴한 때문이었다. 그것도 그가 최강이라는 플토전으로.
첫 대회에선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팀내 프로토스 선배인 김동수가 최고의 프로토스, 신세기 프로토스(...에반게리온? ;;)
라고까지 칭했던 그의 힘은, 다음 2001스카이 대회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실, 김동수 선수. 이렇게 박정석 선수를 띄워놓고 정작 우승은 자기가 해버렸다. 고도의 연막작전이었을지도 ^^;;;)
특히 16강 사일런트 볼텍스에서의 대 임요환전, 물론 임요환이 당시에 저축 테란이라고 불릴 정도로 물량엔 약하긴 했지만
멀티를 하나 더 먹은 테란을 상대로 -_- 엄청난 물량을 뿜어내며 뒤집어 버린 경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역시나 조금 성급한 평가일 수도 있겠지만 그의 게임 스타일은, 이때의 초기의 박정석을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유닛을 이용한 과감한 압박. 멀티 이후에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물량. 그리고 그 물량을 운영하는 힘.
조금 섬세함이 떨어진다...는 측면까지. 그리고 팀플에서 주로 활약하고 있다는 측면까지
(초기의 박정석 선수는 팀플을 많이 한 게이머로 참 유명했다. 해설자분들이 그래서 물량을 정말 잘뽑는다...이런 식으로
소개해 줬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잘생긴 외모까지 ^^
아까의 박지호-김동수를 비유하는 것도 조금 오버랄 수도 있겠지만,
이번 비유는 좀 과장된 것이 아니냐고 항의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른다.
흥분하시지들 말라. 어디까지나 '초기의' 박정석이라는 이야기니깐. 어딘가 섬세하지 않던, 그때의 박정석.
박지호-김택용을 김동수-박정석에 비유한 것은,
그 당시 한빛에서의 김동수-박정석에서의 상황과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이미 강하지만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선배 프로토스 게이머, 그리고 힘과 물량이라면 그 선배를 능가한다는 신인 프로토스 게이머.
좀 비슷하지 않은가? ^^
이전의 그의 플레이도 군데군데 인상적이었지만,
오늘의 그의 플레이에선 정말, 힘이 느껴졌다. 프로토스의 로망이었던 힘이.
다시 예선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 좌절하지 말고, 다시 올라와서 그때는 더욱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3) 결론
이틀간, 프로토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참 안타까웠을 것이다.
하루의 간격을 두고, 두 프로토스가 마지막 한발자국을 내딛지 못하고 아쉽게 떨어졌으니깐...그것도 멋진 경기 끝에.
(월, 화 이틀간은 정말 최고였을 것 같지만 ^^; 박성훈-박지호!)
하지만 언제나 프로토스가 마지막 순간에 보여주던, 힘없는 패퇴가 아니라
무언가를 보여주고 패퇴했다는 점,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일말의 위안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과거의 김동수-박정석이 걸어갔던 최강 프로토스의 길,
그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뿜어내며 각각 우승을 경험했듯 이들도 크게 성장하길 바란다.
MBC는 괜히 호감이 가는 팀이기도 하고 ^^
(4) 사족
오늘의 어찌보면 다소 맥없는 최종진출전은 조금 아쉬웠다.
어찌보면 같은 선이라고 할 수 있었던 고인규 선수가 온게임넷 스타리그 본선행을 확정지은 마당에,
윤종민 선수도 그에 더 자극을 받아 필사적으로 했었으면...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의도적인 같은 팀 지명과 필사적인 연습 끝의 팀킬이, 조금은 보고 싶다 ^^
조 지명식에서 같은 팀 선수를 지명하고, "개인리그에 팀이 어딨느냐" "같이 연습을 해봐도 내가 별로 안져서..." 이런,
조금은 도발적인 태도를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런지도 모르겠다.
팀워크를 감안한다면, 더더욱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기도 하고.
그래도...조금은 아쉬웠다.
대접전 끝에 떨어진 김택용 선수가...생각나게 하는 최종진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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