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4/12/06 22:09:23 |
Name |
세이시로 |
Subject |
듀얼 후기 - '올드보이'의 영광 |
프로토스가 없는 조여서일까? 화제의 중심 '머큐리'가 주목받을 일이 없어서일까? 지난 일요일 치러진 듀얼토너먼트 E조 경기는 '퍼펙트' 서지훈 선수의 충격적인 탈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반응이 시끄럽진 않은 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한 '올드보이'의 희망이 눈부시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같은 날 저녁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한국 영화의 희망을 보인 '올드보이'의 영광을 보며 필자는 한빛스타즈 팀과 저그의 희망을 쏘아올린 조형근 선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1경기 - 서지훈(T) vs 조형근(Z) in Requiem1.3
레퀴엠은 최근 들어 테란 대 저그에서 저그가 매우 할만 하다는 사실이 두드러지고 있다. 듀얼 A조에서의 박태민 선수의 차재욱 선수 상대로의 완벽한 운영, D조에서의 신정민 선수의 1.07패치시절을 보는듯한 부자 저그의 모습은 이 맵이 한때 저그가 4드론 말고는 도저히 할게 없는 맵이라고 불리었던 시절이 과연 있었나 싶을 정도다.
조형근 선수의 가스멀티 이후 뮤탈에 서지훈 선수가 내놓은 카드는 타이밍 입구뚫기였으나 3바락도 아닌 2바락에서 나온 서지훈 선수의 병력은 조형근 선수의 감각적인 성큰늘리기에 너무나도 쉽게 막히고 말았다. 밸런스를 파괴하는 주범 중 한명으로 꼽혔던 때가 언제인가? 이후 빠른 가디언과 저글링으로 이어진 조형근 선수의 강력한 공격에 서지훈 선수는 너무나도 처절한 항전 끝에 gg를 치고 만다. 최근들어 이 맵에서 나온 저그의 해법을 서지훈 선수는 과연 얼마나 분석하고 온 것일까? 조형근 승. 본선진출전으로. 서지훈 패자부활전으로.
2경기 - 전상욱(T) vs 정영주(Z) in Requiem1.3
지난 스타리그 16강에서 홍진호 선수의 빠른 가스확장에 엄청난 선전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전상욱 선수는 확실한 노림수를 준비해왔다. 임요환 선수가 홍진호 선수와의 경기에서 사용해 사상최대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8바락 벙커링이 그것이다. 다행히 오버로드로 일찍 8바락을 알아챈 정영주 선수가 멀티를 취소하고 스포닝을 일찍 짓자 전상욱 선수는 상대의 진출을 묶기 위해 입구 쪽에 벙커를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 정영주 선수는 또다시 해처리를 멀티에 펴기 시작했고 이것이 이 경기 최대의 변수가 되었다. 해처리만 완성되면 방어를 할수있다고 판단한 정영주 선수는 입구쪽 벙커를 막기 위해 다수의 드론을 동원했으나 결국 드론과 저글링을 모두 잃고 조금은 허무하게 gg를 치고 말았다. 정영주 선수가 배짱을 부린 감도 있지만 임요환 선수가 해법으로 내놓은 8바락 벙커링이 최근 레퀴엠에서의 저그의 상승세에 대한 강한 돌파구였음을 증명한 경기였다. 전상욱 승. 본선진줄전으로. 정영주 패자부활전으로.
3경기 - 전상욱(T) vs 조형근(Z) in Bifrost3
레퀴엠에서 저그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면 비프로스트에서는 테란이 슬슬 더 이기고 있다고 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신정민 선수 상대로 이윤열 선수가 벌처플레이로 많은 이득을 본 것처럼, 맵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종족이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전상욱 선수가 구사한 빠른 아카데미 이후 압박 테란은 뒷마당 해처리를 먼저 가져간 조형근 선수를 본진 안에 머물도록 강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멀티를 빠르게 가져간 테란의 한방을 막을 수 없었던 조형근 선수의 비교적 무난한 패배. 두 경기 연속으로 전략적인 플레이를 선보인 전상욱 선수는 촉망받는 기대주로서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또다시 스타리그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우승이 목표라는 그는 과연 두 종목 석권에 정말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전상욱 승. 스타리그 본선 진출. 조형근 최종진출전으로.
4경기 - 서지훈(T) vs 정영주(Z) in Bifrost3
'퍼펙트 테란 서지훈의 맵 비프로스트'라는 사실은 정영주 선수에게 큰 짐이었나 보다. 누구보다도 맵을 잘 이해하고 있는 서지훈 선수의 입구 돌파 후 현란한 컨트롤, 이후의 압도적인 한방에 경기를 내주고 만다.
다들 알다시피 정영주 선수 또한 올드게이머다. 과거 임성춘 선수와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였고 뮤탈의 왕자로서 악명을 떨쳤던 정영주 선수가 게임에 복귀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투나SG에 합류한 이후 팬택앤큐리텔 창단과 함께하게 된 그는 빠르게 감각을 찾아 마이너리그와 챌린지리그에 바로 올라와, 한번 은퇴한 선수의 복귀 중 가장 성공한 축에 들지 않나 싶다. 비록 예선으로 떨어졌지만 아직 나이도 어린 그의 좌절은 이른 만큼 다시 힘을 내어 올라올 것을 믿는다. 서지훈 승. 최종진출전으로.
5경기 - 서지훈(T) vs 조형근(Z) in MERCURY
화제의 맵 머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된 두 선수. 하지만 테저전에서의 머큐리는 플저전과는 다르다. 앞마당 노가스와 좁은 통로, 시즈 사격이 힘을 발휘하는 지형은 여러 차례 테란의 안정적인 플레이에 저그가 무릎을 끓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파구를 찾으라면 바로 그 중심에는 '저글링 러커'가 있지 않을까?
조형근 선수는 이 저글링 러커 체제를 막을 수 없는 강력함으로 만들기 위해 패스트 디파일러를 선택했고, 서지훈 선수의 대응은 한방이었다. 믿을수 없을만큼 빠르고 정교한 다크스웜으로 인해 한방이 막히고 조형근 선수의 저글링 러커는 서지훈 선수의 본진에 바로 입성한다. 마인은 늦었고 본진이 꼼짝없이 밀리게 된 서지훈 선수의 선택은 엘리전. 후퇴했던 한방 병력이 조형근 선수의 기지를 위협하지만 강하기보다 위태위태했던 마린메딕탱크는 극적인 타이밍에 돌아온 디파일러와 러커에 의해 전멸. 서지훈 gg.
올림푸스 우승자 서지훈 선수는 한게임배 진출 듀얼에 이어 또다시 챌린지리그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성학승 선수에게 2패를 당해 떨어진 그때와 똑같이 말이다. 무난한 경기진행으로는 지는 모습을 찾기가 힘든 '퍼펙트' 서지훈 선수는 과거 정석테란으로 테란의 양대산맥을 이루었던 김정민 선수의 몰락과 부활의 이유를 알아야 한다. 또한 그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파고드는 상대방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의해 경기를 그르치게 된다는 사실도 정말로 '퍼펙트'한 테란이 되기 위해서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37개월만에 스타리그에 돌아오게 된 조형근 선수의 복귀는 인터뷰에서의 그의 파란만장한 게이머 인생만큼이나 드라마틱했고, 승리 후 그의 한 인간으로서의 솔직한 웃음은 아무도 비난할 수 없는, 그런 기쁨의 웃음이었다. 그의 부활을 위한 복선은 사실 충분했다. 프로리그 2라운드에 나와 그가 거둔 2번의 기가 막힌 역전승은 저그의 희망찾기를 멋지게 보여줬었다. 인간은 꿈을 꾸고 희망을 찾기에 인간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노력에 의해 빛을 발할 때 인간으로서 그 이상 아름다울 수 없다. 한빛의 희망이자 저그의 희망을 이뤄내고 스스로도 생애 가장 감격스런 순간을 맛보았을 조형근 선수에게 다시한번 감동의 박수를 보낸다. 조형근 승. 스타리그 본선 진출.
ps. 눈팅을 주로 하는 회원이 간만에 게임 후기를 써봅니다. 요즘 후기도 잘 보이지 않던 터에 공룡님 글을 읽으니 PGR을 위해 저도 뭔가 해보고 싶었서였는지도 모르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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