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여러 개의 선이 없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가지고 있고 유선 이어폰은 수년 간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삼성에서 만들어서 판매하는 유선 이어폰을 따로 구매해서 써보게 되었습니다. 이걸 왜 샀고 어땠는지 적어 보고자 합니다.
1. 구매 동기저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블루투스 이어폰의 편리함에 빠져들었던 상태였지만 '에어팟 프로'는 과한 사치품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것은 단지 에어팟 프로의 가격이 비싸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예를들어 에어팟 프로가 25만원, 그리고 어떤 블루투스 키보드가 10만원이라고 했을 때 에어팟 프로는 키보드 보다 가격 자체는 단지 2.5배 비싸지만 (두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고 할 경우) 실제로는 10배 이상 비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블루투스 키보드의 배터리는 이어폰에 비해 훨씬 오래 가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소모품이죠. 그리고-
아마 에어팟 프로를 구입한 분들은 보통 "하루 한 두 시간씩, 한 2년 정도 쓰면 뭐 충분하지 않나, 그때 가면 또 가격이 보다 합리적이거나 더 좋은 신제품도 나올테고..." 정도로 생각할거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어폰을 좀 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아예 블루투스 이어폰을 2개 가지고 다닐 정도로. 매일 두 개씩 충전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결국 에어팟 프로를 사버렸습니다! 역시 써보니까 노이즈 캔슬링이 좋긴 해서 생각보다 자주, 많이 쓰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이대로는 오래 못쓰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적어도 (집이 아닌) 실내에서는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유선 이어폰을 쓰면 에어팟 프로를 한 1년은 더 쓸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삼성 C타입 ANC 이어폰'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2. 후기
외관, 스펙 등이 자세히 나온 리뷰는 '삼성 c타입 anc 이어폰'으로 검색하면 여럿 나오니까 생략하고 ANC 성능을 비롯한 실사용기 위주로 써보겠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막상 이런 부분이 제대로 나온 리뷰를 찾지 못해서 입니다.)
- 특징
기본적으로 삼성의 C타입 번들 이어폰과 유사합니다. 플러그 부터 선이 갈라지기 시작하는 분기점까지의 긴 선은 패블릭 소재이며 이어폰에 직접 달린 두 개의 짧은 선은 일반 케이블인 점이라던가 디자인도 비슷한 인상을 주고- 그런데 큰 차이가 있다면 볼륨/통화 버튼과 마이크가 따로 떨어져 있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유선 이어폰들이 버튼 있는 부분에 마이크 구멍이 같이 있는데 이 이어폰은 오른쪽 선 중간에 마이크만 따로 있고 버튼 등은 분기점 부분에 있습니다. ANC 기능을 넣느라 버튼부의 크기가 커져서 분리한거 같은데 간결한 맛은 좀 떨어지지만 덜 걸리적거리고 통화 품질도 좋습니다. 저는 애초에 이 이어폰을 오직 ANC 기능 하나만 보고 샀기 때문에 음질이나 통화 품질 같은건 신경쓰지 않았는데, 꽤 괜찮습니다.
구성품으로 대/중/소의 커널형 이어팁 외에 '윙'이 딸려 옵니다. 귀에 보다 확실하게 고정시켜 주는 물건인데 착용감보다는 고정력에 중점을 둔 구성이라고 느껴집니다.
ANC 작동 중에는 버튼부 측면에 파란 LED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LED 옆에 ANC를 켜고 끌 수 있는 버튼이 따로 있습니다. 이어폰을 연결하면 기본적으로 ANC가 작동되는 상태가 됩니다.
'SAMSUNG TYPE-C'라는 앱을 깔라고 권장하고 있는데, 동적인 기능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체크 외에) 아무 것도 없는 앱입니다.
- ANC 성능
본론으로 바로 넘어가겠습니다. 저는 이 이어폰의 ANC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에어팟 프로의 90% 정도만 되어도 만족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주 가는 몇몇 장소에서 두 개를 번갈아 들어가며 비교를 해보니까-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ANC 성능은 오히려 이 '삼성 C타입 ANC 이어폰'이 더 뛰어납니다. 구체적으로 써보자면- 팬소리 같이 지속적으로 낮게 깔리는 소리는 둘 다 비슷하게 잘 잡는 편이데 주변의 대화 소리 등은 삼성 이어폰 쪽이 확연히 더 잘 잡습니다. (물론 각각의 기기의 ANC 기능에서 어떤 주파수 대에 중점을 두었는지는 세팅이 다 다를 것이고 특정 환경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제가 테스트해 본 장소들에서는 모두 삼성 이어폰쪽이 더 나았습니다.)
그런데 ANC 성능은 삼성 이어폰 쪽이 우세하다- 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삼성 이어폰의 ANC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을 때는 완전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어떤 움직임 때문에 이어폰과 귀의 밀착력이 미세하게 떨어진다면 성능이 떨어지곤 합니다. 예를 들어 음식을 먹는다거나 고개를 흔든다거나 말을 한다거나-
그리고 유선 이어폰의 고질적인 문제- 터치 노이즈에서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다행히도 버튼부터 단자까지의 긴 케이블은 패블릭 소재라서 터치 노이즈가 거의 없지만 유닛과 연결되는 두 개의 짧은 선은 패블릭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움직임에 따라 터치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화이트 노이즈가 좀 있는 편입니다. 일반적인 화이트 노이즈라기 보다는 ANC 기능의 부작용으로 보여지는데, 조용한 환경일수록 소리가 커집니다. 시끄러운 곳일수록 노이즈가 작고 또 음악소리에 묻히기 때문에 전혀 신경이 안쓰이는데, 조용한 장소라면 거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별 문제가 아니긴 합니다. 그 정도로 조용한 곳이라면 ANC를 끄면 되거든요. 그러면 노이즈도 사라집니다. 어차피 커널형이라서 수동적인 차음도 우수한 편이니.
정리하자면- 한 장소에서 가만히 듣는다면 삼성 이어폰의 ANC가 더 뛰어나지만 끼고 움직이는 상태라면 에어팟 프로가 더 우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애초에 실내용으로 샀기 때문에 이 예상 외의 결과가 만족스러웠지만 보통은 실외에서 더 많이 쓰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거 같네요.
-그밖에..
착용감은 워낙 개인차가 심한 편이라 말하기 애매한데, 나쁘지는 않지만 특별히 좋지도 않았습니다. 윙 덕분이라 고정이 확실히 잘되긴하는데 무게감도 좀 있고 더 걸리적거리는 느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귀에서 잘 안빠지는건 괜찮겠지만 어차피 저는 실내용으로 쓸거라서 크게 상관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그리고 애초에 유선 이어폰이니까 선이 걸리적거리고 휴대도 불편한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죠. 디자인도 그냥 번들 이어폰 느낌 입니다.
남들한테 추천할만한가? 가성비 좋은 ANC 이어폰이 필요하다면 강추할만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유선 이어폰이 도태되어가는 시기인지라는걸 감안하면 보통은 불편함 쪽이 더 와닿을 것 같네요. 그냥 한 번 써볼까- 하기에는 또 만만한 가격은 아니고. (현재 정가가 7만 7천원, 쇼핑몰 최저가는 5만 3천원 정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