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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5 00:02
어찌 보면 참 당연한 말이기도 하죠. 우선 사람이 살고 봐야 하니까요. 그래야 법도 있고 문화도 있고...
정도의 문제겠죠. 만약 저 사람이 치즈와 소세지를 한아름 훔쳐갔다면, 판결은 달랐을 테니까요.
16/05/05 00:01
이태리 사법의 정점에 달한자들이 모인 대법원의 판결을 저같은 무지랭이가 뭐라고 반박하겠습니까만... 전 좀 혼란이 오네요. 법은 국민의 생존권도 지켜줘야하지만 사유 재산권도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무죄로 하는건 좀 아닌거같습니다.
16/05/05 00:11
[사유재산을 침해했다]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의 경미한 정도 수준이라는 점도 당연 고려했겠죠-_-a. 그냥 배고프니깐 훔쳐도 정당하다 그런 개념으로 접근한건 아닐겁니다.
16/05/05 00:12
만약 앞으로 이런 사건들이 다 무죄가 된다면, 일안하고 절도하면서 사는 사람도 나오겠죠.
아마 어느정도 다른 생각은 하고 판결을 했을 것 같습니다.
16/05/05 00:39
재해상황에서 은행업무가 마비됐고 타지에서 현금도 담보물도 없는 상태에 빠진 재난민이 어떻게 정상영업은 하는 식료품점에서 음식을 훔쳐가는거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불가피성이 인정되고 최소한의 범위에서 손해를 입혔으며 잉여재산을 쌓기 위함 등 먹기 위한것 이외의 목적이 아닌 케이스라는 전제조건이 주렁주렁 달린다면 저런 판결도 인정 가능할듯하네요.
16/05/05 00:44
먹고 살 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좀 더 나아가서 그저 '일반적인 범주에서' 가난할 뿐인 사람이 먹을 것을 훔친다면 당연히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겠죠.
저 케이스는 여러 가지 것들을 고려할 만큼 고려할 수 있는 판사가 보기에도 정말로 인간의 생존이 달렸다고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 아니었나 싶네요.
16/05/05 00:48
누군가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평생을 부족함 없이 쓰고도 남을 만큼의 재산이 주어지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1인분의 치즈와 소세지가 사치일 수 있지요. 자본주의에 대해 회의적인 제 입장에서는 납득할 만한 판결입니다.
16/05/05 01:53
이탈리아 취업율이 어떤지 몰라도 외국인이 일자리 구하기 쉬운나라는 드믈겁니다.
법이 정의와 인간의 생전권을 위해 고심하다 판결을 내렸을텐데 한심하다는 표현이 참 안타깝네요
16/05/05 03:33
이게 당연한 반응 아닌가요? 절도 당사자도 "에라이 배고파 죽겠는데 죄한번 짓자"라고 맘먹었을텐데 너 죄 아님 이래버리니 당혹스러울듯 (아니면 땡잡았다고 생각하거나) 그런데 한편으로는 진짜 저정도로 끼니가 절박하다면 감빵가서 콩밥이나 무상으로 먹자고 계산하고 한 범죄일수도 있는데 못먹게되어 아쉬울수도 있겠네요.
16/05/05 06:30
에라이 배고파 죽겠는데 죄한번 짓자 라고는 전적으로 양가님 머리 속에서 나온 생각일 뿐입니다. 로이터 기사에서는 대법원에서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즉각적"이고 "필수적"인 영양섭취의 요구를 인정했습니다. 저 사람이 에라이 죄 한번 짓자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장기간 굶은 끝에 충동적으로 절도를 했는지는 알 수가 없죠.
16/05/05 09:57
타인의 극한 상황을 겪어보지 못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니 나올 수 있는 생각이요.
그걸 또 여럿이 보는 곳에서 싸지르는 걸 보니 생각도 부족해 보이시네요
16/05/05 01:51
비슷한 경우는 아니겠지만 생존을 위한 권리가 법규를 우선한다는
취지로 예전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해 수천명이 죽고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했을때 넘치는 강물을 필사적으로 가로지르며 슈퍼마켓에서 생필품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들에 대해 당시 뉴올리언스 경찰관계자가 발언한적이 있었죠 다만 그당시 생필품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이 백인여성의 경우는 당당하게 생존을 위한 습득이라고 기사로 쓰고는 흑인여성이 가지고 나오니 약탈이라는 기사를 써서 뒷맛이 좀 더러웠지만
16/05/05 02:32
아주 신기한 판결이라 이탈리아법은 전혀 모르지만 그냥 이것저것 써보면
1. 피고인의 양형 -> 일단 6개월짜리 징역이 나왔는데 유럽국가들은 평균적으로 단순절도를 실형으로 처리하진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우리나라도 그렇고) 벌금, 사회봉사, 집행유예 등 자유형을 수반하지 않는 처리형태가 80% 가까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European Sourcebook of Crime and Criminal Justice Statistics 2014, 207p 참조. 좀더 악질적인 Burglary의 경우는 실형이 37%에 육박합니다.) 이탈리아가 유난히 절도를 엄단하는 것인지 뭔가 다른 가중사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위 통계엔 이탈리아의 통계가 포함되어 있질 않아...) 2. 피고인의 상고이유 -> 이탈리아 형법을 알지 못하므로 어느정도의 오차는 있겠지만 아마 절도의 착수도 안했거나, 기수에 이르지 않았다는 취지 주장으로 보이고 후자일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우리나라 형법의 기준으론 치즈나 소세지 같은건 주머니에 넣은 순간 절도기수로 처리될 것이니 택도 없는 주장입니다. 이탈리아 형법의 기준이 어떤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하급심 판사들은 피고인측 주장처럼 생각하지 않았던게 명백합니다. 3. 굶주림=위난? -> 종래 우리나라 형법 문헌상으로도 이런 문제가 소위 '사회적 긴급피난'의 문제로 언급되면서 경제적 궁핍으로 생명, 신체에 위험이 야기된 경우도 '위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루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얘긴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좀전에 라면 끓여먹으면서 형법총론책을 뒤져보니 나오는군요;) 뭐 우리나라 학자들이 이런 논의를 스스로 개발했을 리 없고 독일 등 대륙법계 전통으로부터 수입됬을 공산이 크고 아마 이탈리아에서도 이런 논의의 존재를 알고 그런 관점에서 이 사건을 해결했을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뭐 결국은 긴급피난이 인정될 정도의 아주 궁핍한 사정이 기록에서 드러났어야 할건데 그게 뭔지는 허핑턴 기사든 bbc 기사든 안보입니다. 4. 대법원의 직권판단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항소, 상고이유서에 포함되지 않은 사유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면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해서 원판결을 깨버릴수 있다고 정합니다. 아마 이탈리아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어 피고인이 주장하지도 않은 사유로 원판결을 깨버리는게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5. 파기자판 본문 기사에서 "번복되지 않는 최종판결"이라는 얘기는 아무래도 파기자판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이탈리아 대법원 스스로 원심을 깨는 동시에 피고인이 무죄라는 판결을 내리고 사건을 끝내버린 것입니다. 참고로 우리 소송법상 항소심법원은 파기자판이 원칙이고, 상고심인 대법원은 파기환송을 원칙으로 합니다. 대법원이 통상 법률심 기능만 하므로 사건을 일단 깨는 김에 사실심리도 다시 하게 함이 바람직하다는 발상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에도 하급심 사실인정이 충분하면 대법원의 파기자판이 가능하다는 규정도 있지만 실제로 파기자판을 하는 예는 거의 없습니다. 본문 기사에 의하면 이탈리아 대법원도 법률심인 것을 볼때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지 않을까 추측되지만 이탈리아 형사소송법에 대해 아는게 아니니 확신할 수 없습니다. 6.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판결이? 아주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현실에서 우리나라 법원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긴급피난 같은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거보단 인심좋은 검사를 만나서 기소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수십 수백배는 더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16/05/05 05:48
법원까지는 안 갔고 굶주림을 못 견딘 한 여성?이 편의점에서 음식 훔쳐먹다가 걸리고, 거기에 점주가 소송 안 걸며 사람들이 심지어 계좌로 돈 보내준 우리나라 사례도 있기는 합니다...
...만 어쨌든 위에 썼듯이 법원은 안 갔으니 해당하지는 않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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