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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7/25 01:20:02
Name The_CyberSrar
Subject 멀티태스킹과 컨트롤의 관계
먼저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손 빠르기, 즉 APM=멀티태스킹능력이라는 정의는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아닙니다.
제가 보는 멀티태스킹 능력은 의식의 분산과 그에 맞는 명령실행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현재 최고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가진 선수를 꼽자면 김택용,이제동선수가 있습니다.
그들의 중후반게임중의 화면을 보자면 정신이 어지러울만큼 장면들이 획획 스쳐지나갑니다.
반면 홍진호선수나 박정석 선수와 같은 올드게이머들의 화면은 아마추어인 제가 보기에도 최고의 선수들보다는 느려보입니다.
아니 최고의 선수뿐만 아니라 요즘 평균적인 실력의 게이머보다도 느려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 그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여러가지 가설들이 있습니다만 첫째 노화(?)로 인한 두뇌회전속도의 저하를 꼽으시는 분들이 가장 많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근거가 빈약해 보입니다.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보실까요?
임요환선수: "최전성기의 실력보다 지금의 실력이 더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한 선수의 멘트 하나로 첫번째 가설을 완전히 반박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요즘 올드선수들의 경기를 바라볼때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과거 전성기 시절보다 현재의 실력이 낫다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최연성 대 홍진호의 MSL 결승 3경기 유보트 혈전을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그때 당시 그 경기는 명경기로 추앙받았습니다. 다만 멀티태스킹적인 면만 살펴보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는 것도
회상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장면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홍진호의 8시 가스 멀티에 있던 러커들은 최연성의 마린 메딕 부대가 올 때
버러우를 하지 않아 지킬 수 있던 멀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동시에 다른 곳 멀티도 날아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반면에 최근의 홍진호 선수의 경기를 살펴보면 과거 전성기시절의 멀티태스킹 능력보다 현재의 능력이 조금은 더 발전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프로리그에서 송병구 선수와의 에이스 결정전에서는 몇 가지 좋은 플레이- 스컬지로 커세어 요격 및 멀티체킹,확장,생산,정찰,템암살등-
를 보여주기도 했었는데 결과를 제쳐놓고 그러한 부분들만 보면 홍선수의 멀티태스킹 능력은 상승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다만 최고의 선수들과는 격차가 있다는 걸 반증시켜 준 경기이기도 합니다.

똑같은 사람인데 왜 이런 능력차가 생기는 걸까요?
너무 오바했나 봅니다. 좀 더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야 될 것 같네요.
당대 최고의 게임재능을 가진 자들이 왜 세대별로 능력차가 생기는걸까요? 고작 몇년사이에 인류가 진화라도 한걸까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올시다" 입니다. 인류가 진화한 것이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게임법이 진화한 것이죠.
<세살 버릇이 여든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올드 게이머들은 그들의 게임방법이 골수까지 새겨져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의식으로는 현재의 트렌드, 방법론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 그들의 게임법이 발목을 잡고 늘어져 고칠수가 없는 겁니다.

좀 더 게임내적으로 이해를 구해보면 브루드워 초창기 시절 저그를 제외한 모든 종족은 본진과 앞마당을 제외하면 사실상 방어선이
필요 없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다수 확장을 통한 넓은 방어선을 구축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문 시절이었죠.
그래서 필연적으로 교전이 게임승패의 가장 큰 핵심요소였습니다. 자원 확보자체가 현재와는 다르게 소규모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소규모 전투에서의 패배가 굉장한 손실로 이어지고 그것이 게임패배로 직결되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올드게이머들은 교전컨트롤에 굉장히 신경을 쓰게 되었고 가능하면 이기려고 들었죠.
이 패러다임 내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것은 임요환선수였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더불어 저축테란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었죠. 그러나 저축테란임에도 불구하고 승리 했습니다.
과거의 게임양상에서는 그 정도의 자원세이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후반 뒷심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요컨대 먹는것이 소규모로 비슷하고 전투에서 승리한다면 변수없이 내가 이긴다는 마인드가 뿌리깊이 박혀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에 들어서는 극초반의 교전실수가 아니라면 약간의 교전 손해는 충분히 만회할 여지가 많습니다.
더욱이 중후반에 들어서는 국지전에서의 소규모 전투보다는 대규모전투 혹은 다수의 국지전 양상으로 게임이 흘러가고 있죠.
많이 먹고 많이 싸.. 아니 많이 쏟아내는 게임양상에서 예전과 같은 정교한 컨트롤보다는 여러곳의 효율적인 전투가 더 필요한
법입니다. 이 부분에서 올드게이머들은 자연스럽게 혼란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들이 익힌 게임법에는 이러한 부분이 매크로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손에 익은 대로 , 뇌가 기억하는 대로 각 교전마다
최선의 컨트롤을 하려고 합니다. 물론 의식은 이곳은 대충 싸우고 다른 화면, 다른 전장으로 내달리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뿌리깊은 교전의식을 쉽사리 떨치지 못해서 최신의 게이머들보다 더 많은 손동작,시간이 걸리고 의식의 쏠림현상을 경험하게 되죠.
사실 올드게이머들의 교전자체만 보면 지금 최고의 게이머들과 비교했을때도 크게 부족한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그러한 난전상황을 게임 내에서 겪어서 이미 게임이 질만한 상황이라던가 자신감 부족으로 소심한 플레이끝에 포인트를 차츰차츰
잃어서 물량이 부족하다거나 테크가 미묘하게 늦어서 대규모 교전시에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을 뿐이지요.

그런 측면에서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택용 선수를 살펴볼까요?
김택용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라도 첫손에 꼽을만한 것이 멀티태스킹 능력입니다. 혹자는 피지컬이라고도 합니다만..
여러곳에 다수의 컨트롤이 필요할 때 김택용 선수는 거의 대부분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모든 교전을 마무리 짓습니다.
그와 동시에 물량 뽑는데에도 소홀함이 없습니다. 더욱이 테크건물이나 멀티를 하는 것까지 거의 완벽에 가깝게 해냅니다.
그런데 중소규모 교전에서는 발군의 능력을 보이지는 못합니다. 깍아내리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다른 능력들에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가장 최근의 게임 아발론 MSL 8강 대 변형태전을 보도록 하죠.
극초반 마린+탱크의 소수유닛간의 교전에서 김택용은 소수 드라군으로 많은 이득을 챙기는데 성공합니다.
그가 잘하는 난전상황에서와 같이 소규모 컨트롤은 훌륭하게 해냈지만 7~8드라군 VS 3탱크 ,5~6벌처의 교전에서는 처참하게
패배하고 맙니다. 물론 변형태 선수의 컨트롤이 훌륭했던 탓도 있지만 S급 선수의 S급 컨트롤 결과라고는 하기 힘듭니다.
그 이전 김택용 VER1 시절에도 그런 교전컨트롤에 생각보다 약한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했습니다.(이를테면 몽환2 대 변형태(?)전)

속단하기는 이릅니다만 다음과 같은 가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김택용등이 게임을 배울 시기에는 최연성식의 최소 병력을 통한 빠른 멀티 확보의 시대였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방법론이
각 종족마다 발달하는 시기였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속에서 김택용등의 현재 최고의 선수들은 소수 유닛 컨트롤을 익히고
많은 자원, 더 많은 자원 확보를 위한 넓은 방어선 또한 그것을 찌르기 위한 난전 능력을 필수적으로 장착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어떤 방법론의 주입식 교육없이 그러한 부분을 갈고 닦아 왔다는 것입니다.
올드게이머들의 교전의식에 얽매일 틈도 없이 그런 부분들을 건너뛰고 왔기에 현재 트렌드에 맞는 멀티태스킹의 기반을 마련했고
프로입문을 했을때 그러한 토양 위에서 멀티태스킹의 꽃을 피우게 되었다는 것이 저의 가설입니다.
덕분에 버려진 것은 소중규모의 교전 경험이었고 현재 변형태 선수나 홍진호 선수와 같이 올드타입의 선수들이 초중반에 찌르는
의외의 일격에 의표를 찔리는 모습이 나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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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25 01:22
수정 아이콘
본격_송병구_까는글.txt
송병구 선수나 마재윤 선수, 정명훈 선수 이런 게이머들은 손 그렇게 안빨라도 잘하던데요.
순수 손속만 치면 제일은 한동욱 선수고...
09/07/25 01:36
수정 아이콘
TheCube님// 빠른 손이 멀티 태스킹을 도와줄 순 있겠지만, 그 순간 필요한 요소들을 골라내는게 훨씬 중요하겠지요.
정명훈 선수도 손이 생각보다 느리지만 중계 화면을 보면 그때 그때 필요한 컨트롤을 여러군데서 꼭 하고 있죠.
서지훈'카리스
09/07/25 01:37
수정 아이콘
스타를 처음에 어떤 시기에 접하고, 어떻게 배우기 시작했느냐
이 차이가 멀티태스킹 차이를 만들었겠고, 이게 세대차이겠죠(물론 천부적인 재능 필요)
하트브레이크
09/07/25 02:06
수정 아이콘
변형태선수 올드 타입..?
09/07/25 05:21
수정 아이콘
멀티태스킹 능력은 마우스 움직임 습관에 따라 갈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선수들 개인화면을 보면 일꾼에 의미없는 마우스 드래그를 한다던가 원하는 잘 움직이고 있는 유닛을 여러번 클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행동을 습관적으로 함으로써 전장에서 필요한 컨트롤을 못한다던가, 화면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생겨 멀티태스킹을 못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습관들이 움직임이 깔끔하다 지저분하다를 말하는 것과 동시에 상황에 따른 정교한 클릭을 가능하게 해주거나 클릭미스를 유발하는 요인될 수 있다고 생각하네요.
래토닝
09/07/25 07:22
수정 아이콘
u보트때의 기억을 내보면
최연성 선수가 최초 적 본진에 투 드랍쉽에서 내린 마메 병력 럴커에 꼬라박지만 않았어도 그런 혈투는 벌어지지 않았죠...
전 녹아내리는 마메병력을 보며 경악을...
09/07/25 08:58
수정 아이콘
임요환선수의 지금 실력은 최전성기시절에 비교하면 넘사벽입니다.
갑자기 부진을 겪는 선수의 경우 그 이유는 대부분 그 선수의 실력하향이라기 보다는 타선수의 실력향상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코카콜라배 시절 임요환선수가 지금 온다면 공방승률 50%도 힘들 듯 하네요.

그리고 올드게이머들이 올드한 플레이를 하고
새로나오는 신인들이 최근 트렌드에 따라가는 플레이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신인들이 스타를 접한게 더 최근이라서?
프로게이머 왠만한 선수들 다 10년이상 스타 한 게이머들입니다.
단지 최근 트렌드에 맞게끔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올라오기에, 신인들=트렌디 라는 인식이 생기는거죠.
자연선택설 비스무리한 뭐 그런겁니다.
I have returned
09/07/25 09:47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는 애초에 잠재된 기량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요환, 홍진호는 그 당시의 스타판만 놓고 보았을때는 가장 잠재능력이 우수한 선수였음은 분명하지만
지금은 판 자체가 그와 비교도 안되게 커졌고 수많은 선수들이 유입되었고 실력이 안되면 일찌감치부터 도태되었죠
쉽게 생각해서 당시 기준으로는 반에서 일등하는것만 봐도 잘하는것 같았는데 지금은 전국 등수 석차를 따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지금 시점이 그런 인재의 풀이 어느정도 한계점에 다다른 시점이라고 보입니다
지금 최고의 선수들인 이제동, 김택용, 이영호 정도의 선수들은 단순히 전성기로만 따져도 지금 상당한 기간이 지났고 이들보다 압도적인 기량을 가지고 나타나서 완전히 물갈이 되는 상황은 쉽게 나오지 않을것 같네요
백년지기
09/07/25 19:15
수정 아이콘
20대초반 10대 극후반에 게임을 처음 접한, 그것도 현재처럼 효율적으로 짜여진 빌드를 접하지 못한 게임 세대와

10대 초 아니 그 이전부터 마우스와 게임을 접하고 최신 빌드를 처음부터 배운 세대와 누가 더 성장이 빠를까요?

게임 리그가 10년이 이제 막되려는 시점이기 때문에 생기는 스타리그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09/07/25 19:38
수정 아이콘
The_CyberSrar님의 가설이 맞다면 그런 영향은
지금 선수들이 스타2로 옮겨갈 때도 그대로 따라가겠군요 흠
The_CyberSrar
09/07/25 21:18
수정 아이콘
Utopia님// 저도 그러한 점을 재미있게 생각하고 스타2 리그가 열리면 그러한 측면을 관심있게 볼 생각입니다.
빌드의 최적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올드게이머들의 승률의 변화, 그리고 현재 게이머들의 승률변화가 예상대로 흘러가는지
혹은 스타1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게임이 흘러갔을 때 최종적으로 올드 VS 현재 혹은 스타1 게이머 VS 스타2 게이머 들의 승률향방
혹은 워크 게이머 VS 스타1+스타2 게이머들의 승률향방등 재미나게 관전할 요소들이 생길 것 같습니다.
개념은?
09/07/25 23:56
수정 아이콘
멀티 태스킹과 컨트롤은 별개죠.
송병구선수는 멀티 태스킹은 약할지 몰라도 컨트롤은 그 누구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인하대학교
09/07/26 02:33
수정 아이콘
스타크에서 멀티태스킹, APM보다 더 중요한건 얼마나빨리 판단하고 행동하고
하는 그런것들이 기계적으로 계속해서 빠르게 돌아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운좋게 프로게이머분과 한 게임하면서 느낀건데 그분은 아예 게임을 진행하는 템포가 저랑 다르더군요
대규모교전이나 난전후에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해지구요..

그럴때는 멀티태스킹, APM이 빛을볼수도있을거같은데 송병구, 정명훈같은 선수들보면
꼭 그렇지도않은거같구.. 결국 얼마나 빠르게 기계적으로 끊임없이 두뇌가 돌아가냐가 문제인거같네요
물량생산>인구수확보>미니맵확인>물량생산>인구수확보>미니맵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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