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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6/05 16:06:46
Name 드론찌개
Subject 나의 스타크래프트 이야기
나름 폭풍같았던ㅡ.ㅡ 20대 초반, 혜성같이 임요환이 나타났습니다.
우연히 그의 기발한 경기를 목격하는 행운을 잡은 저는, 그의 경기스타일에게 반해서 스타방송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대 김동수전, 센터 배럭 마린메딕 러쉬,
대 조용호전, 뻔히 보고 있는데 쓰리배럭 날리고 팩토리까지 날려서 저그 본진에 살림차린 경기,
남들 투스타 올리는 테테전에서 투팩 올려서 소수 골리앗 탱크 터렛 러쉬로 압도하는 경기들,
아, 그리고 일꾼비비기로 미네랄 넘어가기를 최초로 선보인 것도 임요환 선수입니다.
상대진영과 미네랄로 막혀있는 맵이어서 다른 선수들은 섬맵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임요환 선수는 저그를 골라서 드론을 넘겨 해처리를 지은 다음 저글링 러쉬로 경기를 끝냈죠.
스타는 유닛이름밖에 몰랐던 제가 보기에도 무지하게 재밌고 흥미진진한 경기들이었습니다.
임요환 선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게임큐 게시판에서 난리가 날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인기는 더 많았죠.
그 시절의 게임큐 게시판, 임성춘 선수는 게시판의 도전자와 게임을 해서 초반 러쉬로 끝내버리고(나중에 pgr회원이 본인이라고 커밍아웃했죠),
임요환 선수는 술먹고 들어와서 뻘글을 남기기도 했고요,
임요환 선수의 꼼수에 욱한 송병석과 아이들 사건은 뭐 워낙 유명해서 다들 아실테고...
아무튼 슈퍼스타의 등장과함께 제 2의 태동기를 맞은 스타판이 꿈틀꿈틀거리고, 그렇게 스타 경기를 즐겨 보던 저는 직접 플레이 하기로 결심합니다.
당시에 즐기며 마시던 술이 점점 도가 지나치게 되서 어느순간부터는 눈뜨면 술부터 찾을 정도로 심각한 알콜문제를  겪었는데
스타크래프트 시청과 플레이는 그걸 극복하는데 정말 엄청난 도움이 되었습니다.
(알콜문제나 우울증 있으신 분들은 혼자 극복한다고 병을 키우지 말고 꼭 병원부터 찾아가셔서 상담받고 처방도 받으시길 바랍니다.)
스타를 직접하기로 결심한 1차적인 동기는 '더 재미있게 보려고...'
잘 몰라도 저렇게 재밌는데 잘 알면 얼마나 더 재밌을까... 이렇게 단순하지만 명쾌한 생각이 들더군요.
며칠동안 일꾼 나누는 연습만 죽어라 한뒤, 또 일주일동안 12드론 앞마당하고 컴퓨터랑 뚝딱거리면서 이것저것 뽑아보고 단축키 외우고 부대지정 활용하는 연습만 죽어라한뒤, (오덕스럽다능.. 항가항가)
슬슬 실전을 치루는데, 연습을 체계적으로 해서 그런지 실력도 쑥쑥 잘 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스타크래프트. 헌터 3:3과 로템 1:1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1000승짜리 아이디 하나와 3000승짜리 아이디 하나도 생기고요. 몇백승 정도의 아이디는 몇 개나 있었고...
감이 최고조에 달했을때는 피지투어 b+찍고 공방에선 지질 않았죠. 20판하면 한 게임 정도 패했으니까요.
그땐 정말 스타리그 보는 것도 무지하게 재밌었습니다.
세세한 타이밍, 컨트롤, 그리고 사소한 유닛 움직임의 심리까지 꿰뚫어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그만두게 되는데... 슬슬 질리기도 했고, 일도 해야 했고,
결정적으로 테란으로 스타를 시작한지 4개월된 친구가 저를 능가하게 되서 허탈함을 느꼈지요.
온리 저그 유저로서 대테란전의 어려움을 늘 느끼고 있었지만,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겁니다.
잘하는 테란이 대놓고 장기전을 유도해서 땅따먹기 싸움하면 게임을 재밌으라고 하는 건지 스트레스 받자고 하는 건지 모르는 상황이 되버리니...
저그를 판 게 어찌나 후회스럽던지요, 제가 아마 테란유저였으면 지금까지 열심히 스타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각설하고, 지금 스타를 아예 그만둔지 1년정도 되는데요,
미친듯이 할 때의 감이 아직도 조금은 남아있긴 하지만, 맵도 많이 바뀌고 경기양상도 많이 바뀌고 그래서
예전만큼 보이지가 않으니까 시청하는 재미도 확실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짬을 내서 다시 스타를 시작할 생각입니다. (사실 어제 했는데 처참하게 연패해서 아직 안 한 걸로 치려고요.)
스타 방송 시청자 분들께, 저는 꼭 스타크래프트라는 매력적인 게임을 직접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플레이 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잘 하려는 노력만 있다면 분명 빠른 속도로 실력이 늡니다.
그리고 그 느는 과정이 무척 즐겁고, 더불어 스타리그 시청은 더더욱 즐거워집니다.
꼭 무슨 사이비 약장수 같은데,
저는 제가 방황하던 시절에 활력을 주고 저를 이끌었던 스타크래프트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나는대로 마구 쓴 두서없는 글을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스타크래프트의 세계로 인도해준 임요환 선수의 성공적인 복귀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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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05 16:16
수정 아이콘
저그유저시면서 임요환 선수를 응원하시기 쉽지 않을 텐데.. 라고 말하는 저도 저그유저 + 저그팬 + 임요환 선수 팬입니다. ^^; 한참 안 되는 실력이지만 가끔 1:1 하면 그래도 공방에서 반타작 정도는 했던 거 같은데 저도 테란전에서 벽을 느끼고 관뒀습니다. -_-; 뮤짤이 나오기도 훨씬 전이니까 그만둔 지가 꽤 됐네요. 요즘에는 가끔 인공지능 컴하고만 놀기는 합니다만..(신맵도 익힐 겸해서...)

직접 하면 보는 재미가 더 는다는 건 확실히 맞는 말 같긴 합니다. 저는 부족한 시간 + 졌을 때의 스트레스 때문에 안 하고는 있지만요. 다시 실력이 부쩍 느시길 바랍니다. 덧붙여 저도 임요환 선수의 성공적인 복귀를 기원합니다. ^^
용스타
09/06/05 16:34
수정 아이콘
커리어를 떠나서, 올드팬들이 임요환에 열광하는 것은
스타 초창기, 그가 선사해 준 새로움들 때문일 것입니다.
새로운 전략, 독보적인 컨트롤...외모....쇼맨쉽....승부욕....눈빛.... 그 전의 선수들에게는 볼 수 없었던 이런 새로움들...
사실, 임요환의 겜큐시절 플레이는 접하지 못했지만, 한빛때부터 보아온 모습만으로도
언제나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시절 그가 보여준 대저그전의 전략과 컨트롤이란 정말.........
임요환선수가 점점 페이스가 떨어지고, 이윤열과, 다른 후배선수들에게 최강의 자리를 물려주기 시작할 때,
그가 이제 최강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올림푸스 때 서지훈에게, 3:0으로 진 이후로 기억합니다.
이제는 더이상 '무적의'임요환이 아니라는 것을 간신히 인정한 때가......
그렇다 하더라도 경기 시작전에 임요환만큼의 설레임을 전해 준 선수는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저도 임요환 선수의 성공적인 복귀를 기원합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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