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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4/14 01:01:43
Name 산화
Subject 옐로우.. 추억...
02년 겨울쯤인가.. 우연히 당신의 경기를 보게된 적이있다.

내가 좋아하던 종족인 테란을 쉬지않고 몰아쳐서 공격하던 한 저그 플레이어가 눈에 띄었다.

홍진호라고 했던가..? 내겐 단순한 중압감으로 느껴졌다.

그냥 단순한 중압감일뿐.. 애초에 매력따위는 느껴지지 않던 저그에게 호감같은건 없었다.





2003년 올림푸스배 4강에서 당신이 박경락과 경기하던 모습을 봤다.

아프다고 했지만 지금생각해보니 핑계였던것 같기도하고.. 잘모르겠다.

별 기대안하고 봤는데 첫경기에서 발업저글링으로 스피디하게 박경락을 쓸어버렸던 모습에서 처음으로 저그라는 종족에게 전율을 느꼈던것같다.

당신은 3:0으로 당시의 기대주였던 박경락을 격파하고 결승에 올라갔다.

결승은 오랜만에 올라온 홍진호와 신예 서지훈과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이목을 끌게되었다.



사실 이때만하더라도 저그라는 종족에게 애정같은건 없었다. 뭘해도 멋이없고 단순한 종족이었기 때문에..

올림푸스배 결승이 시작되고, 2경기 네오비프로스트전에서 그전까지 스타리그를 보면서 느껴보지못했던 어떤 말로 표현할수가 없었던 전율을 느끼게 되었다.

극도로 적은 드론수, 테란의 한방병력을 집요하게 괴롭히며 베슬을 떨구고 기어코 막아내고..

퇴각하는 테란병력의 뒤에 엄재경해설이 자객이라고 부른 러커 두기로 압살하는 모습.. 그리고 극악의 테란의 압박을 모두 막아내고 그 적은 드론수에서 쥐어짜낸 디파일러를 동반한 저그의 러쉬..

다크스웜을 뿌리며 테란의 진영속으로 들어가고, 한걸음씩 앞으로 저그의 병력이 진출할때 뭐랄까.. 처음으로 저그라는 종족의 매력을 느꼈던것같다.

비록 뒤를 돌아 움직이던 어이없던 테란의 특공대 마린메딕에서 홍진호의 본진은 허무하게 쓸렸지만, 이 경기는 내게 정말 충격적인 경기였다.

안타깝지만 멋진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홍진호는 결승에서 지고말았고, 서지훈은 1위를 차지했고 그는 눈물을 흘렸다.



난 홍진호의 열혈팬이되었고, 홍진호의 경기가있을때마다 모두 찾아서 시청하게되는 버릇이 생겼으며, 나아가 모든 저그를 응원하게되는 저그의 팬이되었다.

그 이후에도 한동안 홍진호는 강력한 모습으로 건재했지만, 그는 더이상 결승에 올라오지못했다.

군대에 다녀온 나는, 홍진호의 마지막 폭풍은 06년 여름의 한동욱과의 4강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홍진호는 프로리그에서조차 보기힘든 존재가되었고.. 07년 언젠가부터는 아예 출전조차 안하게되었다.

그는 스타를 사랑하던 소규모 게임리그에서 이제는 대기업의 투자장이 되어버린 e스포츠판에서, 그 모든 역사를 몸소 체험한 거대한 거인으로 잊혀져갔다.

거인은 pc방에서 시작되는 자신보다 10년가까이 어린 선수들과 펼치는 하위리그의 굴욕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각과 노는듯한 플레이로 일관하며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

거의 모든 e스포츠의 팬들이 자신에 대한 바램을 가지고 있다는걸 알면서도, 그것을 모두 무시하고 그는 스스로 묻혀짐을 택했다.

거인을 초창기부터 봐오던 나를 비롯한 e스포츠 팬들은 이제는 나이를 먹었고.. 거인 역시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되었다.

이제는 단순히 즐겁게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스타만 할수가 있는 현실이 아니라, 인생자체를 심오하게 생각하고 설계해야되는 시기가 왔다.

그는 스스로 표류를 택했으며 세상을 관조하며 2007년을 마감했다.






그러던 그가 오랜만에 리그에 등장했다.

프로리그에서 정말 오랜만에 본 당신의 러쉬..

클래식에서의 다시 부활된 가난한 플레이와 쉬지않고 몰아붙이는 플레이..

느꼈다. 자존심을 버리고 굴욕을 삼켰다는 사실을..

어쩌면 이제 프로게이머로서의 마지막 모습을 처절하고 의미있게 장식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참 끈질기고 추악하였기에, 사랑받고 또 증오받는 요환이형에게 한 수 배웠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흐뭇했다.

이제야 단지 멋만 추구하는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진정한 내면의 프로게이머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나를 비롯한 당신의 팬들은, 스타를 자주 시청할 여유는 없고 예전만큼 자주보지도 않지만.. 당신을 응원할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다.

실력은 예전만큼 나오지않고 이제는 청년이 된 당신이지만,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대에게는 우리와같은 한없는 스타에 대한 열정이 남아있다.

당신과 젊음을 함께했던 초창기 스타판의 그 뜨거웠던 여름으로..

마지막으로 한번더 우리를 초대해줬으면한다.

당신과 우리들모두가 단지 앞만 보고 달렸던 그 2000년대초 뜨거웠던 젊음의 추억속으로..





당신의 실력이 아니라, 이제는 당신의 마지막 열정을 보고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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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14 01:32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임선수의 팬이지만,,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선수죠...
솔직히 스타판에 몸담았던 분들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을 임선수에 대한 연민과 함께.... 홍진호선수의 우승 또한 바라고 있지
않을까요? 아마 모든팬들이 홍진호선수의 우승을 마음 한켠엔 바라고 있을 겁니다...

솔직히 지금 기량으로 우승은 힘들거라 봅니다... 냉정하게... 하지만 보여주십시오.. 오늘 클래식에서의 경기처럼
환상적인 폭풍러쉬를 말입니다. 당신이 존경하고, 당신을 나락으로 빠트렸던 임요환 선수는 아직까지도 자신이 아닌
누구도 할 수 없는 기발한 전략으로 신예들과 당당하게 5:5 승부를 펼치고 있습니다.

당신은 누가 머래도 그 임요환 선수가 인정하며, 임요환 선수에게 저그가 다 쓸려나갈때, 묵묵히 그와 맞섰던 사람...
임요환 선수도 지금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악물고 필사적으로 연습하고 있겠죠..
당신도 당신만이 할 수 있는 폭풍러쉬로 당신의 한경기 한경기의 승리가 팬들의 가슴을 적실 수 있게 해주십시오..
개의눈 미도그
08/04/14 01:41
수정 아이콘
어째 맵 이름부터 심상치 않더니(블루스톰, 카트리나, 폭풍의언덕...대 놓고 콩 밀어주긴가요?)
결국 폭풍다운 운영으로 승리하는게 너무 재미있었습니다..한 동안 이런 모습을 못 보여줘서 많이 아쉬웠었죠..
2경기 카트리나에서 '드론은 인구수에 방해만 될 뿐' 하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지는 경기도 폭풍스럽게 져서 세 경기 다 재미있었어요. 까는건 아니구요 :D
역시 홍진호! 라는 생각이 든 하루였습니다. 64강전도 기대해 볼렵니다
당신은저그왕
08/04/14 02:30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의 거듭된 준우승은 분명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그러나 그는 준우승 할 만 했습니다. 오늘날의 송병구 선수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부로 그의 업적을 폄하 하려는 것은 아니고 또한 '운이 없었다'라며 애써 위로 해 주는 것도 충분히 그만의 색깔을 드러내어 준다고 보기에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홍진호 선수...준우승만 5번이라는 문장에서 느끼는 안타까움에서 그만의 테마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 아닐까요? 어떤 쪽으로든..그러니 질질 짜지 마시라구요. 홍진호 선수의 팬 분들...힘내세요!
silberio
08/04/14 07:26
수정 아이콘
홍진호선수 끝까지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주세요.
08/04/14 09:30
수정 아이콘
당신은저그왕님// 솔직히 운이 없기는 없었죠. 그 수많은 결승에 진출했으면도 항상 상대자는 당대 최강의 테란들. 한번쯤은 대진운 같은 것으로 프로토스라거나 약간 떨어지는 상대를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운이 홍진호 선수만은 지독히도 외면했죠. 뭐... 당대 최강 테란을 꺾으면 되지 않겠냐고 하긴 하겠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니까요. 정말 불운한 선수에요.

사실 KTF 팀은 그다지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홍진호 선수만은 참.. 애정이 가네요. 우승은 무리일지 몰라도 경기 경기마다 노력과 열정이 보인다면 홍진호 선수 역시 재평가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번 후기리그의 임요환 선수처럼요.
폭풍사마_
08/04/14 11:00
수정 아이콘
당신은저그왕님// 운이 좀 없기는 했습니다. 5번 결승에 가서 5번 모두 테란만.. 그것도 스타역사상 가장 강했다는 당대 최강인 4대테란만을.. 물론 항상 한끝차이로 그들에 비해 모자라서 준우승에 머무른것이지만.. 그냥 좀 아쉽긴 하죠.

그리고 코크배 결승은 라그나로크라는 희대의 테란맵이 있었고, 그 희대의 테란맵에 가려졌지만 1,5경기에 쓰여 임진록을 만들어냈던 홀오브발할라도 상당한 테란맵이었죠. (슈퍼파이트때 홍진호선수는 라그나로크도 아닌 홀오브발할라를 제외했죠.)
가장 아쉬운건 올림푸스배 결승이죠. 홍선수가 1경기에서 올인 저글링전략으로 서지훈선수를 완벽하게 뚫어냈지만.. 서지훈 선수의 pp요청으로 좀 어영부영하게 그경기가 무효가 됐죠. 그래서 홍선수는 재차 벌어진 1경기에서 5경기에 쓸 빌드로 승리하고 정작 5경기에선 이도저도 아닌 빌드로 무기력하게 패배했죠. 역사에 '만약' 이란건 없지만.. 돌이켜보면 좀 아쉬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수 없습니다.
The Icon
08/04/14 11:00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 제발 부활해주세요.
저에게는 아무리 부진해도 끝까지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선수입니다.
장경진
08/04/14 12:5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이제는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폭풍스타일이면 더욱 좋고요. 홍진호 선수의 경기를 앞으로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누리군™
08/04/14 13:36
수정 아이콘
더불어 같은 케텝팀인 강민 선수도 살아나셨으면... ㅠ_ㅠ
광빠로서 기다려봅니다
완전연소
08/04/14 14:31
수정 아이콘
프로리그 경기에 이어서 곰티비 클래식까지 봤는데 정말 울 뻔 했습니다.

좋은 스타트를 꾸준히 이어가 주시기 바립니다 ^^
저에게는 아무리 부진해도 끝까지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선수입니다. (2)
김다호
08/04/14 15:22
수정 아이콘
힘내시길 공군가시지 전에 한번쯤은 높이 올라가세요~~~
(우승하라고 차마 응원을 못하겠다;;)
근데 리플에는 이모티콘 써도 되나요??? 으윽 위에 쓰는거보니깐 쓰고싶어(이것도 중독이다)
RedStorm
08/04/14 15:37
수정 아이콘
당신의 실력이 아니라, 이제는 당신의 마지막 열정을 보고싶기에..(2)
The Greatest Hits
08/04/14 17:21
수정 아이콘
그에게 포기란 없었죠~! 옐로우 당신의 힘을 보여주세요`!
안단테
08/04/14 19:14
수정 아이콘
요즘 홍진호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점점 사라져가는 제 자신의 열정도 돌아보게 됩니다.
언제까지나 응원하겠습니다. 옐로우의 끊임없는 도전을!!
08/04/14 20:16
수정 아이콘
위에서도 언급 했지만! 어제 경기의 여운이 남아서 한번더 적습니다..!!
임요환 선수가 자신을 본좌로 만들어주었던.. 임요환 선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전략으로 신예들을 누르고 있듯이..
당신도 당신만 할 수 있는 폭풍러쉬로 그 모습을 보여주세요...... 당신의 압도적인 승리를 바라지 않습니다..
한경기 한경기 마다 폭풍이 몰아치는 것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08/04/15 00:09
수정 아이콘
언제까지고 기다려 줄수 있는 두 선수 황제 박서와 폭풍 옐로우,,,
스타리그 결승에서 다시 한번 붙는 모습을 볼수 있기를,,,
꿈같은 얘기겠지만 언제까지고 기다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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