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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4/07 23:00:32
Name 변종석
File #1 rest.jpg (36.3 KB), Download : 19
Subject '반가움'이라는 감정.. 즐거움 그리고 또 설레임..




작년 여름에 베트남이랑 캄보디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하롱베이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한 달 정도 있었는데요. 돌아오는 길에 비로서 저는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답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스물 여덟의 여름을 맞아서야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제 스물 아홉의 봄을 맞이하고 있고,
내년이 되면 서른이라는 나이로 접어든답니다.
나이가 들수록 아주 단순한 감정에 더욱 더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봄을 알리는 따뜻한 공기가 코 속으로 들어올 때
왠지 모를 설레임을 느끼며 마음 속 가득 풋풋함(?)을 담으며 살고 있답니다.

화랑도를 테스트 하기 위해서
삼성전자에도 다녀왔었고 SKT에도 다녀왔었습니다.
테스트에 대한 아주 재미있는 뒷담화가 있지만
선수 보호(?) 차원에서 차마 말을 하기는 힘들어서 아쉽기만 하네요.

하지만 재미있었던 건 선수들도 가끔씩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자신에 관한 기사에 달린 댓글도 읽고 커뮤니티도 본다는 사실입니다.
설마 내 글을 선수들이 보겠어? 설마 내 글을 관계자가 보겠어?
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 설마하는 생각이 대부분 빗나간다는 거 아셨으면 하네요.
아마도 제 글 역시 많은 선수들과 많은 관계자분들이 보시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맵돌이닷컴을 가장 많이 들어가고요.
pgr이랑 파포, 스갤은 가끔씩 돌아보곤 하는데,
아래 있는 화랑도와 관련된 두 개의 글을 읽고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것이 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된 후에
글을 읽기는 참 많이 읽지만 답글은 전혀 안 달게 되었답니다.
맵을 만드는 사람은 말이 많아지면 오히려 더 큰 오해를 전달하기 때문이죠.

이 글을 쓰면서도 화랑도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맵 분석글도 많이 쓰고 맵에 대한 이야기 나오면
자신감 있게 답글도 달고 했는데, 지금은 제가 자신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되는 게 우려스러워서 글을 쓰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참 즐거운 시간들이었고, 참 설레이는 시간들이 올 것 같습니다.
선수들에게 오랜만에 앞마당 노가스 맵을 선보이게 되었고,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주 많은 수정을 통해서
비로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SKT에서 박태민 선수가 선배 게이머로써 맵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는데
선수들이 '노스텔지어'를 잘 모르고 있어서 많이 난감해 했답니다.
공식전에서 노스텔지어를 접해본 선수가 거의 없다는 걸 보고
참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하는 우울함 아닌 우울함을 느꼈답니다.

선수들도 각각의 특색이 있고 습관이 있겠지만
맵을 제작하는 사람들 역시 각각의 특색이 있고 습관이 있답니다.
브리핑을 위해서 SKT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하다가
"전 원래 중립건물이나 중립스웜같은 기계적인 장치를 맵에 쓰는 걸 별로 안 좋아하고
그냥 멀티 위치나 다리 혹은 언덕같은 구성으로 맵을 만드는 걸 선호하거든요.."
라고 했더니 박태민 선수가 "그리고 앞마당 노가스 맵도 좋아하시잖아요." 라더군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머리 속에서 맵을 구성하면서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방향으로
그리고 눈에 확 들어오는 맵을 만들고 싶어했고 그런 점을 선수들도 잘 알고 있더군요.
워낙 맵이라는 게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보니 선수들 역시 맵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타우크로스 이후에 아주 오랜만에 개인전 맵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청주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던 "성안길"이
있었긴 했는데 팀플맵이었죠. 지금은 기억 속으로 접어들기는 했지만요.

그렇다고 제가 맵을 아예 안 만든 건 아니구요.
지난 스타리그에 "문 슬래쉬"라는 맵을, 지난 프로리그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맵을
이번 프로리그에 "투혼"이라는 맵을 후보에 내었었습니다.
투혼 역시 앞마당 노가스 맵이었죠. 꾸준히 맵은 만들고 있었는데
개인전 맵에 오랜만에 쓰이는 것 뿐이랍니다.

그래서인지 더 신경이 쓰이고 가슴이 졸여온답니다.
프로리그 맵보다는 관심이 안 가겠지만, 제게 있어서도 큰 의미를 갖기 때문에
관련글 모니터도 많이 하고 선수들 대진도 꼼꼼히 살피고 버그 체킹도 확실히 하는 중이죠.

아주 예전에 노스텔지어와 기요틴, 남자이야기를 만들었었을 때
선수들보다도 맵을 더 열심히 응원하던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해요.
저는 아마 이번에 화랑도가 쓰일 때 맵을 아주 많이 응원할 듯 싶습니다.
선수들의 승패를 떠나서 재미있는 경기가 나오길 간절히 바라겠죠.

맵제작자는 잘해도 본전이라는 말을 우리끼리 하곤 합니다.
관심을 받지 않는 게 제일 좋은 거라는 넋두리이죠.
근데 왠지 저는 맵이 나오자 마자 쏟아지는 비난과 비판 그리고 약간의 기대감이 참 반갑기도 하답니다.
그저 이런 관심(?)이 오랜만이어서 일까요?
즐거움도 들고요.. 설레임도 듭니다..

아마도 이 글을 쓴 이후에 또 한동안은 글을 쓰지 않겠지요.
잘 살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나 봅니다.
청주에 있는 충북대 근처에 작은 호프집 하나 차려놓고
어린 친구(?)들과 함께 하루 하루 즐겁게 살고 있답니다.

"맵"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마음 속에는 늘 "프로"라는 단어를 교차시킵니다.
사실 저도 스타리그의 팬이고 누구보다도 스타리그를 보는 걸 좋아합니다.
맵을 만드는 것은 그저 취미 생활이라고 말을 할 때도 있지만,
제 맵이 리그에 쓰일 때는 그 누구보다도 더욱 더 "프로"의 근성을 보여주고 싶어합니다.

결과가 어떨지는 사실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프로이기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후회도 없고, 망설임도 없습니다.
선수들을 믿고 제 자신을 믿을 뿐입니다.

스타리그를 볼 때 전 늘 즐겁습니다.
여러분들도 그 즐거움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선수들과 관계자와 방송 스테프들이 여러분의 즐거움을 위해 늘 노력한다는 것..
꼭 잊지 말아주세요.


행복이 함께 하길..




맵제작자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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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zardMo진종
08/04/07 23:04
수정 아이콘
노력하신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빕니다. 그래야 모든 팬들 기억에 남는 리그가 될테니까요.
08/04/07 23:05
수정 아이콘
오오 변종석님 오오
기억이나 하실런지 모르겠지만, BigFM에 고정하실 때 나름 열혈 청취자였습니다 ^^;; 그러고보니 BigFM은 어찌되었는지 감감무소식이네요... 최수정 아나운서와는 연락 되시나요? :)
Rosencrantz
08/04/07 23:17
수정 아이콘
성지순례~
08/04/07 23:21
수정 아이콘
내 자식이 얼마나 밸런스가 맞는 놈인지 얼마나 멋진 경험을 하게 될지 걱정반 기대반이실텐데요.
개인적으로 밸런스쪽은 걱정이 조금 되긴 해도 최근 2~3년간 고착화된 게임양상을 강제적 맵설정이 아닌
과거에 어느정도 검증받은 부분과 연계시켜 맵을 만드신건 잘 하신건 같습니다.
옛날생각도 나게 하고 모든 빌드를 수정해야 될 만큼 파급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디자인적으로도 심플하고 굉장히 기대가 되요. 그리고 예전같이 화려한 그림과 양상을 설명하셨던
그런 맵 설명보다 오히려 이런 담담한 심정고백같은 오랜만에 쓰신 이번 글이 훨씬 와 닿네요.
화랑도의 건투를 빕니다.
종석님도요.
스파키즈(__)
08/04/07 23:41
수정 아이콘
종석님 앞으로도 좋은 맵 기대합니다. 하루빨리 맵퍼들도 인정받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네요
compromise
08/04/07 23:44
수정 아이콘
좋은 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타우크로스처럼요.

수고 많으시네요, 응원할게요.^^
remedios
08/04/08 00:05
수정 아이콘
아무쪼록 좋은 맵으로 기억 받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좋은 맵 만들어 주시길
고독랑
08/04/08 00:09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글보다 더욱 궁금한건 충북대 어느 호프집인가요 다음에 놀러가게요
물빛은어
08/04/08 00:47
수정 아이콘
간만에 나온 앞마당 노가스 맵~~
어느 종족이 좋네 어쩌네..캐 삐리리(종족)맵이네 뭐라뭐라 해도 말이지요..
전 좋던데요.. 노스탤지어의 경기도 재미있었구요.
중립건물이나 마법이 들어가더라도 2가스는 앞마당에서 먹고 시작하는게 대부분이었으니까..
지금 보는 이들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맵을 '컨셉'맵이라고까지 하는 걸 보면말이죠..에휴..
예전의 그 희노애락을 느낄수 있을 만한 경기들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기대를 가져보렵니다.
수고하세요.
진리탐구자
08/04/08 01:04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박태민 선수가 현재 모든 프로게이머 중 가장 경력이 긴 것 같네요.
08/04/08 01:09
수정 아이콘
이야... 이젠 노스탤지어를 모르는 선수들이 주를 이루는군요. 격세지감을 느끼네요^^
08/04/08 01:53
수정 아이콘
매사를 꼼꼼하게 챙기는 박태민 선수라서 유독 더 그런게 아닐지...

박태민선수가 직접 맵을 만든다면 doodad 셋팅하는데만 몇시즌 걸리는거 아닐까요? ^^
[KIA]윤석민
08/04/08 07:13
수정 아이콘
충대근처 작은 호프집이 어딜까...
마음의손잡이
08/04/08 09:19
수정 아이콘
모르겠습니다. 선수들이 개인리그에도 집중해서 연습한다는 가정하에 새로운맵에서 새로운양상으로 재미가 나올텐데
그러지를 않으니...
그대는눈물겹
08/04/08 12:29
수정 아이콘
지금까지 하얀도화지 같은 맵에 매번 더블만 그렸던 게이머들이

다른 화랑도 라는 도화지에다가는 제발 더블만 그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08/04/08 17:59
수정 아이콘
화랑도 성공하시길 빌겠습니다.

잘해도 본전이고 못하면 비난.

네 그렇습니다. 그동안의 스타리그나 프로리그가 재미있었던 것은, 맵퍼분들이 맵을 재미있게 만들어서란 이유가 분명히 한 축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묻혀져 오다가, 한번 잘못되면 비난이 이어지는 행태가 반복되었고, 저란 사람도 그 선두에 있었습니다. 이 점 반성하면서 향후는 비판하더라도 가능한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항상 좋은 말씀만 드릴 수 없는 점은 부디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공로에 대해선 인정받아 마땅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화이팅입니다!!
08/04/08 20:09
수정 아이콘
4thrace님과 동감입니다.

완전 제가 하고 싶은 얘기인데 잘 표현하셨네요..
Syndrome
08/04/09 12:41
수정 아이콘
저도 4thrace님과 동감합니다!
맵퍼분들 힘내십시오
스타카토
08/04/09 20:18
수정 아이콘
저도 4thrace님과 동감합니다...
맵퍼님들 덕분에 재미있는 경기를 볼수있어요
언제나 감사하고있고
또 힘내세요~~
08/04/17 13:31
수정 아이콘
종석군... 잘 지내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본 지 3년 가량 된 것 같구만.
본문에 쓰여 있는 서른 얘기 보니, 참 세월 빠르구만...
언제 현이랑 진태랑 다 같이 한번 만납시다.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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