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08/04/03 20:52:14 |
Name |
TheInferno [FAS] |
Subject |
[단편] 2007년 3월 |
“전투가 끝났다고 합니다.”
“그래, 결과는.”
“Otter Corps의 거의 전멸에 가까운 패배입니다. 반면 P.A.T.측의 손실은 인명 재산 다 합쳐서 20%가 좀 넘는 정도입니다."
2007년 2월 24일 밤, 작전통제실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그들이 내세울 수 있는 마지막 정예군이었던 Otter Corps가 무너지면서 이제 독재자의 독재를 막을 방법은 없어진 것이다. 지금 그들에게 남아있는 것이라고 해봤자 Jaw Clan의 1만여명의 병력이 다였다. 반면 P.A.T.는 당장 동원 가능한 병력만 10만이 넘는다. 누군가 한숨과 함께 내뱉는 한마디.
“끝이구나...”
그리고 이어지는 긴 한숨. 또다른 누군가가 역시 한숨과 함께 말을 내뱉었다.
“우리의 마지막 카드였지요...”
또다시 침묵에 휩싸이는 작전통제실. 사실이 그랬다. 독재자와 그의 군단 P.A.T.에 대항하는 저항세력이 내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Otter Corps였다. 그런데 지금 그 Otter Corps가 무력하게 무너져 내렸다는 소식이 들린 것이다. 최고의 정예병력이 무너진 지금 저항세력의 붕괴는 시간문제였다.
다음날, 작전통제실 안으로 전령이 황급하게 달려들어왔다. 어찌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군단장급들이 모인 곳에 일반병사가 들어올 때 갖추는 기본적인 예의조차 잊어버린 듯 했다. 전령은 급기야 의자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엄격하기로 소문난 한 장군이 노기를 띠며 말했다.
“네 이놈! 무엇이 그리 급하더냐? 지휘관에게 갖출 기본적인 예의조차 잊어버린 게냐?”
전령이 간신히 얼굴을 들었다. 전령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숨도 엄청나게 몰아쉬고 있었다. 저래서야 무슨 소식을 들고 온 건지 몰라도 제대로 말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심스러웠다. 장군들 중 그나마 좀 인자한 편인 장군이 엄격한 장군을 달래며 말했다.
“이 친구가 가져온 소식이 일단 무엇인지부터 들어봅시다. 얼마나 급했으면 이러겠소? 물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징계함이 마땅하지만 일단 소식부터 들어보고 징계할지 여부를 따지도록 합시다. 이거 한잔 들고 말해보게.”
장군은 물 한 컵을 전령에게 따라주었다. 물을 마시고 간신히 숨을 돌린 전령은 자기가 가져온 정보를 말했다. P.A.T.가 저항세력의 마지막 거점인 이곳으로 오고 있으며, 그 군단을 지휘하는 장군은 독재자 그 자신이며 병력규모도 10만명 가량 된다는 것이었다. 대략 3월초쯤 이곳에 도착할 것이라는 보고도 덧붙였다.
전령이 나간 후 작전통제실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누군가가 항복 이야기를 꺼냈다. 또 얼마간의 침묵이 있은 후,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한 표정으로 작전참모 가운데 하나가 나섰다.
“아직 승산은 있습니다! 우리의 정예병 암흑기사단이 아직 전력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들을 이용해 게릴라전을 펼치고 혼란에 빠진 적들을 몰아치면 됩니다. 10만명이면 아무리 저들의 세력이 커도 보통 모으기 힘든 병력이 아닙니다. 그 병력들을 격퇴한다면 우리에게 기회는 다시 옵니다!”
그것을 불씨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입으로 전쟁하지 말라, 해보기나 하고 말하는 것인가, 한다고 해도 웬만한 견제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항복하는 건 지금까지 그렇게 끈질기게 싸워왔던 나날들을 부정하는 것이다, 작전통제실 내에 있던 사람들은 그런식으로 된다 안된다 양편으로 나뉘어 맹렬한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안된다는 쪽이 아무래도 우세했다.
그때 Jaw Clan을 지휘하는 장군이 등장했다. 아까의 엄격한 장군이 말했다.
“장군! 어디갔다 오는 것이오?”
“아하하... 좀 유명한 휴양지에서 놀다 왔지요. 재충전 겸 휴식 겸 뭐 하하하...”
“장군 때문에 Jaw Clan이 출전을 못했지 않소! Otter Corps가 무너졌소! Otter Corps 를 Jaw Clan이 도와주었다면 이길수도 있었을 것이고 져도 그렇게 무기력하게 지지는 않았을 것이오!”
“하하... 들었습니다. 게다가 그친구 지금 여기로 오고 있다면서요?”
“알고있군! 그럼 장군이 지휘하는 병력이 우리의 최후의 병력이라는 것도 알고있소!”
“알고있지요. 대비는 다 해뒀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자신의 작전을 설명했다. 그의 작전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것들이었다. 아까 긍정론을 설파하던 사람들조차 ‘저게 말이 되?’라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싱글벙글, 이긴거나 다름없는 사람이 지을 표정이었다.
“장군, 그러니까 그 작전대로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겁니까? 그건 오래된 전략을 다시 꺼낸 것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맞아, 오래된 작전이지. 이미 대응법도 다 나와있어. 사관학교에서 가르칠 정도라고.”
“게다가 P.A.T.가 그 작전을 모를 리가 없지.”
“저런 식으로 해봤자 우리의 피해만 더 커질 뿐이야. 차라리 항복을 하고 말지.”
“그건 아무래도 좀...”
“아니, 어쩌면 항복이 더 나을수도 있어. 지금 P.A.T.는 천하통일을 사실상 이룩한 상태에서 화룡점정하고 싶어서 이곳으로 오는 거라고. 기분만 잘 맞춰주면 저항세력을 숨겼다가 힘을 길러 나중에 다시 세력을 집결시키는 게 가능해. 충분히.”
웅성웅성하는 사람들, 그들의 머릿속엔 아까의 투지는 없어진 듯 했다. 그들의 마지막 군단인 Jaw Clan의 군단장이라는 게 한물간 작전을 대단히 신선한 양 내놓고 있으니 그들의 실망감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때 Jaw Clan의 군단장이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저 뿐인가요?”
사람들은 무슨 뜻인가 싶어서 말을 중단하고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여전히 능글능글한 웃음을 띤 채로 말했다.
“아직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말입니다. 저 뿐인가요?”
그날 그가 무슨 논리로 사람들을 설득했는지는 알려져있지 않다. 다만 확실한건 그 회의 이후 반대론은 고개를 숙였고, 작전사령부는 Jaw Clan의 출전을 허가했다는 것이다.
며칠 후 2007년 3월 3일. Jaw Clan의 1만여명의 병력은 P.A.T.의 10만 대군과 맞붙었다.
그리고...
ps. Jaw Clan 군단장의 저 대사는 슬램덩크에서 빌려온 겁니다 잇힝~
ps 2. 1개월 전에 썼으면 더 좋았을 건데 하필이면 오늘 생각나서 -_-a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