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무뇌자드의 실책
앞편에서는 우방테러 전술을 다루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것은 그다지 문제시되지 않는다. 그것은 우방테러의 존재감이 그다지 없기 때문이다. 목이 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당당한 힘싸움에서도 압도적으로 강한데 그런 자가 도망다니면서 테러 하는 플레이를 선택할 이유는 없다. 정말 밸런스 상 문제되는 것은 정면 힘싸움에서도 오크가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것이다.
그 시초는 ‘패왕’ 황태민이었다. 황태민에 의한 ‘레이더’의 재발견은 평온하던 오크와 언데드의 밸런스를 뒤흔들었다. 레이더의 등장은 오크에 강력한 유닛인 ‘핀드’의 발을 묶어 언데의 기동성을 봉쇄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원거리 위주의 군단이 근거리 위주의 군단 상대로 가지는 최고의 전술인 치고 빠지기를 무력화시켰다. 힘싸움에서 오크가 단연 우위에 서게 된 것이다. 얼마나 우위냐면 오크가 확장을 하면서도 병력에 모든 힘을 쏟은 언데드를 이길 수 있는 정도였다. 이건 대 언데드전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휴먼전, 나엘전에서도 모두 통용되는 것이었다. 즉, 황태민은 레이더의 재발견을 하였고 그것이 오크의 확장 타이밍 정립으로 이어졌다. 아아~~ 그는 정말 생각할수록 훌륭한 오크였다.
갑자기 이야기가 황태민 써킹으로 샜는데 그 후 한국의 자랑스런 6언데들은 황태민을 결국 극복해내었다. 황태민은 파괴적인 전투력을 자랑했으나 실수가 조금 있는 선수였다. 손은 빠르지만 멀티태스킹에 있어서는 허술함이 있었다. 견제중인 영웅이 6언데의 구울에 둘러싸이는 경우도 꽤 있었다. 이것은 그가 슬럼프에 빠지면서 더욱 심해졌다. 이렇게 황태민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 보스는 ‘그루비’ 마누엘 센카이젠이었다. 황태민의 플레이에서 ‘압도’라는 단어가 생각났다면 그루비의 플레이에서는 ‘완벽’이 떠올랐다. 황태민이 정립한 수많은 것들을 그대로 이어받아 본연의 완벽함에 결합시킨 그루비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최강자로 거듭났다. 오크에 상위 상성인 나엘의 최강자 ‘문’ 장재호에게는 근소하게 밀렸으나 그가 슬럼프에 빠지면서 그루비는 자연스럽게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6언데에게 그루비는 너무나 버거운 상대였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6언데는 그루비와 만났다하면 무난하게 발렸다. 그루비와 수시로 만나며 경합했던 오정기, 노재욱, 천정희, 조대희 모두 그루비 상대로 하프스코어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6언데는 꾸준히 성장하며 가끔씩 그루비를 제압하기도 하였다. 가장 통쾌했던 승리는 블리자드 인비테이셔널 최종결승이었다. 당시 그루비는 승자결승을 통해 올라왔고 천정희는 패자결승을 뚫고 올라왔다. 서양의 더블 엘리미네이션은 최종결승이 좀 다르다. 일단 최종결승은 3판 2선승제로 진행된다. 여기서 승자결승을 통해 온 선수가 이기면 그 선수가 우승자가 된다. 그런데 패자결승 통과자가 이길 경우 3판 2선승제를 다시 한다. 거기서 이긴 자가 우승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승자결승 통과자는 대회 진행동안 한번도 지지 않은 반면, 패자결승 통과자는 1패의 전과가 있어서 동등한 조건으로 결승을 할 경우 형평성에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즉, 천정희는 그루비를 3판 2선승제에서 2번 이겨야 했다. 이전 상대전적을 감안할 때 사실상 승부가 결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천정희는 두 번의 3번기를 통합하여 4:2의 기적같은 승리를 거두었다. 스타크의 3.3 대첩에 버금가는 충격과 공포였고 이것은 천정희가 선보인 데스팩트 (아군 유닛을 죽이고 그 유닛의 체력만큼 데스나이트가 회복된다) 에 그루비가 당황하여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그루비를 극복하지는 못하였다. 그루비는 꾸준히 성장하는 선수였다. 상대가 따라오면 다시 도망가는 그런 능력의 소유자였고 6언데는 끝내 그루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도 초기의 절망스런 격차에 비하면 상당히 근접하는 것에는 성공하였다.
이런 그루비를 정리해준 한줄기의 빛이 있었으니 그는... 아니, 그녀는 바로 미스 싱가폴 ‘카산드라’였다. 중국어와 영어, 한국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하다는 이 재색을 겸비한 미녀는 단숨에 그루비를 사로잡았고 정기를 송두리째 빨린 그루비는 그 잘난 성장 곡선을 상실하며 하락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그루비는 그저 좀 잘하는 오크에 불과하다.
그루비를 극복해갈 무렵... WOW에 신경쓰느라 워3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블리자드는 뜬금없이 패치를 하였다. 종족의 밸런스는 건드리지 않은 채 몬스터 배치나 드랍하는 아이템들을 수정하였다. 아이템을 어떻게 변경하였냐면 놀우드, 로스트템플, 터틀락 등에서 드랍되던 2레벨 소모성 아이템 (센트리워드, 라이트닝 쉴드, 보라물약, 일루젼완드)를 2스킬 영구성 아이템 ( +6 클러, 헤이스트 글로브, 서클릿, +2 아머반지)로 바꾸었다. 이렇게 바꾼 이유는 2렙 소모템 중에 라이트닝 쉴드가 휴먼에게 너무 치명적이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리고 무뇌자드의 이 선택은 오크와 언데드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박살내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오크의 블레이드마스터...
황태민이 활용법을 정립하였고 그것은 그 후 모든 오크 유저들에게 계승되어 제1의 선영웅으로서 활약하였다. 워3의 영웅들은 화려한 스킬로 묘사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의 일반 공격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블레이드마스터는 1레벨 노템 노스킬시 초당 데미지가 20으로 모든 영웅 중에 가장 강력하다. 그런트의 초당 데미지가 8.1 이라는 것과 비교할 때 정말 무섭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뇌자드의 이 패치는 블마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 헤이스트 글로브는 공격속도를 15% 올려준다. 블마의 초뎀이 23이 되는 것이다. +6 클러는 블마의 평균 데미지를 6 올린다는 것이다. 블마의 초뎀은 23~24 정도가 된다. 2개를 낀다면 그런트 한기를 추가한 것과 같다. 그것 뿐이랴. 블레이드마스터가 5레벨이 되어서 크리티컬 스트라이크 3스킬을 찍는다면 15%의 확률로 4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5렙 블마가 데스나이트를 집중적으로 노릴 경우 힐링템이 없다면 데나는 오래 살지 못한다.
예전 언오전의 초반 양상은 어느 쪽의 우세도 없이 대등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2테크가 되어서 레이더가 출격하고 쉐도우 헌터나 칩튼이 가세하여 오크에게 쏠리는 편이었는데 무뇌 패치를 통해 블레이드 마스터가 다수의 클러와 글로브를 장착하게 되자 1테크에서도 오크가 압도하는 형태가 생기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동수의 그런트와 핀드가 붙을 경우 핀드가 이기는 법인데 영웅의 아이템 요소 때문에 오크가 이기게 되었다. 핀드가 이 정도이니 체력이 훨씬 적은 구울은 말할 것도 없었다.
오크에 여러 인재가 출몰한 것도 언데드의 몰락에 영향을 줬다. 그동안 황태민-그루비- 홍원의 외에 특출난 인재가 없었던 오크는 어느 날 갑자기 3명의 강자를 탄생시켰다. 플라이-시아오티, 그리고 ‘린’ 박준이었다. 시아오티는 오래된 선수이지만 A급 강자로 각성한 것은 이때 즈음이었다. 박준도 마찬가지다. 이 3명 앞에 6언데는 벌벌 떨어야 했다.
과거의 영웅인 황태민과 그루비의 유산은 후계자들에게 내려져 언데드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루비가 오크에 공헌한 것도 상당하다. 그루비는 오크 심시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과거의 워3는 건물을 딱딱 붙여짓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졌다. 근접유닛들이 타워나 오크버로우에 붙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원거리 유닛에게 너무 취약했다. 그래서 그루비는 상대 원거리 유닛들의 사정거리를 계산하여 몸빵용 건물을 지었고 단순히 버로우 우클릭을 할 경우 버벅거리게 만들었다. 이것의 최대 피해자는 원거리 유닛의 덩치가 상당히 큰 언데드였다. 이때부터 오크는 대 언데드전 버로우 테러의 걱정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었다. 언데드로선 승리를 위한 몇 안되는 가능성마저 잃게 된 것이었다.
맵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샘맵인 ‘시크리트 밸리’가 만들어졌고 이 맵은 각종 워3 대회에서 공식맵으로 쓰이게 되었다. 샘맵이 로템, 놀우드를 포함하여 총 3개나 되게 된 것이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힐샘에서 싸울 경우 가장 강력한 종족은 오크이다. 그 이유는 힐샘이 유닛의 맥시멈 체력에 비례하여 회복을 시켜주기 때문에 체력많은 오크가 가장 혜택을 받는 것이 첫째이고, 힐샘 전투의 기본 전술인 체력 떨어진 유닛 돌리면서 회복시키기가 ‘레이더’를 보유하고 있는 오크 상대로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 둘째, 그리고 오크는 유닛 체력회복에 가장 많은 돈을 소비하는 종족인데 힐샘은 그것을 절약시켜주기 때문이 셋째다. 그래서 넓고, 힐샘이 있고, 2레벨 영구템들이 즐비한 로스트템플에서 오크가 언데드 상대로 8:2~9:1 정도로 유리하다고 필자가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언데드 내부의 악재도 있었다. 모든 플레이를 뛰어나게 구사하는 상위 언데드 중에서도 특히 핀드를 잘 쓰는 두 명의 인재가 있었는데 그 두 명이 모두 전력에서 이탈했다. 하나는 김동문이다. 유럽리그에서 맹활약하던 그는 IEG에서 창단한 팀인 ‘이스트로’에 스카웃되었다. 당시 스타크 중계권 사태에 일조했던 중계권 대행사 ieg는 비난을 무마할 생각인지 이스트로란 이름으로 여러 종목의 게임팀들을 만들었다. 김동문은 이스트로 워3 팀의 첫 멤버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후 이스트로는 아무런 선수영입을 하지 않았다. 장재호를 영입하려 했다고 하는데 연봉에서 너무 차이가 나는 바람에 MYM에 밀리고 말았다. 당시 어떤 국내 언론에서 장재호가 돈 때문에 고국팀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비꼬는 기사를 썼었는데 그 기자가 과연 워3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지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이스트로는 이 후 워3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돈이 적다해도 영입할만한 인재는 많았다. GO클랜의 유망주들이었던 샤이, 오지에, 스페이스, 민혁 등은 그 후 오랫동안 적은 연봉으로 유럽대회에서 뛰었다. 어쨌든 이로 인해 김동문은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한 것인지 실력이 급감하여 언제부턴가 대회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핀드 언데드의 발전을 이끌었던 ‘philbot’(필봇)이란 선수의 은퇴도 가슴아픈 소식이었다. 최고의 언데드는 한국 선수들이 차지했으나 언데드의 변화와 발전은 외국 선수들이 이끈 경우가 많았는데 필봇은 그 중 대표적인 선수였다. 언데드가 중립영웅 ‘나가 시 위치’를 쓰게 된 것도 필봇에 의한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악재들이 겹치면서 언데드와 오크의 밸런스는 완벽하게 무너졌다. 기존의 오크 강자들에 이어서 포커스, like(중국선수인데 라이크인지 리커인지 모르겠다), 후 등의 후발 주자들까지 최상위 언데드들을 무참히 짓밟기 시작했다. 심지어 나이트엘프 강자인 리마인드, 소주까지 언데드를 상대할 때는 오크를 한다. 한술 더 떠서 6언데인 천정희, 노재욱, 강서우마저 같은 언데드와 만날 경우 오크를 하여 쳐바르곤 한다.
그야말로 언징징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비단 오크전에서만 어렵다고 야언좆이란 말이 나온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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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입니다.
글을 읽다보면 카산드라가 누구인가 궁금합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109&aid=0000066143&
이중헌 선수가 경기할때 잠시 관객석에서 본거 같은데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W3 그루브 선수의 VOD를 살펴보면 그녀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언데드가 준신을 극복하는 것이 빠를까요, 카산드라가 준신과 사귀게 되는 것이 빠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