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언데드의 몰락
6언데...
워3 매니아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호칭이다. 한국을 오랫동안 지켜왔고 세계에 위세를 떨쳤던 최강의 언데드 6인을 말한다. 세계 최초의 래더 50레벨 ‘sweet’ 천정희, 한국 최초의 세계대회(eswc) 우승자 ‘Fov’ 조대희, eswc 우승자 ‘Lucifer’ 노재욱, 국내 메이저 대회 양대 준우승자 ‘Reign’ 강서우, 핀드 언데드의 최강자 ‘Gostop’ 김동문, 방송경기만 아니면 무적-팀플 능력도 겸비한 ‘susiria’ 오정기가 바로 그 6인이다.
너무나 강력했고 종족상 천적인 오크의 그루비를 제외하면 이들을 압도했던 자가 없었다. 전성기 시절 장재호를 가장 좌절시켰던 사나이가 바로 조대희였다. 하물며 하위종족인 휴먼이야 오죽하랴. 세계 최강의 휴먼이었던 토드는 항상 입버릇처럼 “Korea undead imba” (한국 언데드 사기) 라고 하곤 했다. 이들의 치세는 프로즌쓰론이 출시되고 나서 수년간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옛말이 되고 말았다. 나엘과 함께 가장 강한 종족이라 불리던 언데드는 종족상의 약점이 모두 드러나고 말았고 한없이 약해졌다. 워3는 스타크 3종족의 특성을 그대로 차용하였다. 예를들어, 프로토스의 건물 짓는 방식은 언데드에, 저그의 크립은 언데드에, 건물이 움직일 수 있는 점은 나이트엘프에, scv같은 전투형 일꾼은 휴먼에, 그리고 저그의 해처리-레어-하이브의 3테크 체제나 테란의 수리능력은 밸런스를 감안해서 모든 종족에서 주었다.
스타크에 없는 새로운 컨셉도 있었다. 오크는 인구수를 늘리는 밥집이 테란의 벙커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하였다. 단, 벙커에 비하면 오직 일꾼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과 잘 깨진다는 것을 다르게 하였다. 또한, 언데드는 금을 캐는 일꾼과 나무를 캐는 일꾼을 다르게 하였다. 금 캐는 일꾼은 ‘애콜라이트’라 하여 타종족의 일꾼과 비슷하였고 나무를 캐는 일꾼은 ‘구울’이라 하여 타종족의 기본 전투유닛과 비슷하게 하였다. 프로즌쓰론 초기까지 이 컨셉은 언데드에 굉장한 이점으로 작용하였다. 일반적으로 워3에서 나무를 캐는 일꾼은 7기 정도가 필요하다. 인구수로 보면 7인데 언데드는 그만큼을 전투용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같은 인구수로 싸우면 언데드를 못이긴다는 말이 나왔다. 유지비를 전혀 내지 않는 인구수 50타이밍에 타종족의 60 인구수와 대등하게 싸우면서 돈을 절약하는 것은 언데드의 최고의 전술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특성이 언데드의 약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순수한 컨셉의 일꾼이 단 5기 뿐이라는 것이었다. 앞서 워3의 커맨드 건물이 저그의 3단 테크와 비슷하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저그와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커맨드 업그레이드를 하는 동안에는 일꾼 생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테크를 올리는 도중에 일꾼 테러를 당하는 것이 치명적이라는 뜻, 그래서 워3는 오래전부터 테크를 올리는 중에 일꾼을 테러하는 것이 핵심 전술로 활용되어왔다. 그리고 이것에 가장 취약한 종족이 바로 언데드이다. 다른 종족은 일꾼 테러를 당할 경우 나무 채취에 타격을 받게 되지만 언데드는 금 채취에 타격을 입는다. 워3에서 금의 가치는 나무 가치의 2배 이상이다. 테러로 애콜라이트를 2기만 잡아줘도 언데드 금채취의 40%를 떨어트릴 수 있다. 게다가 애콜라이트는 나이트엘프처럼 건물로 보호받을 수도 없어서 잡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언데드 특성의 단점은 이뿐이 아니다. 일꾼의 역할이 자원 채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꾼은 수리도 해야 한다. 타종족은 상대가 건물을 공격할 때 가볍게 일꾼 몇 기 보내면 되지만 언데드는 금을 캐는 5기 뿐인 애콜라이트를 수리로 파견해야 한다. 수비를 오래 할수록 금도 덜 모이게 된다.
이런 언데드의 약점을 가장 잘 파고드는 것이 바로 오크의 ‘우주방어 and 레이더 테러’ 전술이다. 그동안 여러 칼럼에서 필자가 언징징, 사휴난을 많이 해서 필자를 언데드나 나이트엘프 유저로 아는 분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오크 유저이다. 실력은 대단치 않지만 언데드는 상대가 누구더라도 그렇게 걱정되지 않는다. 우방테러전술은 오크와 언데드 유저의 실력 차이가 매우 크다 해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최강의 전술이다.
이 전술은 맵이 4인용 이상이면 더욱 강력해진다. 이게 왜 사기적인지는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언데드의 군대가 시멘트 바른 타워를 다수 갖춘 오크의 방어진을 돌파하는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리지만 오크의 레이더 군단이 언데드의 건물을 박살내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오크는 일꾼으로 수리를 할 수 있지만 언데드의 애콜라이트는 레이더의 그물에 걸려 수리를 할 수 없다. 언데드는 오크의 건물아머에 큰 데미지를 입힐 유닛이 없다시피하지만 오크는 언데드의 건물아머에 150%의 데미지를 입히는 레이더로 가득차있다. 언데드가 타워를 지으려면 295원의 금이 들지만 오크는 110원만 있으면 된다. 언데드가 오크의 본진을 공격할 동안에는 아무런 수입이 없지만 오크가 언데드의 건물을 때릴 동안에는 ‘필리지’란 오크의 특성을 통해 적지 않은 돈을 ‘약탈’할 수 있다. 언데드의 타워는 충돌범위가 커서 다수의 레이더에게 노출되지만 오크의 타워는 충돌범위가 워낙에 작아서 근접유닛으로는 몇 마리 붙을 수가 없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그 때문에 서로 상대방의 본진을 공격한다면 먼저 타운포탈을 쓰고 빼야 하는 쪽은 언데드이다. 똑같이 포탈을 쓴다면 필리지로 추가 수입을 얻은 오크에 이득이다. 물론 이 정도 이득에 그친다면 그건 오크가 매우 못하는 것이다. 정말 무서운 것은 오크가 확장을 가져갔을 때이다. 3테크인 포트리스업을 완료한다면 오크는 종족상점을 통해 확장을 건설할 수 있다. 건설시간은 단 25초이고 언데드가 이것을 최소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령 확장에 타워가 1개도 없다 할지라도 내구력 1500의 이 건물을 파괴하는 동안 레이더 군단이 언데 본진을 급습할 경우 블랙시타델이 박살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맞확장을 해서 지키는 것은 어떤가? 알 사람은 알겠지만 언데드는 확장하는데 있어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종족이다. 또한 언데드의 타워는 오크의 레이더에게 아머타입상 제대로 된 데미지를 줄 수가 없다. 10개의 타워를 짓는다 해도 업그레이드가 잘된 레이더 12기가 들이닥칠 경우 모조리 파괴할 수 있다. 이것이 두려워 언데드가 수비에만 전념한다면 오크는 올멀티를 하고 포트리스의 최상위 조합을 갖추면 그만이다.
언데드가 이것을 이기는 방법은 한 가지가 있다. 처음부터 상대가 우방 레이더 테러를 할 것을 알고 있는 경우이다. 그럴경우 유닛을 레이더에 강한 구울 위주로 뽑고 2테크에 도달하면 바로 쉐에이드를 여럿 뽑아서 오크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한다. 또한 레이더가 커맨드 건물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값싼 쉐에이드 생산 건물을 여럿 지어서 방어진을 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그럭저럭 상대할 수 있긴 한데 이게 말이 되겠는가. 처음부터 상대가 할 것을 다 알다니..-_-;;
많은 사람들이 의아할 것이다. 이렇게 사기라면 왜 그동안 문제시되지 않았을까. 그것은 오크 프로게이머들이 이것을 잘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경기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것(최소 20분)이 첫째이고, 이거 안써도 언데드는 밥이기 때문이 둘째이다. 그냥 당당하게 힘싸움하면 그냥 짓밟는데 왜 이런 짓 하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게 아예 안나오지는 않았다.
예전 그루비가 카산드라에게 정기를 빨려서 막장이 되었을 때 유럽의 평범한 언데드였던 Happy(지금은 유럽 최고의 언데드로 성장)에게 ‘오크가 언데에게 8:2 이상으로 유리하다던 로스트템플’에서 떡실신을 당하며 패배 위기에 몰린 적이 있었다. 해피는 프웜을 비롯하여 완벽한 조합을 갖추고 있어서 오크 군대와 붙을 경우 필승의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그루비는 우방+레이더테러 카드를 꺼내들었고 큰 어려움 없이 역전하였다.
또한 천정희가 중국의 오크 시아오티와 2인용 맵인 테레나스 스탠드에서 붙었을 때도 버로우 테러를 성공시키며 확실한 우위를 점했으나 시아오티의 레이더 테러 전술에 그대로 역전되어 패하였다. 당시 시아오티는 타워를 1개도 짓지 않은 상태에서 이것을 성공시켰다.
한국의 오크들은 프라이드가 있어서인지 이런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중국의 양대 오크인 플라이와 시아오티는 이것을 가끔씩 선보인다. 이 전술은 언데드 뿐 아니라 나엘에게도 매우 잘 먹히는데 불리한 상황에서 이것을 통해 장재호를 격파한 적도 있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항상 종족 밸런스에서 오언전이 가장 안좋다고 말하곤 한다. 이것은 언데 유저들의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것이 아니다. 괜히 ‘야언좃’ (야! 언데드 X구려. 하지마.) 란 말이 나온 것이 아니다. 블리자드의 패치가 없다면 언데드가 워3의 주류로 다시 서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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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러가지 이유로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박승현 선수에 대하여 다루고 싶었습니다만 최근에 급성장한 선수라서 얘깃거리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언데드의 몰락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다루고 싶었던지라 두 주제를 연결해서 써볼까 합니다. 박승현 선수의 이야기는 결론 부분에야 다루어질 듯 하네요. 아마 그때쯤엔 결승전이 끝나있겠죠..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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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입니다.
이 글은 포모스 캘로그님의 글로 너무나도 좋아 허락 받고 퍼왔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리지널 시절부터 힘차게 나아간 워3 리그는 아직도 뛰고 있습니다. 수많은 영웅들이 나타나고 사라진 워3 프로게임계에 관한 갤로그님의 이야기는 정말 즐겁습니다.
전 글이 유익해도 재미 없으면 안봅니다. 그런 면에서 캘로그님의 글은 재밌으면서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워3를 몰라도 재밌습니다.
첫 캘로그님의 글 순서와 상관 없이 요새 화두의 인물인 Go)space) 박승현 선수 입니다. 공교롭게도 오늘 장재호 선수를 이기며 더더욱 주가를 높이고 있군요. (전 다른 일이 있어 안타깝게도 보지 못했답니다.)
박승현 선수가 주목받는 일은 단순히 '소아마비' 때문만은 아닙니다. 워3 초보인 저는 언데드, 하면 6언데 밖에 모릅니다. 그중에서도 노재욱 선수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런 제가 박승현 선수의 경기를 틈틈히 보는 까닭은 그가 소아마비 환자가 아니라 '언데드로써' 실력있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야언좆 이란 비속어 (야 언데드 좆구려 하지마)란 말이 왜 나왔는지, 야언좆으로 일커러지는 암울한 언데드의 상황속에서 캘로그님이 생각하는 박승현 선수는 어떤 선수인지, 그런 것들을 알고 나면 워3는 최소한 2배, 최대 10배, 20배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캘로그님이 쓰신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화두인 박승현 선수를 먼저 쓰고, 다음부터는 캘로그님이 쓰신 순서 차례대로 퍼나르겠습니다.
캘로그의 워3 이야기(역사편) - 중국의 대 한국 추격의 역사
캘로그의 워3 이야기(인물편) - 오크의 선구자, '패황'황태민
캘로그의 워3 이야기(인물편) - 환상의 포텐셜, 장용석
캘로그의 워3 이야기(인물편) - 신이버린 인기 '저녁별', 이재박 24
캘로그의 워3 이야기(인물편) - 신의 선물 'TH000' 영삼이
캘로그의 워3 이야기(역사편) - 영원한 제국, 4K
캘로그의 워3 이야기(역사편) - 암울한 언데드에 내린 한줄기 빛, 박승현
캘로그의 워3 이야기(역사편) - 암울한 언데드에 내린 절망의 빛, 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