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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3/31 18:12:44 |
Name |
설탕가루인형 |
Subject |
삼황 오제 사천왕 -第八章- |
밤이 깊다.
오늘은 달이 미인의 눈썹처럼 가는 그믐달인데다가, 그 고운 눈썹을 시기라도 하는지 구름까지 잔뜩 끼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만큼 깜깜한 밤이다.
게다가 이런 날씨에 산속, 그것도 높고 험한 산속이라면 누구나 단 하루도 머물고 싶지 않을 것이었다.
밤은 깊고 빛은 없는데 사방엔 우뚝 솟아 으스스한 나무들이 손을 늘어뜨린 귀신처럼 가지를 바람에 흔들면서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고 곳곳에 메아리치는 산짐승들의 울음소리는 금방이라도 옆에서 달려들 것만 같았다.
높은 고도는 기온을 한껏 낮춰 놓아 부는 바람이 살갖을 도려내는 것만 같은 추위가 엄습했다.
그런데, 지금 이 곳에는 한눈에 봐도 한 두명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밤을 지새고 있었다.
바로, 반적우동맹을 결성한 정파의 두 기둥, 태안맹과 포토수의 연합군들이었다.
완만한 구릉이나 평야지대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이 곳이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천막이나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막사따위를 펼칠 수도 없어서, 개별로 가지고 온 침낭을 올릴 수 있는 곳까지 끌어올리고
바위에 몸을 기대고 잠을 잘 수 밖에 없었다. 숨을 쉴 때마다 허연 입김이 하늘을 뚫을 듯 치솟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침낭을 뒤집어 쓰고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모습이 마치 애벌레가 수백마리 엉겨붙어 있는 것 같다.
이런 악조건에서 사람이 잘 수나 있을까? 그러나, 뜻밖에도 이곳에서는 코를 고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었다.
연합군의 최고사령관은 태안맹의 비뢰검황(飛雷劍皇) 구분(具奮)이었다. 그의 장기는 다름아닌 속전속결이었다.
그의 무공 역시 이기어검(以氣馭劍) 두랍십(頭拉拾)으로 대표되는 쾌(快)와 변(變)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그가 집단을 지휘하면서 애용하는 전술 역시 속전속결이니 역시 인간의 본성이란 변하지 않는걸까.
언제나 의외의 장소에 의외의 시간에 불쑥 나타나 적이 대비를 하기도 전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 비뢰검황의
주특기였다. 이번 원정도 역시 적우의 대비가 갖춰지기 전에 기습을 해야한다고 생각한 비뢰검황의 생각에 따라
지금 정파의 고수들은 쉴새없이 이곳 익주의 입구까지 달려 온 것이었다. 식량이며 무기 따위는
영웅도제(英雄刀帝) 등작(鄧綽)과 상승검황(常勝劍皇) 관광운(關廣運)에게 맡겨서 뒤를 쫒아오라고 지시한 후에
전병력을 휘몰아쳐 이곳까지 경공으로 달려온 끝에, 열흘도 걸리지 않은 현재 익주의 문턱 앞까지 도착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강행군이었기에 정파의 정예들 중에도 내공과 경공을 깊이 수련하지 않는 고수중에는
정신을 잃거나 휴식을 취하여 후발대와 합류하려는 자들도 많을 정도였다. 물론, 삼황과 오제를 비롯한 인간 같지도 않은
초절정의 고수들은 느려터진 이동속도에 답답해 했지만 말이다.
한편, 오늘의 경계를 맡게 된 것은 신동검협(新動劍俠) 최후세(崔後世)와 완벽도협(完璧刀愜) 공용(孔龍)이었다.
태안맹과 포토수 양쪽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연합맹주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는 태안맹과 포토수의 고수들이
1:1의 비율로 배치되어 있었다. 신동검협은 다소 부족한 내공으로, 완벽도협은 역시 조금 모자란 경공술로 인하여
매우 피곤한 상태였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평야가 아닌지라 일정한 구역안에서 잠을 자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꾸준히 주변을 돌아보기가 쉽지 않았지만 둘은 서로를 독려하면서 힘든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정신 차리게. 신동검협"
"음...음?"
바위에 기대어 반대쪽을 바라보면서 그만 깜빡 졸았나보다. 신동검협은 조용히 옆에서 자신을 깨운 완벽도협을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대협. 제가 잠시 정신을 놓은 모양입니다."
"괜찮네. 나 역시 지금 그러하니 말일세."
"그나저나 소협께서는 이번 원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
"이 원정을 어떻게 생각하냐 이 말일세"
"저는 이번 원정을 통해서 적우가 빼앗아간 애수지검(哀秀支劍)의 비급을 찾고 정파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선에서 마무리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
"대협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솔직히 이번 원정이 탐탁치 않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생각해보게, 지금까지 무림사가 어떻게 발전을 해왔나 말일세. 태안맹과 포토수, 그리고 적우가 솥발처럼 나뉘어
서로를 견제하고 때로는 서로를 도우면서 균형을 유지해오지 않았나. 아무리 감정이 상해도 어느 한쪽을 치려면
다른 한 쪽의 눈치를 봐야 하니 말일세."
"그렇습니다."
"무공역시 그러하네. 적우가 악랄한 무공을 개발해내면, 태안맹에서 그것을 파해하는 초식을 만들지 않나.
또 그 후엔 그것을 격파하는 무공을 포토수에서 내놓지. 그럼 그것을 다시 적우에서 연구하여 극상성의 무공을 찾아내지.
이 과정에서 세개의 세력이 가진 무공이 급속도로 발전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예"
"만약, 만약이지만 이번 원정으로 인해 적우의 세력이 완전히 꺾인다면 어떻게 하겠나?"
"그건 좋은 것 아닙니까?"
"물론 그럴수도 있지.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네. 입술이 사라지만 이가 시린법이라 했네. 적우가 없어진 다음엔
누구를 쓰러뜨리기 위해 싸워야 할까? 태안맹은 포토수를, 포토수는 태안맹을 상대로 싸움을 준비하겠지.
그럴때 누가 중재를 하겠나? 원하건 그렇지 않건 지금까지 모두는 총력전을 벌일 수가 없었네. 강력한 적이
둘이나 있었으니 말일세. 그러나 적이 한 세력 뿐이라면? 그땐 서로 인정사정 볼 것없는 총력전이 될 것이야.
서로가 서로를 죽이지 못하면 자신이 죽게되는 그런 총력전이."
"...."
"내가 너무 영감같은 소리만 늘어놓은 모양이군. 걱정말게나, 어차피 인간은 바로 몇 초 후의 일도 모르는게 아닌가.
좋은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는 법이지."
그 때 였다.
"우르르릉............"
천지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깎아지른듯한 절벽에서 집채만한 바위들이 굴러떨어지기 시작했다.
신동검협과 완벽도협이 기상 나팔을 입에 가져가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번쩍!
벼락처럼 쏘아져가는 백색의 빛줄기가 정파의 고수들을 덮치기 직전의 커다란 바위덩이를 반으로 갈랐다.
"누구냐!"
노호성을 외치며 이기어검(以氣馭劍) 두랍십(頭拉拾)으로 바위를 갈라보린 것은 비뢰검황이었다.
동료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면한 완벽도협이 커다란 나팔소리를 불었을 때는 이미 바위들이 산을 덮을 만큼 먼지를
피워오르면서 비탈길을 미친듯이 내려오고 있었다.
한밤중, 그것도 그믐달이 뜬 산속이라 앞도 보이지 않는데다 먼지로 인해 최소한의 시야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정파의 고수들은 살아남기 위해 바위들을 격파해야만 했다.
"가자"
한참 위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던 한 남자가 무기건조한 말투로 말했다.
"경공은 쓰지 말고. 비뢰검황의 어검술에 죽고 싶지 않으면."
터벅터벅 걸어가는 한 무리에 앞장서 있는 자는 바로 소웅마제(小熊魔帝) 마본좌(麻本座)였다.
수가 적은 적우, 게다가 최강의 전투력인 사천왕중 셋이 빠진 지금으로써는 전면전을 해봐야 승산이 없음을
마본좌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택한 첫번째 방법은 산 정상에 미리 바위를 준비해 놓고 전혀 무공을 이용하지
않고 절벽을 기어올라 오랜 이동으로 지쳐 잠든 적을 기습하는 것이었다. 그가 거둔 성과가 꽤나 볼만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안색은 어둡기만 했다.
'그 영감들이 일을 잘 처리해줘야 할텐데..... 그렇지 않으면 승산이 없어.'
"혹시 뭐가 잘못됐습니까?"
소웅마제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삼태살귀(三台殺鬼)가 마본좌의 표정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아니. 노인들을 공경해야 할지 말지 생각하고 있었어."
심드렁하게 말하면서 휘적휘절 걸어가는 마본좌의 모습에서 삼태살귀는 뜻모를 무서움을 느꼈다.
심복에게조차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언행. 끝을 알 수 없는 배포.
'천하를 가슴에 품고 있는 분......'
삼태살귀는 조용히 소웅마제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들이 이동하는 반대쪽 아래에서는 아직도 기합소리와 바위 구르는 소리가 뒤엉켜 천지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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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월요일 업뎃하고 갑니다~
봄이 지대로 오려는지 며칠 째 흐리고 비가 오고 그러네요.
이럴 때는 막걸리에 파전 한점 먹어줘야 하는데 말이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좋은 저녁 되세요~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3-3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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