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에 댓글로 달기에는 왠지 내용이 자꾸만 빗나가서, 이 무거운 write 버튼을 눌러봅니다...
현거래에 관계된 중게사이트, 작업장 등등이 가장 원하는게 있다면, 게임 내의 아이템에 대한 유저의 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법이 제정되는 것일 겁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죠. 이번에 상정된 법안을 봐도, 게임 내의 게임머니의 현금 판매는 불법으로 하자는 쪽이니까요.
게임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은 현재 게임 제작사에게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데이터'들의 소유는 전적으로 제작사에게 있고, 이 부분에 대해서 유저는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게 되어있죠. 현거래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불만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현거래가 이루어졌는데, 갑자기 시세가 바뀐다던지, 어떤 버그에 의해서 아이템이 사라졌을 때, 이 부분에 대한 손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는데, 영화가 너무 인기가 좋아서 연일 매진이 됩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꼭 오늘 그 영화를 봐야만 하겠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마도 암표상을 통해 암표를 구하거나, 이미 그 영화 표를 구한 사람에게 웃돈을 주고 그 표를 사거나 하겠죠.
영화 컨텐츠 자체는 재화에 속하지만, 영화를 방영하는 것은 서비스입니다. 게임 역시 서비스지요. 제가 보기에는 영화 표, 즉, 극장의 좌석은 게임의 아이템에 해당합니다. 만약, 영화 표의 의미가 극장 좌석에 대한 소유권(물론 그 영화가 방영되는 중에만 해당되겠지요?)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서, 극장의 사정으로 인해 - 영사기가 고장났거나, 건물에 화재가 났거나 - 영화 방영을 못하는 상황이 왔다고 칩시다. 그런 경우 극장 입장에서는 관객들에게 영화 표값만 환불해 주면 됩니다. 하지만, 소유권을 인정한다면, 암표를 산 사람들에게는 암표 값으로 치뤄줘야겠죠? 그게 실질 가치이니까요.
게임에서 아이템이나 캐릭터의 레벨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기회비용으로 따져서 그 가치를 인정해줘야만 한다면, 그건, 연일 매진되는 극장 표를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 노력을 표 값에 반영시켜줘야 한다는 말과 같을겁니다. 그래서, 암표상은 여전히 법으로 인정되지 않는겁니다.
게임 컨텐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에 온라인 게임 서버에 문제가 생겨서 유저들이 접속을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면, 게임 회사 입장에서는 그 시간 만큼의 사용료(정액제 게임의 경우)를 변상하면 됩니다. 그런데, 만약 어떤 유저는 하루 평균, 현금 가치로 따져서, 5만원 어치의 아이템을 구할 수 있다고 합시다. 그럼 이 유저에게는 하루동안 게임을 할 수 없었으니, 5만원을 배상해야 할까요?
게임 현거래 시장은, 말하자면 암시장입니다. 암시장은 정부가 간섭할 수 없는 시장이고, 이 곳에서 이뤄지는 거래들은 사실상 불법입니다. 하지만, 그 암시장이 사회에 크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한도에서는 어느 정도는 묵인합니다. 예를 들면, 위에서 예를 든 암표상이나(극장, 스포츠 경기 등), 골프장 회원권 전매 등의 경우는 사실상 묵인해주죠. 하지만, 마약이나 무기, 분양권 전매 같은 경우에는 단속합니다. 간섭이 아니라 단속이죠.
저는, 지금 현재로서도 현거래는 불법입니다만, 그 사회적 파장이 아직 크지 않다고 판단되기에 묵인하고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게 슬슬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기 시작하니까 법률적인 제제를 가하고자 하는거죠. 지금은 조용한 편이지만, 아마도 게임 시장을 뒤흔들 일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앞으로 출시될 게임들에 대한 파장도 분명히 있을거구요. 결론이 어떻게 나건 간에, 한 때 게임회사에 몸을 담았었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공멸하는건 별로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뭔가 건전한 방향으로 이 일이 진행되었으면 하는게 제 작은 바람입니다.
P.S: 비유가 빈약해서 죄송합니다. 필력이 너무 딸리는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