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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12/02 09:31:13 |
Name |
nodelay |
Subject |
대세는 묻어가기. |
*편의상 존칭과 경어를 생략합니다.
나는 와우를 즐겨한다.
만렙 만든뒤로 플레이 타임이 만렙 만들때까지의 시간보다 3배이니 ..
이정도는 1년정도 와우와 함께 밤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 게임의 특징은 일반적인 게임이 추구하는 지적인 즐거움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내면서 느끼는 쾌감과는 다르게 사회를 구성할때
얻게되는 체험들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난 아직도 60렙이 되던 그 감격의 순간을 기억한다.
얼라이언스의 일원으로서 검은바위나락에 감금되어 있는 위대한 경비대장
"윈저" 아저씨를 구하기 위해서 이제갓 만렙이 된 사제,성기사,전사,법사 그리고
도적인 내가 몰래 그곳으로 잠입해 들어간 것이다.
우호적일줄 알았던 그곳의 드워프들은 모두 눈을 시뻘겋게 뜬채로 우리를
꼬나 보았고, 우리는 그 눈빛을 피해다니면서 감옥의 문을 열어젖혔다.
감옥의 문을 하나 둘 열때마다, 그안에 갖혀있는 죄수아닌 죄수들이 자유를
찬양하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우리가 윈저의 감옥의 문을 열기 위해서 경비병들을 해치운 순간,
나는 60렙 만렙이 되었고, 더이상 나이를 먹지 않는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같은 파티원들이 박수를 치며 나의 새로운 탄생을 축하해 주었고,
그때부터 나는 얼라이언스의 영웅이 되기 위해서 넓은 칼림도어와 동부왕국을
뛰어다녔다.
검은바위첨탑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첨탑의 내부를 미친듯이 돌아다녔으며,
나락의 군주가 숨겨둔 화산심장부의 비밀을 파헤치다, 불멸의 존재인 라그나로스
의 엉덩이에 똥침을 넣기도 했으며, 검은바위첨탑의 군주 네파리안의 면상에
싸대기를 후려갈기기도 했다.
그리고 세나리온과 노즈도르무혈족의 요청으로 벌레퇴치에 압장서기도 했으며,
다시 부활한 켈투자드를 쓰러뜨리기 위해 마지막으로 모험을 떠나기도 하였다.
그렇게 수많은 모험속에서 나는 많은 전리품과 돈을 얻어 부와 명성을 누리기도
하였다. 모험을 떠나는 모험가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도전정신이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수리비와 물약값에 좌절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보스들을
쓰러트리기 위한 정신이야 말로 모험의 기본자세인 것이다.
그.러.나
거듭되는 모험은 이런 모험가들의 자세를 흐트려뜨려 이른바 '묻어가기' 라는
새로운 형태의 참여의식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누군가가 뚫어놓은 길을 그저 따라가기만 한다. 또는
전리품 분쟁으로 인하여 닌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음지에 숨어서
그저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다.
이러한 '묻어가기' 는 어찌 보면 모험의 끝에서 나타나는 형태일지 모른다고
속으로 조용히 고민해보았다.
그래서 나는 이 변화무쌍한 pgr게시판에 하나의 글이 묻어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왜냐하면, 난 아직 모험가들의 자세가 이곳에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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