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스티븐킹 관련글도 올라왔고 해서 다른 곳에 썼던 서평 한번 올려봅니다. 얼마전에
출간된 소설이죠. 99년에 출간된거니 신작이라 할 수는 없고...
이렇게 생기신 분입니다~
옮겨온거라 어투는 반말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스티븐킹의 팬이 아닌 레드삭스의 팬의 입장에서 써봤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9살의 트리샤는 예기치 않게 산속에서 길을 잃고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의 사투와 고행을 겪는다.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것을 먼저 떠올릴까? 본인이 트리샤보다 3배가량의 인생을 더 살았고 게다가
XX염색체를 가진 인간이라 정확히 생각했다고 하긴 힘들겠지만 보통 어머니, 아버지 혹은 따뜻한 침대라던가 맛있는
식사, 아끼던 인형등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레드삭스 저지를 입고 레드삭스 모자를 쓴채 길을 잃은 이 아이는 톰고든이라는 딱보기에도 그다지 잘생겨보이지
않은 야구선수를 생각하고 그의 환상과 대화하고 그를 의지삼는다. 언뜻 생각하기엔 왜그럴까 싶지만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이라면..적어도 메이저리그에 어느 정도 상식이 있다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안에서 나오는 구절 '뉴잉글랜드에
사는 남성이라면 레드삭스 티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테니..'(정확성은 장담 못함) 라는 구절처럼 뉴잉글랜드에
거주하는 레드삭스 네이션들에게 레드삭스 베이스볼은 그들의 종교와 다름없고 삶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소위 밤비노의 저주라고 일컬어지는 사건(보스턴 레드삭스가 간판스타 베이브 루스를 라이벌 뉴욕 양키스에 넘기고 난후
1918년 이래 86년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스토리) 이후 우승에 목마른 그들의 한 때문인지.. 라이벌 양키스에 대한
시기와 질투 때문인지 그것은 현지인이 아닌 나로서는 완전히 알 수 없는 부분이지만 여하튼 그들 모두 레드삭스라는 아이돌
스타에 매달리는 광팬들이라 봐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또 왜 하필이면 톰고든인가? 가르시아파라라는 백인 미남 스타도 있고 모본이라는 홈런 스타도 있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라는 에이스 피쳐도 있다. 그런데 왜 톰고든일까? 너무 진부한 답일테지만 아마도 그것은 스티븐 킹의 개인적
취향이겠지.. ^^;; 소설을 보다보면 스티븐 킹은 야구게임에서 마무리 투수라는 역할에 매료된 듯 보인다.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파크에서 레드삭스 경기를 보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되는 스티븐킹이 레드삭스네이션이라는 것은 뭐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그가 그중에서도 레드삭스의 마무리투수를 한뼘정도 더 사랑하는 것은 뭔가 남몰래 간직하던 비밀을
우연히 알아낸 것처럼 신선하다. 후에 스티븐 킹이 톰고든을 직접 찾아가 소설을 선물했다는 일화도 있는 걸 보면 내 생각이
아주 망상은 아닐 듯 하다.
소설속에서 트리샤가 길을 잃고 헤매며 고생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하나의 야구시합같은 모습이다. 굳이 목차를 1회,2회처럼
이닝으로 나눈 것도 그렇고 위기에 직면하고 그것을 이겨내고 기회를 잡고 결국 마무리해내는 모습은 베이스볼 나잇에서의
흐름과 흡사하다. 야구는 곧 인생이라는 진부한 말도 있지 않은가?^^ 트리샤의 역경은 하나의 시합이고 162게임이라는
인생에서 꽤나 중요한 시합이라는 느낌을 소설을 읽으며 느꼈다. 작품중 등장하는 말벌사제라는 환상속의 적 또한 시합에서
이겨내야 하는 상대인 듯 하다. 어쩌면 상대의 에이스 투수일 수도 있고 좀더 과장해보면 라이벌 양키스 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건 좀 아닌가?)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그냥 단순한 스티븐킹의 작품중 하나가 아닌 레드삭스와 톰고든에 대한 헌정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시합을 하면서 안타를 맞고, 홈런을 허용하고, 때론 실책을 범하며, 실점을 한다.(언덕에서 구르고, 목마름과 배고픔을
경험하고, 배탈을 겪으며, 오물속에 주저 앉기도 한다.) 또, 안타를 치고, 득점을 올리고, 삼진을 잡아내며 득점을 올린다.
(마실물과 먹을 것을 발견하고 보금자리를 발견하며, 워크맨을 찾아내 레드삭스의 시합을 듣고 길을 발견한다.) 게임은
막바지에 이르고 드디어 트리샤는 마지막 순간에 말벌사제와의 대결을 하게 된다. 9회 말,세이브상황이라는 챕터의
부분까지 왔다.
야구를 보다보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자 시합의 클라이막스이다. 야구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9회 세이브 상황은
그 어떤 스포츠에서도 느낄 수 없는 긴장의 순간이다. 게임을 마무리하기 위한 아웃카운트는 하나. 주자는 득점권에
가 있고 타자에게 한방만 맞으면 바로 승리가 날아가는 순간이다. 경기장의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수만 관중의 시선은
마무리 투수와 타자에게 집중된다. 관중들은 하나둘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하며 어서 마무리 투수가 경기를 끝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의 공 하나에 몇만명.. 아니 몇십, 몇백만의 환호 혹은 좌절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투수가 포수의
사인을 받고 숨을 고른 후 천천히 와인드업을 시작하고 공을 던지고 공이 포수에게까지 가는 그 짧은 순간의 긴장감은
흡사 폭풍속의 고요와도 같다. 트리샤는 결국 마지막 커브로(톰고든의 주무기가 바로 90마일-약144km/h 에 이르는
커브볼이다.) 말벌사제를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하고 펜웨이파크는 환호에 휩싸인다. 트리샤는 이겨냈고 그에 따르는
달콤한 휴식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레드삭스의 팬으로서 소설을 읽고 나서 소설이라기보다는 스티븐킹의 레드삭스와 톰고든, 나아가 야구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수필을 읽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스티븐킹을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물론이고 야구와 레드삭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즐겁게 책을 덮을 수 있게 하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이 99년에 출간되었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 이후 레드삭스의 최대 라이벌 뉴욕 양키스에서 뛰게 된 톰고든을 보고 스티븐킹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을 해본다. 혹시나 분노에 찬 나머지 본인의 책을 던져버리지는 않았을까..?
졸렬한 서평 마치면서 몇가지 사진으로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양키스로 간 톰고든
트리샤의 아버지가 좋아한다는 Spider man 노마 가르시아파라
트리샤의 오빠가 좋아한다는Big angel 모본
본인이 좋아하는 Ailen 페드로 마르티네즈
소설속에서 레드삭스 중계를 해주는 제리 트루피아노
트리샤가 영리하다고 칭찬하는 트로이 올리어리(아시나요? 삼성 라이온즈에서 뛴적이 있죠^^)
펜웨이파크
소설속에서 데렉 제터(-_-)로 나오는 데릭 지터
언제나 위험한 데릴 스트로베리
ps. 혹시 스티븐킹이 소설을 쓸 생각을 1년만 늦게 했다면 채 제목이 '페드로 마르티네즈를 사랑한 소녀' 로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