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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11/10 12:40:15 |
Name |
공룡 |
Subject |
말년 |
눈을 떴다.
벌써 해가 중천이다.
집에 머물렀던 휴가기간이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군복을 챙겨 입고 여관을 나왔다. 부대로 이어지는 산길을 아직도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도중 지나치는 군인들과 가끔 인사를 하며 터덜터덜 걸었다.
행보관이 보인다.
고개를 15도 삐딱하게 숙이면서 하는 둥 마는 둥의 경례를 한다. 그래도 된다. 난 말년이니까.
부대에 도착하니 일병 하나가 맞이한다. 모두들 어딜 간 모양이다.
일병 녀석이 내 관물대가 축소되었다는 찝찝한 소식을 전해준다.
하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어차피 곧 제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가기간 동안 밀렸던 일들이 많다. 애들 근무기록 관리하고 간식이나 보급품 등을 분배 지급하는 것도 고참 병장의 일이기 때문이다. 말년병장이 편하다는 말은 옛말이다.
대충 끝내고 드러누워 노래를 흥얼거리다 깜빡 잠이 들 무렵 나갔던 부대원들이 들어온다.
못 보던 이등병이 둘이나 있다. 휴가 기간에 들어온 모양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느닷없이 앉아있는 내게 달려오더니 날라차기를 한다. 등짝을 두 방 얻어맞았지만 아픈 줄은 모르겠다.
또 누가 순진한 이등병들 데리고 장난을 친 모양이다. 일부러 색출할 필요는 없다. 내 바로 아래기수 불러다가 두들겨 패는 시늉만 하고는 말았다. 어차피 제대할 즈음에 하는 축하빵 정도로 생각할 뿐이다.
“야, 내 제대가 며칠 남았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런 질문을 했고, 곧 대답이 돌아왔다.
“예, 13일 남으셨습니다!”
난 인상을 찌푸린다.
“뭐? 아직도 그렇게 많이 남았어?”
곳곳에서 야유가 쏟아진다. 하지만 제대를 앞둔 병장들은 안다. 13일이 말년 병장들에게는 얼마나 길고 지루한 시간인지...
뒤늦게 들어오는 빡빡이 일병이 보인다.
이윤열이다. 경례를 하며 씨익 웃는 윤열이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건다.
"시합은 이겼냐?"
내 질문에 윤열은 이번에도 그냥 웃고 만다. 곧 취침시간이라 길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윤열의 관물대가 보인다. 책장처럼 생긴 곳에 꽂혀있는 커다란 박스에는 '그랜드슬래머'라는 이름이 금박으로 적혀 있다. 윤열이 그랜드슬래머가 되기까지 결승전 게임들과 인터뷰 등을 모아놓은 DVD 패키지다. 그 옆에도 윤열이와 관련된 DVD 패키지가 몇 개 더 있다. 하긴 집에 있는 내 방에도 저런 DVD 패키지가 여럿 있긴 하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DVD로 상품화 된 지는 한참이나 되었으니까.
한참 그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윤열이 일어나며 날 불렀다.
“오빠! 일어나!”
난 비로소 잠에서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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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꾼 꿈입니다.
마지막에 “오빠 일어나” 라는 대사는 아내가 한 말이었지요^^
오랜만에 프로게이머 꿈을 꾸었네요. 주로 김정민, 임요환, 강도경, 김동수 선수 등 올드게이머들의 꿈을 꾸곤 했는데, 이윤열 선수의 꿈은 처음이군요.
기분 좋은 꿈이었습니다.
우선 훈련병이나 이등병부터 시작하기에 악몽이라고 말하는 군대 꿈이 말년 때부터 시작되어서 너무 좋았고, 오랜만에 프로게이머 꿈을 꾼 것도 좋았습니다. 프로게이머가 군대에서도 시합에 나가고, 훨씬 편하고 자유로워진 환경에서 게임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구요. 선수들의 플레이를 담은 DVD 패키지가 상품으로 팔리는 모습도 그랬습니다. 임요환 선수 이후로 더 이상 나오지 않았었던….
과연 저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결혼 후 한 동안 스타도 거의 하지 않고, 방송도 자주 보지 못하게 되면서 많이 멀어졌는데, 최근 직원들 사이에 스타 열풍이 불면서 저도 조금씩 하다보니 이런 꿈도 꾸게 된 것 같습니다. 다시 스타라는 단어가 제 심장을 두들기기 시작한 것일까요?^^
군대 간 선수들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적는 글이네요. 모두 즐거운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ps : 김정민 선수 해설 가끔씩이지만 아주 즐겁고 재미있게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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