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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11/10 01:09:04 |
Name |
미네랄은행 |
Subject |
스타크래프트야 그래도 살아남아라... |
전제...
1.대학원도 휴학하고 스타와 관련된 회사에 들어갔었던 적이 있는 오래된 스타매니아입니다.
(글의 신뢰도를 조금이라도 높여보고자 쓰는 꼼수)
2.이글의 내용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이고자 했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으로 '사실'이 아닙니다.
(욕을 덜 먹어보고자하는 꼼수)
3.한번은 글을 써야할것 같아서 정말 오랫만에 글을 남깁니다.
(동정심을 유발해보려는 마지막 꼼수...)
예전이야기부터 좀 하겠습니다...
전국에 퍼져있던 당구장을 초토화 시키고 남자들이 모이기만 하면 PC방으로 가 스타크래프트 팀플을 즐겼습니다.
지하철, 버스등 남자들이 있는곳에서는 스타크래프트와 관계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잘하면 친구들에게 대접을 받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남자들이 모이면 그냥 티비에서는 스타중계를 틀었습니다.
밤 아무때고 스타크래프트가 하고 싶으면 배틀넷에서 친구들을 잔뜩 모아 게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
게임 매니아라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때는 다 그랬습니다.
그래도 그중에서도 일반사람들보다 더 스타크래프트에 몰입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매니아라고 불린만한 사람들...바로 이곳에 계신 분들이죠..
고수들을 찾아다니고 고수들의 전략과 리플레이를 연구하고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갔습니다.
그들의 전적을 분석하고 스타일을 분석하고 그를 통해 예측하고 바꿔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런 마이너문화는 점점 그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e-sports라는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매니아들은 기본적으로 게임 매니아입니다. 스타크래프트 이전에도 이후에도 게임이라는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으로 주류사회에 인정을 받고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은 저를 포함한 모두에게 자부심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모두에게 무시받던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를 포함한 매니아들은 지금도 그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e-sports는 게임매니아들의 자부심이었고 그 e-sports는 아직은 스타크래프트만을 통해 존재합니다.(워3는 가능성은 있습니다만...아직은 스포츠라는 단어를 쓸 단계는 아니라고 보입니다.)
이렇게 존재하게된 e-sports의 외적 성장은 그야말로 눈부실 수준이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프로리그의 확대논란의 한 이유가 중계되는 게임수가 너무 많아 문제가 될 정도로...
우리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esports는 이렇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가 게임을 대표하여 esports라는 사회적 현상을 만들어냈지만...이제는 그것이 독이 되어 돌아온 느낌입니다.
외적으로 이렇게나 크고 대중의 환호성을 받는 스타크래프트가 저에게는 이미 중환자실에서 죽기만을 기다리는 오래된 친구와 다름 없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esports의 발전을 위해 희생하고 선도하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 스타크래프트의 생명은 시한부인생과 다를바 없습니다.
스타크래프트도 다른게임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고 살아남고자 싸우지 않는다면 도태될수밖에 없습니다.
벌써 스타크래프트가 나온지 8년이 넘었습니다. 20대 초반이던 저도 30대가 되고 결혼도 했습니다.
이제는 삶에 치어 스타크래프트에 신경을 쓰기가 너무 힘듭니다. 그래도 짬짬히 중계를 보고...스타와 관련된 일도 남는시간에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온갖 매체에서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저도 여전히 예전의 즐거움을 종종 느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맘편히 같이 스타를 즐길 친구가 없습니다.
친구들과 기분좋게 술먹고 스타크래프트 팀플을 해본 마지막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배틀넷의 비매너는 나이먹고 갈곳이 못됩니다.
몇달에 한번 게임하는 처지에 피지투어같은곳은 엄두도 나지 않은 공간이구요.
백수십명이 있는 메신저를 아무리 둘러봐도 같이 스타를 하자고 부를사람이 없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직접 즐기는 저변의 축소는 예전부터 느껴오던 바이긴 했습니다만, 제 나이대가 사회생활에 집중해야하는 시기이다보니 저변의 이탈이 더욱 절실하게 와 닫는것 같습니다. 프로게이머의 화려함에 이끌려 스타크래프트에 흥미를 갖는 어린친구들도 많지만 그저 TV중계를 해주는 구닥다리 게임인것도 사실입니다.매니아층을 뺀 그저 스타를 즐기던 유저들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미 수명을 몇배나 초과해 살아남았지만 이대로는 스타크래프트는 시한부 인생이라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드네요.
스타크래프트는 하나의 게임에 불과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저처럼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더 즐기고자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는 그것으로 돈을 벌려 하고, 누구는 권력을 가지려 하고, 누구는 그 성과만을 가져가려 하고 있습니다.
e-sports협회에서는 스타크래프트를 최대한 이용하려 합니다. 최대한 수익을 얻고 그 기반을 통해 더 큰판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캐쥬얼게임과 MMORPG등 온라인 게임은 스타크래프트가 이룩한 문화,사회적 기반을 이용해 성공을 꿈꾸고 있습니다. 절대 잘못된 방향이 아닙니다. 당연한 귀결이지요.
하지만 저같은 오래된 스타크래프트 유저에게는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차라리 저에게는 게임판 전체를 키우고자하는 e-sports협회가 아닌 스타크래프트 협회같은 이익집단이 필요합니다.
그것만이 스타크래프트의 생명을 유지시킬수 있다고 봅니다.
게임업계, 다른 게임팬분들이 보시기에는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할겁니다. 그만해먹으라고 하겠지요.
그래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다른 게임을 짖밟고 올라가더라도 살아남으라고...하지만 참 어려워 보이네요...
모두 스타크래프트가 만들어낸 열매만을 가져갈뿐 씨앗을 뿌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 나무의 생명력이 다하면 그저 다른 열매를 찾아 떠날뿐입니다. 그저 당장 죽지 말라고 수액만 넣어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다른나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적당한때 죽어주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노래를 불러주고 싶군요...죽지않아~
협회에 스타크래프트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면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프로리그가 확대되는게 옳다고 결론이 났다면 그렇게 추진하세요. 스타크래프트로 돈을 벌수 있다고 생각하면 돈을 버세요.
하지만 다음 싹이 나오도록 씨앗을 뿌려달라고...요청드리고 싶습니다...그리고 그 싹으로 또 돈버세요...
배틀넷의 비매너와 욕설이 사라질수 있도록 정화캠페인을...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하는 나이어린 친구들이 쉽게 알수 있는 제대로된 스타크래프트 매뉴얼을...
원하지 않아도 넷상에서 알아서 만들주는 프로게이머들의 캐릭터를 살릴수 있는 다양한 상품기획을...
억지로 볼지언정 게임팬들 옆에 있는 여성,중장년층도 쉽게 이해할수있는 중계기법을...
그외에도 어떤 씨앗이든...
실패할지언정 추진하는 모습이라도 볼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결론은 단순한데 앞에 서론이 쓸데없이 길었습니다.
제 앞가림도 못하고 대출금 갚기도 빡빡한데 프로게임계 돌아가는거보면 잡생각이 많이 드는게 오지랖이 넓은건지...아직 덜큰건지..하네요.
1년반 가까이 게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최근에 몇게임을 직접하게 되자 예전의 즐거움이 돌아오는 느낌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같이 즐겨주는 친구들이 없네요.
게임은 직접해야 가치가 있는 것이고 직접 즐겨야 프로들의 게임을 봐도 재미가 배가될텐데, 보기만 하는 스포츠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재주도 없는 긴 글을 적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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