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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9/28 19:51:10 |
Name |
Sohyeon |
Subject |
세 가지 질문. |
제가 다니는 학교에 아주 젊은 선생님이 한 분 계세요.
그래서 그 선생님과 하루는 스타크래프트를 했죠...
뭐 둘 다 공방양민 클래스 D보다 못한 수준이니 막상막하의 경기를 치렀죠.. 낄낄낄.
그나저나...
저는 주종족을 하나 항상 정해놓고 게임을 했죠.
저그.
홍진호선수의 폭풍스타일에 반해서 골라잡았고,
선생님도 항상 경기 후에는 '너는 공격형이 역시 어울린다'는 말을 하시곤 했죠.
로스트 템플, 제가 2시 저그, 선생님은 12시 테란.
선생님께서 초반에 앞마당 못 짓게 SCV로 견제하는 데까지는 휘둘렸는데,
서로 엘리전 나오는 상황이었죠.
제가 보낸 저글링 6기와 반대쪽에서 러쉬오는 마린 6기...
본진 자원으로 어떻게 어떻게 막아냈지만 결국 해처리가 깨지고,
다행히 앞마당을 못 먹은 덕에 돈이 남아돌던 저는 희한한 데 멀티를 했고,
선생님은 결국 건물 다 띄워서 섬멀티를 먹어야 했죠.
뭐 그 다음에는 뻔한 싸움입니다.
자원채취율이 안 그래도 떨어지는 테란, 자원채취율이 떨어지는 섬멀티...
공중에 발키리 있지만 빠른테크로 디바우러 나가면 땡이니,
결국 선생님께서 (그래도 섬에서 버티시다가)
GG를 치셨죠. 지금 생각해도 참 재미있는 경기였습니다.
만일 이런 경기가 프로게이머상에서 나오면 어떤 말이 나올까요.
일단 프로게이머 당사자들은 미칠 노릇이겠죠.
서로 자신의 테크트리가 파괴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니 말이죠.
게다가 유닛 컨트롤하기도 골치가 아프고...
하지만 허탈한 웃음보가 터질 수도 있겠죠.
이걸 어떻게 재건할까 하는 그런 즐거운(?) 구상도 하면서...
(사실 선생님이 컨트롤 실수를 하시는 바람에 마린을 다 잡을 수 있던 거에요.
본진에 저글링 한 8기 정도는 뽑았었지만...)
반면 해설자나 관중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으음, 이게 바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께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이런 경기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궁금하네요.
서로가 서로를 엘리시키려고 눈에 핏발을 세우는 그런 전투는 또 어떨까요.
히드라 저글링 떼를 휘저어서 러쉬를 가고 그 틈에 본진 무방비일 때 질럿 대군이 들어오고...
확실한 건, 이런 전투가 또 기억에 잘 남는다는 것이죠.
여전히 선생님과 자주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곤 해요.
경기능력도 서로 안습이고 컨트롤은 더더욱 안습이지만,
(글쎄 저플전에서 자꾸 하이브 올라가도 디파일러를 안 뽑는 저그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만큼 실수가 많을수록 서로 재미있는 경기가 된다는 것을 요새 자주 느끼네요.
두 번째 질문이 여기에서 나오는 거죠.
여러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어떤 종류의 경기인가요?
맞엘리전, 대실수로 GG, 속된 말로 꼬라박고 게임셋, 뭐 기타등등...
요새 정말 재미있는 경기가 자주 나오더군요.
마재윤선수의 신의 영역에 다다른 수비,
김준영선수의 대인배스러운 저 너그러운 운영,
박지호선수의 물량만큼 시원한 공격과 컨트롤(;;),
임요환선수의 예측불허 벙커링 등등...
이런 선수들을 보면서 가장 궁금한 게 항상 이런 거였어요.
저 선수들은 하루에도 몇시간씩 게임 연습을 할 텐데,
지겹지는 않을까?
어떤 때 저 선수들이 가장 즐거움을 느낄까?
예상하셨다시피 세 번째 질문이 바로 그겁니다.
다만 주인공은 선수들이 아닌 여러분인 것이죠.
저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제 스타일이 공격형이다보니...
알카노이드나 로템, 라오발에서의 폭풍러쉬를 즐기죠.
투해처리 패스트 뮤탈리스크로 상대방을 농락하기도 하고...
제가 플레이를 하면서 가장 즐거울 때가 이런 때죠.
엄청난 병력으로 한 번 몰아치고 상대방이 정신없을 동안 병력을 다시 끌어모아서
몰아치고... 몰아치고... 또 몰아치고...
아직 폭풍저그 홍진호선수에 비하면 미풍... 산들바람 수준이지만요.
여러분은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덧1) 오늘도 또다시 횡설수설이네요; 이거 어떻게 통일성있게 글을 쓰기가 이렇게 어려우니;
덧2) 일기형식을 최대한 피해보려고 하는데, 아직도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덧3)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대답을 그냥 듣고 싶네요- 성실하게 대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덧4) 쓰고나니 딱 19900번째 게시글이군요... 한 글 백 개만 더 생기게 며칠만 기다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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