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06/06/30 20:04:55 |
Name |
힘내라!도망자 |
Subject |
바보같은 저의 넋두리입니다. |
베틀넷에서 팀플을 하다 만난 사람이
첫사랑으로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5년전 가을 저는 그런 사람을 만났습니다.
2001년 가을 10월의 어느날 평소와 다름없이
헌터에서 팀플을 했습니다.
아군의 땅을 파는 플레이로 패색이 짙어져 갈쯤
sorry라는 아군에게
전 sure라고 답을 해줬고
그게 그녀를 처음 알게된 순간이었습니다.
같은 채널에서 만나 리겜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나이도 물어봤습니다.
군대에서 제대를 한지 얼마 되지 않는 저는
군대를 어서 가라고까지 해줬었습니다.
그 순간까지 그녀가 제게 어떤 존재가 될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알고 지내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고백하고
우리는 만나게 되었습니다.
부천에 사는 저와 진주에 사는 그녀...
오고 가는것도 만만찮았지만
누군가의 손을 잡은것도
그렇게 가슴떨리게 행복해 했던것도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했던것같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법인데
저는 그걸 몰랐습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인생 최악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녀가 나에게 헤어지자고
다른사람이 생겼으니 이제 그만 만나자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충분히 생길법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저는 연애도, 실연도 서투른 저에게는...
정말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긴 절망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궁상맞다고 할지...
바보짓 참 많이 했습니다.
헤어진후 1년째 되던날 전 진주로 내려갔습니다.
그녀가 사는 아파트 아래에서
전화를 했습니다.
이제는 널 잊고 살겠다고
너도 행복하게 지내달라고...
최후라고 생각하고 좋은 모습 남기고 싶었습니다.
숨쉬는것조차 힘에 겨웠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련도...
아픈거도...
절망스러운 마음도...
그사람의 기억도....
하나 둘 지워갔습니다.
아니 지운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프고 힘들때마다 한 3년쯤 지나면 괜찮으려나?
이런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났어도
좋은옷을 보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좋은 영화를 보게되면....
늘 그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전 나 자신이 아무리 원해도 그녀를 완벽하게 지울 수 없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잊을 수 없다면 인정하자.
내 일부분으로 인정하자.
그녀를 다시 찾는다거나...
미련이나 집착같은게 아닌
내안에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기억을...
인정하자.
단지 그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가 떠올라도 그렇게 힘들지 않더군요.
잊는쪽이 아닌 묻어두는 쪽을 택했습니다.
어느새 다음달이면 그녀와 헤어진지 만 4년이 됩니다.
내안에 묻어둔 그사람을 가급적 떠올리지 않게
노력했습니다.
가끔 얘기가 나와도
4년전 경상도 처녀에게 채인적이 있지라고 웃으며 말합니다.
다른사람을 만나면 참 좋으련만...
정말 애석하게도 인연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슴한켠으로는 그녀가 어떻게 지내는지 늘 궁금해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그녀의 행복을 빌어줬습니다.
엊그제 일때문에 한달간 사천에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상관없겠지 하고 내려왔는데
막상 와보니 진주와 사천은 정말 가깝더군요.
위치도 그렇지만...
도로 표지판도 진주 몆 킬로미터...
가게 간판들도 진주 모모
티비를 켜면 진주 mbc,kbs...
이정도일줄은 몰랐는데...
지나가다 마주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묻어둔 그녀가 너무나도 궁금해 졌습니다.
정말 궁금해 졌습니다.
제발 그녀의 전화번호를 잊어버리면 좋겠다고 수십 수백번을 생각했는데...
3년전 그녀의 아파트 아래에서 전화를 한뒤로 단 한번도 하지 않았는데
다른건 잘 잊어버리면서... 왜 끝까지 기억하는건지...
두눈 질끈 감고 걸어봤지만 결번이더군요.
하긴 3년이나 지났는데...
집에 애가 한둘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 지났는데
지금 찾아서 어쩌려는건지...
친구들이 알면 절 죽지않을만큼 패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차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한번 풀려버린 마음은 그녀를 끝까지 찾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헤어지던 시절과 같은 아이디의 메신져 주소를 찾아 친구 신청을 했습니다.
차단을 당해도 할말이 없는 처지라고 생각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제 그녀가 로그인을 했습니다.
한창 바쁜 아침시간...
온몸이 다 떨리더군요.
사물이 뿌옇게 보이고...
그야말로 덜덜덜이었습니다.
서로 바쁜 틈에도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아직 시집은 안갔더군요.
지금은 진주에 있지않고 대구에 있다고 합니다.
뜨문 뜨문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내가 왜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와서 뭘 어쩔 수 없는거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랑은 결코 구걸하지 않는것이라는거 이제는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냥 궁금하니까...
이제 3년이나 지났으니까...
편하게 물어봐도 될 시간이 지났으니까...
제 자신이 자신에게 해주는 변명이었습니다.
인정하기는 죽어도 싫지만...
기뻤습니다.
어제는 일찍 잠을 청하면서도 다음날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바보...
사정상 저는 사무실이 열릴시간보다 일찍 나옵니다.
아침 일찍나와 사무실이 열릴 시간을 기다리며...
아무도 없는 계단에서 헤드폰를 끼고 음악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일들과 어제의 일과 저의 바보같음이 떠오릅니다.
이젠 다시 시작 할 수 없다는것을 생각합니다.
사라졌던 절망감까지도 다시 떠오릅니다.
잊고 있었던 눈물이 한방을 흘러내립니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느끼며...
바보같은 제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도 나옴니다.
그리고 훌쩍거리며 계단구석에서 울었습니다.
오늘도 전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최대한 민감하지 않을것 같은 주제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습니다.
뜨문 뜨문... 오고가는 대화에 전 항상 긴장합니다.
평상심을 유지하는 척 하고 있는게...
무덤덤함을 가장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나 자신을 속여야 하기 때문에....
그녀는 오늘 회식을 한답니다.
나이트도 간다고 합니다.
전 그녀에게 재밌게 놀다오라고 해줬습니다.
예전에는 그녀의 존재를 떠올리는게 무서웠지만...
이제는 제 자신이... 제 마음이 무섭습니다.
또 다시 가슴이 아플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
.
.
.
.
.
허름한 넋두리를 읽어주신분 감사드립니다.
고민 해결을 위한 질문이 아닌 그저 넋두리일 뿐입니다.
제 마음이 문제네요.
pgr21가입후 3년만에 유게말고 처음 올리는글입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려도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합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