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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6/23 01:54:06 |
Name |
sylent |
Subject |
[sylent의 B급칼럼] 강민의 나이트메어 |
[sylent의 B급칼럼]은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sylent(박종화)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왕일(김현준)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담론이다.
[sylent의 B급칼럼] 강민의 나이트메어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시스템 속에서 구성되어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즉 선수가 아무리 '프로의식'에 충실해야 한다고 할지라도, 관객과의 접점에는 언제나 선수의 정서적 가치, 맵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그리고 전략과 전술을 통한 표현의 발현이 우선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충성심을 보이는 강민 선수의 팬들이 '몽상가'를 외치며 '승패를 넘어선 무엇'을 강민 선수에게 요구하는 이유는, 경기를 풀어내는 강민 선수의 다원주의적 관점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팬들은 매 경기경기마다 "이번에는 어떻게?"라는 질문을 화면에 던지며 몰입하고 있다.
박용욱 선수와의 상대전적은 10:14. 불과 네 경기의 차이가 '천적'을 만들어냈다. 비록 정치적인 냄새가 조금 나긴 하지만, "박용욱은 강민의 천적"이라는 얘기는 TV에서도, 게시판에서도, 팬들의 입술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었다. 강민 선수는 이 '천적론'을 단번에 지우길 원했고, "이번에는 어떻게?"라는 팬들의 의문을 프로브로 해결해주었다.
악몽의 시작, 파일런
"빌드는 계속 돌고 돈다. 용욱이도 나처럼 할 수 있고 나도 용욱이처럼 할 수 있다."라는 강민 선수의 인터뷰는, 오늘 경기의 일등공신 '매너 파일런'이 깊은 의미를 품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강민 선수는 팬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박용욱 선수의 '악마의 프로브'를 복제하기로 마음먹었다.
<디아이>와 <아카디아>에서 구현한 '매너 파일런'은, 박용욱 선수의 자원 수급률을 저하시킴과 동시에 정상적인 경기의 흐름을 뒤틀어 놓은데다가 박용욱 선수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었다. 프로토스간의 동족전에서 '매너 파일런'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겠지만, 막 생산된 드래군을 포위하는 파일런이라 든지, 지속적(!)인 질럿 압박을 통한 교란은 박용욱 선수의 자원과 몇몇 타이밍을 동시에 빼앗았다.
<아카디아>에서 펼쳐진 2경기에서는 특유의 호전적인 기질 덕분에 한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파일런을 이용한 적절한 방어와 날카로운 리버 견제로 승기를 이끌어 올 수 있었다.
악랄한 질럿
'질럿 1기로 막히는 <815 3>의 입구'를 '질럿은 1기 밖에 없다'는 사실로 확대 해석할 수 있었던 강민의 상상력은 프로브의 정찰로를 우회해, 끝내 박용욱 선수의 입구를 뚫어내고 질럿을 난입시키는데 성공했다. 끊임없는 질럿 압박으로 자원 채취를 방해함과 동시에 박용욱 선수의 캐리어 생산 의도까지 알아챈 강민 선수는 '커세어-리버' 조합으로 경기를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었다. 11시 멀티를 두고 펼쳐진 두 선수의 아슬아슬한 공방은 결국 '질럿 1기로 막히는 <815 3>의 입구' 덕분에 강민 선수의 악랄한 질럿 1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박용욱 선수는, 앞선 두 경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침착한 운영을 보여주었지만 이미 탈선한 경기를 제자리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임팩트가 강한 패배는 여진(餘震)을 부르기 마련이다. 모처럼 예전의 기운을 되찾고 있는 박용욱 선수에게 오늘의 경기가 슬럼프의 빌미가 되지 않아야겠다.
강민의 나이트메어
오늘 경기의 가장 큰 미덕은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된 강민 선수의 집요함이다. 오랫동안 아무런 비판없이 면면히 내려온 불문율 혹은 도그마화된 서로의 강점과 단점이 올바른 것인지를 철저하게 따져보겠다는 의지를 전면에 내세운 강민 선수는, 결국 상대의 특기를 복제하여 되돌려줌으로서 '천적론'에 종지부를 찍었다.
강민 선수가 두 번째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쓰러뜨려야 하는 마지막 상대는 '저그의 본좌' 마재윤 선수. 수년간 지속되어온 저그에 대한 프로토스의 열등감과 두려움은 게임의 승패에 관계 없이 모든 프로토스 플레이어들이 넘어서야 할 거대한 핸디캡이자 징크스이자 심리적 저항선이다.
꿈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꿈꾸는 사람을 가혹하게 다룬다. '몽상가'는 이미 꿈을 현실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by sylent, e-sports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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