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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6/20 12:57:37
Name 김성재
Subject 제대하는 친구에게 . written by 7급 하지연
군대 인트라넷에 "북클럽" 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칼럼을 남기고, 리플을 남기고

그곳 분위기가 pgr21 과 약간 비슷하네요;;

아주 오래된글이구요.. 군대 제대하신분이나;;

가게 되시는 분들 한번씩 읽어 보시면 좋을듯^^



***

당신에겐 너무도 느리고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늘 그자리에
있는 나에게는 휴가 몇 번 다녀오고 여름 한번 겨울 두번 같이
넘긴 짧은 기억밖에 되지를 않는다.

처음와서 빈 의자에 각 잡고 앉아있던 당신을 보며 짖굳은 생각을 하며
어떻게 놀려 먹을까 생각을 안한 건 아니지만 어느새 여름을 같이 지내
며 외박 떄 보고 온 영화 얘기도 하고 당신 여자친구 보내온 과자 소포를
같이 먹으면서 돈 보태 같이 잡지를 사보던 친구처럼 느끼게 되었다

***

나여기 발령 받아 처음 만나게 된 병장이 광주 출신의 사투리 삼하게 쓰는
나보다 나이도 두 살 정도 많은 얼굴 하얗고 눈 동그란 청년 이었다

지금은 나도 역시 그렇게 하지만 언니들의 충고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넌 직장생활이고 걔들은 의무 복부기 떄문에 깊은 정 주지 말라고' 그러더라

아무도 아는 사람도 없고 일하는 요령도 없이
낯선 곳에서 근무하게 된 나에게
무던히도 잘해주고 비상걸린 저녁에 영화관에 틀어박혀 있떤 나에게
열 두번도 더 전화해주었고 대대장님께 혼나서 눈앞이 어질어질했던 나에게
따뜻한 차 한잔 건네주며 위로해 주던 것도 그 박병장 이었다.

지금이야 세월도 오래되고 누구에게 신세질 정도로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업무 펑크내고 도망다니는 뒤치닥거리도 곧잘 하곤 한다.

***

바깥에 있으면 재미있는 친구에 단란한 가정의
귀염둥이 막내에 한 여자의 믿음직한 애인이기도 할 당신들이 다같이 머리 짧게 깍고 언제나 먼지 한웅큼 묻힌듯한 전투복에 구겨지고 휴가 때 말고는 빛나는 앞 코를 본적이 없는 전투화를 신은 당신들의 모습이 때때로 가슴 서늘하게 안타까울 때도 있다.

원래 우리의 조직이 생산적인 조직 이라기 보다 소모적인 집단 이다 보니
당신들의 재능을 이리저리 흡혈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눈 오는날 사역하다 발동 걸려 눈싸움하다 주임원사님께 걸려 혼나고
야근하다 시켜먹던 피자 한조각에 삐지고 과장님께 혼나서 어깨 축 쳐져
나오던 네게 차마 위로의 말도 못하고 괜히 과장님 방문만 재려보던 그런
세월을 같이 견디다 보니 당신들의 제대를 축하하면서도 괜히 겉으로는 왜 이놈의 복무기간이 자꾸 줄어드는지 타박을 하기도 한다

***

교회에서 알게된 여자친구를 집안에서
너무 반대해 죽을 만큼 괴로워하던 한당신이
제대 후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같이 유학가게 됐다며 집으로 찾아왔던
기뿐일도 있었고

복학전 집에서 딩굴딩굴 하다 심심해 미치겠다며 전화해
놀자며 어이없게 한 당신도 있었고,

제대 후 화장품 회사에 취업했다고 화장품
샘풀 소포 가득 보내줘서 한동안 화장품 걱정 잊고 살게 해줬던 당신도 있었는가 하면 이등병 시절 힘든 고참 만나 너무도 많이 고생 했는데 당신 고참 된 후 얼마나 자상한 내무실장이었던지 엄함 군기로 정통 깊던 내무실 역사를 바꿔놓은 당신도 있었지

***

이 모든걸 차지하고라도 정치인 자녀들의 병역 비리에
스포츠 스타, 인기 연예인의
병역 기피를 뒤로 한 체 묵묵히
나와 군 생활을 같이 해준 당신 진심으로 복받을 지어다.

당신 전역이 가까운 요즈음에 여전히 종이를 물고 있는 복사기와 씨름을 하는 당신 뒤통수를 보며 전역 인사에 가능해 몇 자 적어 본다

생각보다 추억도 많고 또 내 짬밥이 많아서 인지 당신 앞에 묵묵히 걸어 갔던 당신의 많은 고참들의 추억도 같이 오버랩이 되는 것 같다.

여기를 나가고 나면 당신은 너무 힘들고 두번 다시 돌아보기 싫은 추억이
되겠지만 여기에 남아서 또 다른 당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은 나가서
무엇을 할까 가끔은 그리워 하는 사람이 있딴느걸 알면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 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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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마스터
06/06/20 13:13
수정 아이콘
1년전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북클럽이랑 컴월(여기는 인터넷 못지 않았죠.)
넷컴 다 잘 살아 있는지 모르겠네요
툭하면 폭파가 되어서...
CJ-처음이란
06/06/20 13:14
수정 아이콘
와...
가즈키
06/06/20 13:37
수정 아이콘
옛날생각나내요..인트라넷 잘뒤져보면 없는게 없죠..
MP3에.. 온갖 소설들 그리고 고전게임들.. 저것들 떄문에 당직서는게 너무 편했죠 ..시간가는줄 몰랐다는

지금도 생각나는게 인트라넷에서 하급생 다운받아서 하는데 중대장한테 걸렸는데 그분이 게임화면보고 프린세스메이커냐? 재밌겠내 하면서 그냥 넘어가주었는데...성인게임인거 알았다면 -_-;;
06/06/20 13:52
수정 아이콘
7급 하지연님 글을 여기서 볼수있다니...-ㅁ-;;
게다가 인트라넷에서 보았던거라 더 아련하네요.
iiiliiliiil
06/06/20 13:52
수정 아이콘
전 상병때부터 몰래 인트라넷 하는 재미로 버텨왔다죠;
그러다 다이스 채팅프로그램이란걸 알게되어 하다가 보안검사때 걸려서
영창갈뻔 했었는데 다행히 정보장교와 친분이 있었던지라; 군기교육대 3회 입소로 끝냈다죠 ;ㅁ;
06/06/20 13:56
수정 아이콘
군대 시설이 점점 좋아지는 모양이네요.
정지환
06/06/20 14:15
수정 아이콘
제대한지 3년이 다 되어가는데, 제가 군복무시절에 제일 많이 가던 북클럽이 아직도 있다니 대단하군요 ^^
마술사얀
06/06/20 14:17
수정 아이콘
혹시 최근에는 '무나나라' 는 군 인트라넷에 없나요? 인트라넷 개통이후 거의 처음으로 생긴
군장병들 클럽이었던걸로 기억하는군요.
암튼 맛깔난 글 참 잘 읽었습니다.
이쥴레이
06/06/20 14:29
수정 아이콘
인트라넷 동호회 활성 시절... 엄청났죠..

다만 모 동호회 사건으로.. 사건사고 사례에 실리면서.. 엄청난 후 폭풍이..

군시절 인트라넷때문에 정말 재미있게 시간 보냈죠..
특히 말년 짬밥 되었을때.. 그 재미란 =_=;;
토스희망봉사
06/06/20 14:47
수정 아이콘
아 인트라넷이 이제 그 진가를 발휘 하네요

제가 공병 출신이라서 인트라넷 때문에 고생 했던 기억이 나네요
통신중대 따라 다니면서 땅파고 여기저기 전신주 손보고 말년을 해빛이 짱짱한 사막같은 거리를 헤메고 다녔었죠 후후
그런데 저는 한번도 인트라넷 못해 봤다는
마술사
06/06/20 15:01
수정 아이콘
여기에 있는 인트라넷은 아마 국방부 인트라넷이겠지만
전의경들이 쓰는 인트라넷은 행자부 인트라넷이죠.
저는 의경이었는데, 행자부 인트라넷에 프리배틀넷 서버가 있었죠. 지방의 모 전경이 만들어서 운영하다가
보안감사때가 되면 파일을 보내서 다른곳에서 운영하고 다시 다른곳에서 운영하고 막 이래서 주소가 종종 바뀌던 기억이 나네요 흐흐

거기를 알아내서 다른 전,의경들과 같이 스타를 즐겼는데..
군대에서 인트라넷에서 프리배틀넷을 운영하고, 또 이런곳까지 찾아와서 즐길만한 사람들은 다 기본실력이 있고 또 군대인 만큼 다들 손도 적당히(?) 썩어서 프로게이머급의 실력이 있는사람도 없고 다들 비슷비슷한 수준이었고..저랑 실력도 맞고 해서 거기 분들이랑 진짜 재밌게 했습니다.

말년에 인트라넷스타대회를 한다고 했었는데..전 말년휴가를 나가느라 참가를 못했었죠; 하하;
그때 기억이 나네요.
06/06/20 15:07
수정 아이콘
이쥴레이 // PGR에 우리 말고도 화룡동(환세연)을 기억하는 괴인 분이 계시려나요..;;
06/06/20 15:14
수정 아이콘
지금은 동호회 명칭이 아마 책마을일 겁니다. 모 부대 사이트 폭파사건 이후로 떠돌다가 해군 모 보급창 커뮤니티에 정착했죠. 가끔 들렀는데 커뮤니티의 동호회들 자체가 다 유익했던 곳이었습니다.
사라만다
06/06/20 15:56
수정 아이콘
동급생은 알겠는데.... 하급생도 있군요
06/06/20 16:30
수정 아이콘
스타동호회 화랑카페 아시는 분은 없나요^^;

북클럽, 음악동호회(인다소울 & QR), 디자인동호회도 유명했지요.
와레즈(?) 같은 곳에서 용량작은 게임,소설 같은 것 공유하는 곳도 있었고..

MP3 다운받을 수 있는 곳도 있었는데 곧 폐쇄되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비타민C
06/06/20 18:12
수정 아이콘
마술사남// 오. 저도 그 얘기 하려고 했었는데요!! 행자부인트라넷은 정말 안되는게 없었죠. 스타프리넷, 라그, 리니지2 까지...

그 스타프리넷에도 고수 많았죠^^ 제가 10월 전역했는데 지금 생각나는 아이디가... bluemarine 님이던가... 그리고 서버 한때 운영하셨던 저그유저도 있었는데... 그곳에는 유독 저그 유저가 많았죠. 하하하.
클랜도 있었구요.
모또모또
06/06/20 18:25
수정 아이콘
컴월드, 북클럽, 또뭐지 영어관련 뭐랑 디지카, 또 무슨 채팅방(온갖태그되던) 하여튼 웃기게 군생활했죠 알ftp깔아서 공유주고 받고 아 참 선자게도 있었는데 아시는분 있으려나
yurayura
06/06/20 18:36
수정 아이콘
마술사님..저도 의경출신인데 인트라넷 프리배틀넷 많이 했었어요..^^
신기했었음..여기서도 배넷이 되다니..-_-
blacksim
06/06/21 02:09
수정 아이콘
아직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무챰이란 애니메이션 동호회에서 놀았는데
그때 친구들 아직도 가끔 만나고 하는군요.^^ 정보학교에 있을때는 참
좋았는데.(정보학교 마스터분이 굉장히 친절하셔서 제스터님이였나.-_-)
거기 폭파되고 나서는 여기저기 많이 떠돈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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