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오프라인 무대에서 치러진 경기였고, 시리즈의 내용들도 흥미로웠으며, 슈퍼플레이와 희한한 실수들이 결합된 명장면들이 속출한 상당히 재미있는 플옵 1라운드였습니다.
프나틱 3:1 SK
MVP: 업셋 (프나틱)
제낙스가 SK를 멱살캐리하는 인생 시리즈를 펼쳤으나, 양 팀 간의 실력 격차는 분명한 대진이었습니다. SK를 이 자리에 있게 한 트리츠와 제낙스의 한타 존재감은 여전히 빛났지만, 미드-원딜 캐리 라인에서의 차이는 좁히기 힘들었죠.
블루는 TCL에서 뛸 때부터 메카닉에 대해서 상당히 칭찬이 많은 선수였는데 (소수의 의견이었지만, 넥스트 캡스라는 평가도 간혹 있기는 했었죠) 결과적으로 LEC 데뷔 시즌은 기대치에 비해 상당히 밋밋했고 플레이오프는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제 메이저 지역에서의 첫 시즌이니 더 나아지기를 기대해야겠네요.
틴스의 데뷔시즌은 블루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았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역시 EU마스터즈 우승을 캐리했던 때의 기대치에 비하면.. 서머에 더 분발해줘야 꾸준히 LEC에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나틱은 간신히 승리하기는 했지만 정규시즌에 비해 경기력이 반등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현재의 경기력이라면 샬케를 만났을때의 승리도 장담하기 힘들고, 로그를 상대로는 다전제에서 상대가 안 될 거라고 봐야겠죠. 물론 전통의 강호로서 프나틱이 가진 플레이오프 DNA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업셋은 현재의 퍼포먼스라면 유럽에서 레클레스에 대적할 유일한 원딜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더 나은 점이 있기도 하고요.
G2 3:2 샬케04
MVP: 레클레스 (G2)
일방적인 승부가 될 것이라는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상당히 팽팽한 시리즈였습니다. 결과적으로 G2가 승리하기는 했지만 정글-서폿의 플레이메이킹에서 상당히 실수가 많은 시리즈였고, 샬케는 리미트의 동물적인 이니시에이팅과 솔로 라이너들 (BB-아베다게) 의 활약에 힘입어 그런 빈틈을 잘 찌르고 들어갔습니다.
여전히 G2는 유럽 최고의 팀이고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지만, 손도 대지 못할 무적의 존재는 아니다 라는 희망을 다른 팀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시리즈 아니었나 싶네요. 물론, 지난 시즌의 G2가 스프링과 서머 모두 플옵 패자조를 뚫고 올라왔음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큰 의미 없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겠지만요. 아무튼 시리즈 끝난 이후 그랩즈, 얀코스 등의 반응을 보면 G2 선수단에게도 나름 따끔하게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는 된 것 같습니다.
G2의 부진에 가려져 주목을 덜 받았지만 샬케가 이 날 시리즈에서 보여준 모습은 상당히 훌륭했습니다. 작년 G2와 풀세트 접전을 치렀던 로그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결국 구멍을 못 틀어막아서 진것도 비슷?) 지금 와서 의미는 없는 이야기지만, 크라운샷이 바이탈리티가 아니라 샬케로 이적했더라면 리그의 판도가 꽤 바뀌었을수도 있었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매드 라이언스 3:1 로그
MVP: 카이저 (매드 라이언스)
G2의 얀코스와 레클레스가 인터뷰에서 매드 라이언스와 로그 두 팀 다 G2의 스크림 파트너였음을 언급하며, '스크림에서는' 두 팀 중에 매드 라이언스가 더 강한 팀이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는 했습니다. 정규시즌에서 보여준 모습은 로그가 훨씬 안정적이었지만, 다전제에서는 매드 라이언스가 업셋에 성공했네요. 작년 서머 플레이오프에 대한 복수이기도 합니다.
정규시즌에 서로 돌아가면서 부진을 겪었던 휴머노이드, 카르찌, 카이저 3인방이 플옵에서는 작년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아주 보기 좋았네요. 결승, 우승까지 가기 위해서는 아직은 좀 부족하지만..
아르무트-엘요야 영입때 매드 라이언스의 전력이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평가한 사람은 많았지만, 그래도 스프링 당장은 힘들고 두 선수가 리그에 적응한 서머 쯤 되어야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엘요야는 확실히 뭔가 다른 선수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셀프메이드 이후 LEC에 등장한 유망주 중 가장 천재적인 재능이라 생각합니다.
트림비와 카이저 사이의 서폿 차이는 명백했습니다. 카이저는 유체폿 소리 충분히 들을만한 캐리력을 보여줬고, 상대적으로 트림비는 아주 저조한 시리즈를 펼쳤네요. 사실 플옵 시작 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어있던 차이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격차가 훨씬 컸습니다.
로그는 항상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변수없고 정석적인 팀이라 정규시즌은 잘해도 플옵 가면 한계가 있다' 라는 지적을 결국 아직까지는 다 떼어내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로그가 마냥 교과서적인 팀은 아니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계속해서 플레이오프 다전제에서 한계를 노출한다면 저런 평가를 부정하기는 힘들겠죠.
약간 디테일한 문제지만, 정규시즌 G2와의 첫 맞대결에서도 그랬고 이번 4세트에서도 그랬고 게임 후반 클러치 상황에서 사이드 인원 배치/운영에서 실수가 반복되는 것은 로그가 남은 플옵 일정을 치르기 전에 반드시 피드백하고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은 드네요.
향후 대진
샬케 04 vs 프나틱
현재까지의 경기력만 놓고 보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지만, 프나틱이 한 가지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는 것이 있다면 바텀 라인전에서의 파괴력과 원딜의 기량 차이입니다. 이 부분에서 샬케가 명확한 해법을 꺼내들지 못한다면 결국 바텀차이로 프나틱이 어떻게든 시리즈를 가져가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
로그 vs (샬케-프나틱 승자)
누가 올라오든 로그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실망스러웠던 오늘 로그 경기력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샬케와 프나틱 두 팀이 훨씬 허점이 많은 팀들이죠.
다만 언제나 그렇듯 프나틱의 경우는 팀의 플레이스타일과 선수들의 성향 자체가 워낙 도깨비 팀이고, 고점에서의 경기력은 입증된 팀이며, 높은 무대를 경험해본 베테랑들이 존재하는 팀이기에 변수는 확실히 있습니다.
G2 이스포츠 vs 매드 라이언스
1라운드 경기력으로 두 팀이 맞붙었다면 100% 매드 라이언스가 이겼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주일의 준비 기간이 더 주어지고 G2가 어떻게 다른 팀이 되어서 돌아올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니까...
얀코스의 경기력이 1라운드에 꽤 흔들린 상황에서, 엘요야가 LEC의 역대급 재능인지 아닐지를 엿볼 수 있는 상당히 좋은 기회가 아닐까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