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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25 17:28:17
Name ipa
Subject Kespa와 FA규정은 정말 악마일까?




케스파는 정말 악의 축일까? 스타판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해충이며, 하다못해 필요악 조차도 되지 못하는 존재일까?

어쩌면 케스파 법적 구성원인 기업집단들은 정말로 '이 판에 대한 애정? 그딴 거 업다' 하고 언제든 먹고 튈 준비가 되어 있는 하이에나 같은 존재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케스파라는 조직의 필드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은 어떨까?

그들도 그저 이 판에서 단물이나 빼먹고 튀자는 하이에나의 주구들일까?

...글쎄, 그 부분은 단언하기가 좀 그렇다.

무능해서 관계자나 팬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면은 있을지언정, -이 판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나 팬덤의 대립지점에 서서 언제든 털고 튈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확신하기는 좀 그렇다.

내가 아는 한 이 판에 대한 애정이 어느 누구보다 적지 않을 대니얼 리 전 감독 역시 케스파에서 일했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케스파 직원들 중 스덕이 아닌 사람들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이번 FA 규정에 대해서 케스파 직원의 입장이 되려고 노력하며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이영호, 이병민, 최연성의 케이스에서와 같은... 구단 간의 접촉이 아닌, 선수 개인의 의사에 의한 이적.
홈 구단의 입장에서 보면 전력 누출, 홈팀 팬 입장에서 보면 에이스 빼돌리기.

물론 선수들에게 이적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도, 구단 입장에서 전력 보강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렇기에 종전의 많은 라면팀과 라면팀 팬들은 에이스들의 이적을 손놓고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라면팀 에이스들의 이적을 규정으로 제한하기에는, -어떤 명분을 들이대든- 현실적으로 당시의 상황이 선수들에게 너무 가혹했다.

그런데, 이제 모든 팀이 기업팀으로 창단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기업 간 자금력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며, 종전처럼 선수들에의 접촉에 의해 이적하는 것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스몰팀의 유지는 빅팀의 자발적인 동업자 정신에 의존해야 하는 양상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빅팀들의 팜으로 불리는 모 팀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어찌보면 이 판의 강자라 할 수 있는 빅팀보다는 상대적 약자인 스몰팀의 입장에서 더 절실하게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적을 제한하는 제도의 도입이 요구되었을 것이다.

이전과는 달리, 전 구단의 기업팀화로 인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어느 팀에서 뛰든 라면을 주식으로 삼아야 할 일은 없어졌고,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기존에는 가혹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선수들의 이적 제한을 정당화하는 명분이자 전제가 되었을 것이다.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적을 제한하는 제도, 5년간의 보류권.
그에 대한 반대급부-혹은 구색맞추기-로 함께 도입된 제도가 FA라는, 거창하게는 헌법상 '직장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근거한 시혜적 제도이다.


직장 생활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큰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방향성과 골격은 최종결재권자가 정한다.
케스파를 구성하는 각 구단의 구단주들-스타에 대해 잘 모를 확률이 높고, 동시에 꼰대일 확률이 높을-은 선수들의 권리 따위, FA 제도의 본질 따위보다 최대한 모기업에 돈 안들어가는 방향에서 큰 틀의 합의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실무는 당연히 실무의 케스파 직원들이 담당했을 것이다. 나랑 똑같은 말단들이.

그 사람들은 나랑 똑같이 소비자-팬-들의 민원에도 시달려야 하고, 자기들이 접촉하는 거래처-선수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고, 자신들의 알량한 사명감을 위해선 스포츠라는 명분도 고려해야 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태어난 기형아가 바로 지금의 agent-free(not free agent), free auction제도일 것이다.

선수들의 선택권과 이동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고 팀의 자금 소비를 최소화하라는 상부의 지시, 그리고 그 틀 안에서 선수들의 입장과 스포츠로서의 명분을 최대한 살리려는 실무진들의 고민과 타협이 낳은 기형아.


포모스 매니아 칼럼에서도 본 말이지만, 사실 이 제도에 FA라는 이름만 붙이지 않으면, 일정부분 선수들에게 시혜적인 측면이 꽤 있는 것도 사실이다.


케스파의 발표대로 사전접촉, 담합에 대한 방지책으로는 실효성 없는 제재규정보다 free auction방식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또,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뻘짓으로 여겨졌던 총액기준낙찰규정 역시도 최대 3년의 다년계약입찰 가능 규정과 최소 우선협상시 홈팀 제시 연봉 이상액 입찰 규정과 조합되면, 실제로 케스파가 발표한 것처럼 계약기간에 관계없이 선수들이 실질적으로 최대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fomos.kr/gnuboard4/bbs/board.php?bo_table=free&wr_id=1231566&sca=&sfl=wr_name%2C1&stx=ipan&sop=and

물론 선수를 가지고 경매질을 하는 게 옳다는 건 아니지만, 양자 간 계약에 의해 선수를 사고 파는 트레이드에 대해서는 욕을 안하는 걸 보면, 경매 방식을 취하는 게 필연적으로 욕을 먹어야 할 일인가 싶기도 하다.
연봉액으로 모든 걸 결정하게 하는 것 역시 병맛이긴 하지만, 많은 팬들 역시 이제동에게 "프로답게" 정 같은 거 뿌리치고 정당한 '몸값'받고 이적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지 않은가.


이번 제도는 분명 FA는 아니다. FA가 아닌 것에 FA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온 것 자체가 가장 큰 뻘짓이었다.

감기증상을 완화하는 효능이 없는 음료는 감기약이 될 순 없다. 하지만 맛이 좋다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수가 될 수는 있다.

그렇게 보면, 이번에 도입된 FA규정은 악마가 아니라 바보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악마는 FA규정이 아니라 아마추어와 준프로를 인정하지 않는 등록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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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25 17:33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10년에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고 최고의 개인리그로서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스타리그의 규정에 의해 당당히 출전권을 받은 것인데
어떻게 협회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그 선수의 시드를 박탈할 수 있는 걸까요.

FA가 안 되면 안 되는대로 무소속 선수인거지.
아니, 준프로강등이여도 개인리그는 개인리그인거지.
왜 개인리그 출전금지까지.. 리그 출전제한은 주최측이 해야하는 것일텐데 말이죠.
09/08/25 17:33
수정 아이콘
원래 이딴식으로 제도를 하나 만들려고 했는데

인터넷 서핑 중에 스포츠 뉴스 들어가봤더니 FA계약이라는 단어 쓰길래

'프로 스포츠 종목들에서 사용하는 단어 쓰면 있어보이겠지?'하면서 뜻도 모르고 그냥 지은 것 같습니다.
09/08/25 17:41
수정 아이콘
글쓴분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제동 선수의 인터뷰에서도 나왔듯이, 선수들이 어느정도의 아마추어리즘도 있고 주위의 눈이 무서워서 돈 많은 곳으로 못 가는 일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이런 제도라면 그런 눈치는 안봐도 되죠.

그래도 병맛이라면 계약 실패시 뜬금없는 준프로 강등...
靈感公園
09/08/25 17:48
수정 아이콘
그 '등록규정'을 제정/관리하는 주체가 KESPA 인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信主SUNNY
09/08/25 18:17
수정 아이콘
이번의 행위도 좋은 짓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기존의 이적도 선수와는 관계없었고, 현재의 이적도 선수와는 관계없구요. 기존에는 팀과 연봉에 이견이 있는 경우 웨이버 공시를 요청 - 다른팀에서 이 선수를 데려갔는데, 이 경우 원소속팀이 손해보지 않게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생각합니다. 바꿔생각하면, 선수영입에만 돈을 썼는데, 원소속팀에게도 돈을 써야하니 선수이동을 더 방해하는 요소이며, 저 돈이 다른 돈이 아니라 결국 선수들에게 돌아갈 돈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지요.

나쁜 짓이며 바보짓이라 생각합니다.
09/08/25 19:15
수정 아이콘
이 분 본질을 모르시네요.....
분명 다년계약이 선수들에게 더 좋을 수도 있죠.
하지만 어쨋든 "결과" 적으로 그렇게 되었나요? 아니잖아요.
그리고 다년계약을 하든 1년계약을 하든 그건 어디까지나 구단-선수간 문제입니다. 선수가 다년계약이 좋다고 하면 다년계약을 요구하는 거고, 1년계약이 좋으면 1년계약을 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지금 문제 자체는 애초에 1년계약이든 다년계약이든 "선택권" 자체가 없다는 거잖아요.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자꾸 "다년계약이 선수에게 좋을 수도 있다" 운운하시는 건 본인의 무지의 극치를 드러내는 거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데요?

그리고 경매 방식 자체도 문제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역시 다시한번 말하지만 선수들의 "선택권" 자체를 제한 하는 거라니깐요?
그러한 문제를 싹~ 다 외면하고 자꾸 "좋은 면도 좀 보자" 운운하면 할말이 없습니다.

히틀러도 좋은 면이 있었어요. 군수산업을 일으켜서 독일 내 실업자를 대량 구제했죠. 그렇다고 사람들이 "히틀러의 좋은 면을 보자" 라고 말합니까?
애초에 좋은 면 보다 나쁜 면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은데 그걸 가지고 자꾸 "좋은 면도 좀 보자" 운운하면 아무리 봐도 본인의 무지를 드러 내는 것이나, 협회 관계자, 혹은 협회 알바라는 소리밖에는 못들을 거 같습니다
09/08/25 19:17
수정 아이콘
그리고, 그거 아세요? 애초에 현 FA제도는 차라리 없는 것이 오히려 선수들에게는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것을요.
예를 들어 지금 이제동 선수가 FA가 없었다면 그냥 화승이랑 계약 끝내고 다른 팀들과 1:1로 협상테이블에 앉아서 협상하고 계약해서 가면 그만입니다.

옛날에 이병민이 그랬죠. 팬택이랑 계약 끝내고 그냥 바로 KTF로 가버렸습니다. 당시에는 FA제도가 없었거든요.
물론 이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이러한 FA제도때문에 오히려 선수들의 권리는 더 박탈당했습니다.
아예 팀 선택권 자체가 박탈당했으니깐요.
오히려 선수들의 이적의 자유는 FA제도때문에 더 망가졌습니다.

연봉 많이 주는 곳으로 가니까 좋을 거라고요? 님은 돈 많이 준다면 중동이라고 가시겠네요.
Observer21
09/08/25 19:54
수정 아이콘
razhe님//
razhe님은 댓글을 쓸때 지켜야할 최소의 예의 자체를 모르시네요.
09/08/25 20:51
수정 아이콘
razhe님// 본문에도 나와있습니다만, FA제도는 구단들의 입맛에 따른 5년 보류권에 묶음으로 딸려 나온 제도입니다.
당초 FA 도입의 핵심은 5년 보류권을 잡음없이 확보하기 위함이었으며, 따라서 이병민 선수의 케이스와 같은 자유이적은 FA 도입 시점에서 이미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즉, 이병민 선수나 최연성 선수, 이영호 선수 같은 케이스를 없애기 위해 도입한 것이 구단의 5년 보류권이며, 거기에 대해 떡고물처럼 주어진 제도가 FA였다는 얘기죠. 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FA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고 해도 이제동 선수가 그냥 화승이랑 계약 끝내고 다른 팀들과 1:1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협상하고 계약해서 가면 그만인 일은 절대 없었을 거란 얘깁니다.

깊게 얘기하자면 얘기가 너무 길어지니 표면적인 부분만 말씀드리죠.
애초에 선수들의 선택권을 가장 제한하는 규정은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FA 자체가 아니라, FA의 전제조건으로 도입된 구단의 5년간 선수 보류권입니다. 그리고 구단에 속하지 않으면 애초에 개인리그가 태생적 본질임에도 이 판에 발도 못 붙이게 해 놓은 규정이구요.
이런 독소조항 위에서 떡고물처럼 얹힌 제도가 이번 FA입니다.
순수하게 FA와 관련된 규정 자체만 보면 좋은 면보다 나쁜 면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제동 선수를 제외하고 다른 에이스급 선수들은 FA 기간 동안 기존에 비해 훨씬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을 했구요.

그리고 다년계약이 선수들에게 유리한 건 일반적인 관점에서 당연한 거 아닌가요? 왜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좋겠습니까? 그게 왜 무지의 극치인지 저야말로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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