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8/09/16 13:34:42
Name Love.of.Tears.
Subject [L.O.T.의 쉬어가기] 처음 그대로Ⅲ
처음


처음이란 누군가를 설레게 하는 것. 관습이나 외부의 자극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는 유일한 시기, 길들여지지 않아 자유분방할 수 있는 때.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은 나날들, 타인이나 세상에 구걸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은. 포부와 꿈이 한껏 부풀어 올라 정상에 올라서서 굽어보리라는 열정. 바라지 않고도 누군가에게 받을 수 있고, 그런 기대보다는 자꾸만 주고 싶은 남녀 연애사와 동급인 어떤 것. 열심히 뛰고 또 뛰어 셔츠 사이로 흐르는 땀이 그 사이로 베인 쾌쾌한 냄새가 좋은 그 때. 모든 것이 어색하고 무디며 부족하지만 앞으로의 미래의 모습을 더 갈망하게 되는... - 그것이 처음이다.





끝이란 처음의 설렘, 그 본질이 퇴색되어 지워지는 것. 관습이나 외부의 자극의 내가 움직이며 자신의 소신이나 의견 따위는 무시당하는 시기. 한없이 길들여져 자유롭지 못하며 속박의 굴레속의 갇혀 있는. 포기란 말의 대체언어. 타인이나 환경에 굽신거리며 사는 절망의 순간. 다시는 재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 자신감의 상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기분좋은 나날. 다시 일어서려 할수록 점점 밀려드는 회의감. 열정의 소멸. 그나마 다행인 것은 끝은 처음이란 말을 있게 하며 빛나게 해주는 디딤돌의 역할이라는 것... - 그것이 끝이다.


내가 처음 본 '처음'은 말로 할 수 없이 기뻤다. 밖으로 뛰쳐나가 아이같이 소리 지르고 펄쩍 뛰고 싶었다. 많은 것이 없어도 행복했고 없는 것을 탓하기보다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됐다. 세상의 기준에선 가난할지 모르나 나는 이미 가졌고 우린 이미 부유하다고. 그렇게 크게 소리쳤다. 내가 원하는 그것이 나의 땀이었고 정열이었으며 나의 꿈이었다.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했으니까.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가진 게 많다고 말할 수 있다. 환경과 먹을거리, 타인의 시선에도 이제는 뒤쳐지지 않을 법한 모든 것 되려 부러움을 살 법한 많은 것들이 주위에 널려 있다. 신의 영역 아니고서야 맘만 먹으면 모든 할 수 있고 꿈꾸는 대로 현실로 이뤄낼 수 있는 여건들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제 행복은 저 멀리 사라져 갔고 비난과 비판 그리고 공허함만이 남아있다. 배고프지 않다. 목마르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한없이 배고프고 목마르다.


스타리그, 나의 또 다른 고향. 남들은 컴퓨터로 하는 게임일 뿐이라고 비웃으며 조롱했다. 스타리그를 좋아하고 기대하면 어린 아이 취급을 받았고 프로들의 이름이 중독자로 변질되어 불리웠다. 바둑은 인정을 받았지만 이 바닥은 그렇지 못했고 걱정과 우려, 한숨과 탄식만이 함께했다. 나는 알고 있다. 이 바닥이 이렇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지를. 누가 여길 부흥케 했는지 누가 본좌 인지 그 딴 건 관심도 없고 필요하지도 않다. 그저 마냥 웃을 수 있었던 그 때가 그립다. 생각해 보면 그 땐 이제동의 뮤타 컨트롤도 이영호의 완벽한 운영도 없었거늘...


지금은 조금만 잘못하면 너도 나도 OME라고 외치며 협회의 운영방식을 비난하며 해설을 꼬집고 파헤치려 든다. 물론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눈이 높아졌다는 거니까.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생각이 드는 건 불만족스러운 운영 방식, 갈수록 획일적인 게임 운영, 그러면서 몰락해 가는 전략 싸움, 그로 인한 같은 형식의 반복, 팬들의 외면, 이 판의 종지부. 벌써 몇몇 사람들에게서 운운되는 이야기들이다. 난 이 말들이 설레발이고 시기상조라고 말하고 싶다만 그렇지가 않다. 스타2로 연결시키려는 억지스런 연결고리는 팬들의 관심 없이는 무리다. 어딜 가나 독단은 끝의 시작이기에...


부디 끝이란 말은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우리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이다. 나 역시 바라보는 입장, 그 똑같은 상황에서 부탁을 한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오만하고 건방진 일인 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들이 말한 것처럼 '우리만의 문화' 가 '10년 이내로 끝이 날 것' 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나 역시 그 자리에 서려 노력할 테지만 설령 못 서더라도 이 바닥은 지켜졌으면 좋겠다. 오래토록...


생각해 보면 난 많이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박수와 함성 환호에 가려진 울부짖음을... 난 이 판에 대해 무얼 알고 있었던 걸까? 제발, 제발 옆에 있어 주길. 너의 처음 모습 그대로. 나의 또 다른 고향의 모습 그대로.


Please, Be as you were when we met


Written by Love.of.Tears.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NaS.KiJuK
08/09/16 13:44
수정 아이콘
제가 첫 댓글을쓰는군요 스타에대한 시작과 끝을 정확하게 분석해주신 글이라고봅니다 추게로~!(1)
프로브무빙샷
08/09/16 15:40
수정 아이콘
저도 가끔 생각했던게...
전략쓰면 날빌이라고 반쯤 비아냥 거리는 말로 표현되고...
컨트롤 미스 한번이면 그 경기 전체가 ome 취급받는 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기 생각과 다르게 대회나 경기 진행이 되면 바로 심각한 비판의 글들이 쏟아져 내리는 현실도요...
컴퍼터
08/09/16 17:50
수정 아이콘
머리가 굵어지면 잔머리 굴리는 방법도 늘어나는 듯.. 이판은 정도를 가야합니다. 팬심도..
08/09/16 21:13
수정 아이콘
참 웃긴게 비난 받는 것중에 하나가 선수가 날빌 쓰면 비난받는건데요.
2001년엔 현김정민해설의 팬이었던 제겐 그당시 팬들의 비난중에 하나가 무척이나 고깝게 느껴졌습니다.
이유인즉슨 임요환의 경기는 재미있는데 김정민의 경기는 재미없다였습니다.
임요환은 여러가지 전략으로 이겨서 재미있는데 김정민은 정석만 갈고 닦아 이기니 재미없다는 것이었죠.
심지어는 그딴식으로 해서 이기면 재미있고 좋냐... 라는 말까지 하는 네티즌도 있었더랬죠.
그런데 시대가 흐르니 정반대의 상황이 나오는군요.
여자예비역
08/09/17 14:40
수정 아이콘
저도 예전이 그립네요.. 요즘은 스타판에 관심이 2g도 안간다는거..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5628 클럽데이 온라인 MSL 32강 G조~ [388] SKY924269 08/09/20 4269 0
35627 김동준 해설의 빈자리와 임성춘 해설은 어디로 가나? 그리고 강민 해설 [13] 점쟁이9799 08/09/20 9799 0
35625 스타리그 퀴이이이이이이즈~ 해답편 [8] 信主NISSI4107 08/09/19 4107 0
35623 다시한번....... 전장을 지휘해보자. [19] SKY924646 08/09/19 4646 0
35622 인크루트 스타리그 16강 4회차~ [184] SKY924995 08/09/19 4995 0
35621 스타리그 퀴이이이이이이즈~ [24] 信主NISSI4552 08/09/19 4552 0
35620 이윤열 선수 인크루트 36강 선수입니다. [18] Mars6579 08/09/19 6579 1
35619 저그는 유리하지 않았습니다. [46] 이리7273 08/09/18 7273 1
35618 클럽데이 온라인 MSL 개막전 A조(박지수vs신상문 VS 변형태vs김명운) [287] SKY925752 08/09/18 5752 0
35617 앞으로 프로리그의 전망은? [11] 다레니안4357 08/09/18 4357 0
35615 어째 신맵 공개가 이상한 방법으로 되네요... [58] Carpe Diem10064 08/09/17 10064 0
35614 안타까운 김택용 선수의 저그전. [48] swflying9230 08/09/17 9230 0
35613 인크루트 16강 3회차~ [281] SKY925405 08/09/17 5405 0
35612 삼황 오제 사천왕 -第二十一章- [9] 설탕가루인형4227 08/09/17 4227 0
35611 댓글잠금 안녕하세요. 온게임넷입니다. [144] 삼삼응짱15092 08/09/17 15092 1
35609 또다시 뒷북!! 인크루트 스타리그 16강 d조 송병구 대 손찬웅 리뷰 with screen shot. [18] 王天君8026 08/09/16 8026 2
35608 [L.O.T.의 쉬어가기] 처음 그대로Ⅲ [5] Love.of.Tears.6072 08/09/16 6072 1
35607 하이라이트로 보는 박성준 이야기와 온겜 근성 [43] Judas Pain14404 08/09/16 14404 15
35606 오늘 前프로게이머 김민구 선수를 직접 보았습니다. [28] LKJ*8498 08/09/15 8498 0
35605 박성준 선수에 대한 온게임넷 태도 유감. [95] 치아키12506 08/09/15 12506 7
35604 인크루트스타리그 오프닝을 보고.. [78] wish burn12078 08/09/14 12078 1
35603 레이드 어썰트와 레퀴엠을 프로리그에 써도 됩니다. [13] 펠쨩~(염통)6691 08/09/13 6691 1
35602 2008. 09. 13. (土) 13주차 pp랭킹 [6] 택용스칸3864 08/09/13 386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