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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9/13 03:48:19
Name 구름지수~
Subject '끝'이란 외침에대한 잡담.
'끝'이란 말은 참 무서운 단어이다.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갈수록 그 의미의 무게감은 더욱더 크고 묵직하게 느껴진다. 지나간 소중한 시간들을 소비해가며 만들어온 그 무언가를 이제 더이상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도록 만들어버리는 무섭고도 심오한 의미를 가진 단어가 고작 '끝'이라는 한음절로 끝나버린다는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이토록 무서운 말이기에 쉽게 내뱉어서는 안되는 말이라 생각이 된다. 그것은 내 하찮은 지난 '끝'과 관련된 몇가지 추억들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수 있다. 그렇다. 내 인생에서도 역시 나는 '끝'을 외쳤던 적이 몇번인가 있었다. 그 외침 이후 후련함과 후회중 어떤 감정이 나를 지배했을까 생각해보면 그것은 압도적으로 '후회'의 편을 들어줄 수 있겠다.



언젠가 내 학창시절의 적지않은 부분을 차지하였던 6년간 몸담은 길드를 박차고 나오려 한적이 있다. 그것은 우발적이고도 무모한 행동이었고 대부분의 길드원이 동생이었던 그당시 상황을 회고하자면 금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만큼 추한 모습이었다. 그때 나는 '끝'을 외쳤었다.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에 갑작스레 진저리가 났었고 그 어린나이에 벌써 인간관계의 가벼움을 느끼며 인터넷상에서 수년간 맺어온 그 모든 관계들을 끊으려 했었다. 나름 독하게 마음 먹었었기에 스타를 지우고 약 1주일동안 우스운 잠수를 했었다. 허나 거기까지. 결국 후회와 후회속에 나의 손은 다시금 인스톨을 진행하고 있었고 다시금 길드로 향하려 하는 마음과 그것을 차마 해내지 못하는 머리와의 다툼에 괴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끝'이란 말을 멍청하게도 가벼이 여겼었기에 그 실제의 무게감은 더욱더 크고 아프게 느껴졌다.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린걸까. 그래서 '끝'이란 말은 더욱더 무섭게 느껴졌나보다.



워3의 종말을 본적이 있었다. 당시 단연 최고의 자리에 올라와 있었던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조금의 꺼리낌 없이 제쳐버린체 나의 모든것을 홀리게 만들었던 프라임리그를 보며 나는 게임리그를 통해 이토록 큰 기쁨을 얻을 수 있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임요환 보다 이중헌을 외치게 되었고 스타리그의 트리오보다 장.동.주를 외치게 되었다. 한경기 한경기가 너무 소중했고 너무 감사했다. 그러나.. 그래 그러나였다. 그것은 마치 시대의 외면과도 같았다. 챔피언스 데이의 흥행 참패로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고 얼마 되지 않아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져 만든 비극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것이 '끝'이라 생각되었다. 관전과 플레이의 연관성이 유독 강했던 게임이였기에 그것이 끝이란 생각과 함께 워3란 게임은 내 머릿속에서 지워졌고 가끔 도타나 즐기며 영원히 그 수많은 영웅들과 안녕을 고하려 했었다. 마음이 너무나 아팠지만 그 순간 나의 짧디 짧은 생각으로는 어떠한 돌파구도 떠오르지 않았기에 정말로 그것이 '끝'이라 생각되었다. '끝'을 외친 사람은 나를 포함 꽤나 다수.. 그들또한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만 돌아섰다. 그 많은 이들이 모두 '끝'이라 생각했기에.




'위기'를 넘어 적지않은 이들이 '끝'을 외치고 있다. 이판의 생성과 함께해온 '위기'라는 말에는 이제 내성이 지나치게 생겨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최근들어 그것이 꽤나 크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크나큰 위기임에는 분명하다. 스포츠로써의 스타크래프트가 아닌 10년전 만들어진 2D Game인 Starcraft의 한계가 느껴지기에 지금까지 그 수많은 한계들을 넘어온 프로게이머들의 능력에도 한계가 느껴지기에 무엇보다 당연스레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팬들이 느낄 수 있는 흥미요소들에 대한 한계가 느껴지기에 위기감은 어느때보다 진지하게 크다.
그렇기에 과거의 흔적들을 후회하고 미래를 어둡게 바라보며 더이상 한발한발 내닿는 것이 두렵고 어려워 적지 않은 이들이 그렇게 '끝'을 외치고 있다.




'끝'이란 말을 회복하기엔 그것이 꽤나 가벼운 온라인상의 관계들임에도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부단한 노력 덕분에 거의 모든것을 '끝'의 외침 전으로 돌려놓을 수 있었고 그것은 나의 인생에도 소중한 경험으로 얻어졌었다. 정말로 '끝'이란 단어만큼은 쉽게 내뱉지 않아야 한다고.




요즘 나의 사는 크나큰 재미중 하나는 NWL을 보는 것이다. 그들의 리그가 작게나마 이어져왔다는 것을 안것은 4~5개월 남짓, 정말 '끝'이라 생각했었기에 그 '생존'은 나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적지 않은이들이 완전히 등을 돌렸고 남아있던 자들도 크나큰 위기와 어려움을 겪었었지만 그들은 생존했다. 그리고 다시금 작지만 힘찬 날개짓을 준비하고 있다. 나처럼 바보같이 '끝'이라 쉽게 외치지 않고 그 열정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았던 영웅들 덕에 지금 내 눈앞에서 다시금 즐거운 리그를 볼수 있음을 감사한다.




이판의 미래는 알 수 없다. 내 소박한 인생살이의 설계조차도 버거운 마당에 이토록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판의 흐름의 시비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기에 과거를 후회하지도 미래를 단정하지도 않는다. 끝이 날 수도 있겠지. 조용히 언제 그런것이 있었냐는 듯 사라질수도 있겠지. 허나 그렇게 단정지어버리기엔 아직 이판의 '생존'을 위해 그 숭고한 불꽃을 태우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열정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수는 없다. 허나 적어도 그들의 '미래'가 있음을 믿으며 응원하는 마음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더욱더 큰 발전을 위한 끝없는 위기의 제안은 고맙지만 칠흙같은 어둠의 미래로 한발 내딛는 것이 두렵고 불안하여 여기서 그만 '끝'을 외쳐버리는 어리석음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의 외침의 무서움을 느꼈고.

'끝'이라 단정지었던 진창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키어온 사람들을 보았다.

우린 아직 너무 이르다.

'끝'을 외치기엔.

공든탑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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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taiji
08/09/13 11:30
수정 아이콘
END가 아닌 AND로 END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AND를 믿으며 AND를 기다림이 참 고되고 힘들죠..
다세포소년
08/09/13 13:59
수정 아이콘
공든탑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벽돌들이 하나씩 빠져나가고 있는것같아
이젠 정말 A가 지워지고 E로바뀌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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