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8/08/01 19:20:53
Name Love.of.Tears.
Subject [L.O.T.의 쉬어가기] 그대도 나와 같은 길을 갔으면...
오래전의 일입니다.
강도경, 최인규, 임요환, 김정민의 활약 시대, 그 때의 나 역시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었지만 리그가 활성화 된지 모르던 그 시절, 더 이전에는 명절때만 틀어주는 케이블 TV를 보다가 어쩌다 걸려든 투니버스 리그 결승, 하지만 난 그것이 일회성 대회리라 짐작하고 넘어갔었습니다. 그보다 세월이 조금 지난 2001 코카콜라배 결승 직후 나 역시 인터넷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러자 내 친구와 메신저에서 만나 배틀넷에 방을 만들어 게임을 하는 것이 참 행복했습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그 친구와 플레이를 하면 번번히 내가 이겼고 그 친구는 나를 이기기 위해 참으로 많은 애를 썼습니다. 난 테란, 그 친구는 3개 종족을 모두 플레이 해가며 나를 이겨보려고 했지만 좀처럼 나의 연승은 끊이질 않았고 그 친구 손에 의해 패배를 이끌어 내기란 어려워 보였습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리그는 더욱 활성화 되고 전략도 많아 지면서 전력 차는 더해만 갔고 난 수만가지의 방법으로 그를 이겨냈습니다. 한 번은 그 친구가 한숨을 내쉬며 포기할 듯한 말을 내게 건네자, 난 약간의 컨트롤 방법과 대처법 등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한다해도 날 이기긴 어려웠지만 그는 포기치 않았습니다. 마침내 친구는 큰 결심을 합니다. 세 종족의 병행에서 프로토스로의 주종설정을 하게 됐습니다.


난 마우스 유저, Apm 50대 유지. 참 우스운 수치입니다. 그 친구 역시 마우스 중심의 유저입니다. 허나 그 친구와 내가 다른 점은 그 친구와 내가 다른 점 하나는 부대지정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pm 25를 유지합니다. 여느 유저에겐 참 아이러니 한 일일지 모릅니다만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엔 한 손이란 나의 불리한점을 파고 들어 다크러쉬를 들고 왔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패배했습니다. 그 이후에 계속적인 다크로 나를 이겨내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안주할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한발짝 쫓아오려하면 두 발짝 아니, 그 이상 달아났습니다.


그리고 현재...
계속되는 연습으로 나의 손빠르기는 15에서 20이상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이전 그대로지요. 빠르지 않은 내 손이지만 컨트롤과 전략으로 이기는 게임이 너무 좋아 나름의 컨트롤도 하고 전략도 씁니다. 아직도 그와 나는 전쟁중입니다. 친구는 나를 이기는 목표가 아직도 남아있었죠. 그렇게도 이기고 싶지만 이기지 못합니다. 하기서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이 게임에 대해선 자부심도 있고 내세울 수도 있으니(실력 이야기가 아닙니다)당연한 이치일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얼마전의 일이었습니다. 컴퓨터가 말썽을 일으켜 연습을 한 달간 제대로 못했습니다. 하드의 데이터가 위험했던 건 물론 키보드도 안눌리고 모니터도 나가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게임을 하지 못했는데 전에 쓰던 컴퓨터로 바꾸고 배틀넷의 접속해 그 친구와 게임을 했을 때 3일에 걸쳐 26패를 했습니다. 황당했습니다. 아니 망치로 두들겨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믿기 힘들었고 내 눈으로 청출어람의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마치 EVER 2004와 같은 일이 저에게도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동안의 그의 모습은 어디로 간 데 없고 오블리비언 툴을 쓰는 듯한 느낌마져 들었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그 친구에게 취조하듯 물었습니다. 답은 역시 예상대로 아니다라고 잡아 뗐습니다.


패배가 익숙해졌을 때 난 다시 마음을 잡습니다. 핵 프로그램일지라도 실력으로 잡자고. 결국 내 마인드 컨트롤은 통했고 지금은 달라진 그의 스타일도 통하지 않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있게 임합니다.


임요환...
내가 당신이란 사람을 알기 전에도 당신은 여전히 황제였습니다. 그 때의 스타일과 컨트롤, 모든 것이 당신의 가슴 속에 남아있지만 이제는 사실 그 때의 그것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어제와 그제의 예선 탈락, 난 그것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공군 임요환' 이 아닌 임요환이란 한 사람을 응원하고 싶었는데... 당신의 예선 탈락은 내가 친구에게 패한 것과 다르지 얺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어제의 당신은 최고였고 오늘의 당신은 부진하지만 내일의 당신은 다시 최고일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다시 승리할 것을 믿은 것은 그동안에 많은 기적을 이룬 당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몇 줄 안되는 그리고 챙피한 나의 게임 인생을 얘기 한 건 그대도 나와 같은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입니다.
절대 포기치 않는...  그 길... 그것이 좁은 길일지라도 그대도 나와 같은 길을 갔으면...


08.08.01

당신의 친구 Love.of.Tears.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Love.of.Tears.
08/08/01 19:27
수정 아이콘
요환선수에게 주는 편지글처럼 썼는데 쓰고 나니 글 내용이 부끄럽네요. 이해해 주시기를...
08/08/01 21:28
수정 아이콘
노래 좋내요~잘 보고 갑니다.
루리루리짱~
08/08/01 23:29
수정 아이콘
글 잘봤습니다. 뭔가 평범하면서도 간만에 색다른 느낌을 주는 글이네요...
그나저나 요환선수... 아아아~~~~ 당신은 지금도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08/08/02 09:21
수정 아이콘
리그 예선 탈락은 분명 가슴 아프지만 그것을 발판으로 더욱더 노력하고 발전할것이라는것을 알기에 조금도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아 물론 그가 경기를 할때면 심장이 터질것 같습니다만..T.T
지금도 열심히 연습하고 있을 임요환 선수 화이팅입니다.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있는 60만 대군을 버리지 말아주옵소서 황제 폐하..
silberio
08/08/02 09:40
수정 아이콘
임요환선수라면 다시 일어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기적은 또 다시 일어날 겁니다.
당신은저그왕
08/08/02 14:2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그 마음...언젠가 크나큰 대가가 올 것입니다. 아니라도 너무나 큰 가치이지요.
08/08/02 17:49
수정 아이콘
기본기가 약하니 어쩌니 해도 예선에서는 꽤 강한 모습을 보였던 임요환 선수인데 역시 군인 신분의 벽은 큰 것 같습니다 (더불어 나이도...). 예전에도 포기하려 하면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이번에도 믿고 있습니다만.. 역시 걱정이 되네요.

제대 이후에는 정말 화려하게 부활했으면 좋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5351 2008. 08. 02 (土) 17주차 pp랭킹 [6] 택용스칸3844 08/08/02 3844 0
35350 우주배 MSL, 역대 최고의 리그. [50] 펠쨩~(염통)9000 08/08/02 9000 0
35349 Thanks to. [4] 구름지수~4703 08/08/02 4703 5
35348 양대리그 커리어 랭킹 (모든 라운드 적용 + 수정) [47] Dementia-5254 08/08/02 5254 0
35346 [L.O.T.의 쉬어가기] 그대도 나와 같은 길을 갔으면... [7] Love.of.Tears.5183 08/08/01 5183 1
35345 15차 MSL 서바이버 토너먼트 오늘자(14~26조) 상황입니다 (완료) [55] The xian7804 08/08/01 7804 0
35343 PGR 통신문 (신규 연재 홍보글) [10] 박진호3887 08/08/01 3887 0
35341 대인배 돌아와요~ [23] Xell0ss7350 08/08/01 7350 0
35339 15차 MSL 서바이버 토너먼트 오늘 최종 진출자가 가려졌습니다. [19] 얼음날개7227 08/07/31 7227 0
35338 The Live MSL?! [42] 후치8729 08/07/31 8729 1
35337 인크루트 스타리그 36강 1차본선 대진표입니다. [40] SKY926206 08/07/31 6206 0
35336 한빛 스타즈가 아이템 매니아에서 새 출발 한다고 합니다. [85] 이쥴레이7276 08/07/31 7276 0
35334 MSL 서바이버 예선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건가요; (1일차종료!!) [127] 얼음날개7011 08/07/31 7011 0
35332 프로게이머 손석희 선수 손석희의 시선 집중과 전화 연결! [23] 케이건10888 08/07/31 10888 0
35330 박지호.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SPIRIT. [30] Hellruin6377 08/07/31 6377 0
35329 팀체제와 선수 교체 주기에 관한 FELIX님의 주장에 대한 분석 [24] 김연우7024 08/07/30 7024 2
35328 인크루트 스타리그 예선 2일차가 진행중이네요. [195] SKY9210027 08/07/30 10027 0
35327 후...난감한 안기효... [49] 윤하13929 08/07/30 13929 1
35324 조금 더 따뜻하고 관대하게. [13] 구름지수~5647 08/07/29 5647 7
35323 인크루트 스타리그 예선 1일차~ [310] SKY9211364 08/07/29 11364 0
35321 손석희 VS 염보성(스포일러) [54] SKY928691 08/07/29 8691 1
35320 본좌가 아직 나타나지 않는 지금.. [32] 서성수5381 08/07/29 5381 0
35319 펌)<U>역대 프로게이머 연도별 전적 (2000년 ~ 2008년) [58] 전설의황제8671 08/07/28 8671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