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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에에 님의 글입니다.
꾸에에님의 글중에서 또 여기에는 절대 올리지 못할 재미있는 글들도 많습니다. 한번씩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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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이번 장은 마재윤 이후의 저그에 대한 것이기에 과거의 저그에 대해 언급한다면 참으로 뜬금없다는 지적을 받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질문을 한 번 던져보고 싶다.
'변은종은 어떤 저그였는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을 넘어 많은 이들이 모두 자신의 대답을 갖고 있을 것이나, 자신있게 이거라고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을 것 같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그가 5전제에서 승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 강점으로 내세웠던 저그 대 저그 전에서 충격의 연패를 하고 사라졌다는 점, 사나이는 스트레이트라는 이름만 그럴듯한 올인성 공격 외에는 특징이 없었던 테란전, 그보다 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 프로토스 전으로 인해 어떤 이들에게 변은종은 약한 저그의 대명사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반해 홍진호, 조용호, 박태민, 마재윤, 그리고 이제동 이외에는 어떤 저그도 지금까지 해낸 적이 없는 스타리그와 MSL의 4강기록을 가진 저그, 최연성과 더불어 팀리그 다승 1위로 약팀이라 평가받았던 soul을 팀리그와 프로리그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던 팀의 에이스, 개인리그에서 최초로 강민의 수비형 프로토스를 격파한 저그 변은종을 언급하며 그가 생각보다 오랜 기간 동안 저그의 강자로 군림해왔음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2008년 초반, 글쓴이는 스타크래프트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런 문장을 적은 적이 있다. '요즘 저그는 모두가 변은종이다.' 직접적으로는 당시 스타리그와 MSL 우승으로 상한가를 기록한 이제동을 겨냥하며 적었던 것인데, 당연히 예상한만큼의 반발도 있었다. 주목할 부분은 그들이 반발한 문장에 대한 해석이다. 변은종을 어떤 저그로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저 문장의 뜻은 달라지는데, 대부분은 변은종에 비유하는 것에 대해 이제동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들에게 있어 변은종은 여러 기록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대단할 것이 없는 저그였고, 차기 본좌(本座), '다른 선수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당 시대의 최강자' 후보군에 있었던 이제동을 그에 비유하는 건 참으로 망측한 일이었다. 그러나 글쓴이에게 딱히 대단한 것이 없는 저그 변은종과 대단한 무엇을 갖고 있는 저그 이제동의 대조는 의외로 낯선 것이었다. 그들이 이제동의 무엇을 대단하게 여기고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과 그 대단한 무엇과 관련 있는 본좌라는 칭호의 정체에 대한 물음이 준 어색함이었는데 이에 대한 답을 위해 질문을 하나 더 하고 싶다. 앞선 물음보다는 접할 기회가 많았으리라 판단하기에 이번 것은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본좌는 무엇인가?'
13.1.
본좌라는 단어는 빈 깡통이다. 애초에 지칭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든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더 이상 '본인(本人)'과 같이 자기자신을 의미하지 않는 본좌는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도 없는 단어이다. 그런데 새로운 뜻을 부여할 수 있다는 건 자신의 편익에 맞게 깡통 속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며, 이것이 그토록 본좌논쟁이 치열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극소수의 기득권을 위한 정당이 보수라는 단어를 선점하여 진정한 보수세력을 진보나 과격으로 내몰수 있는 것처럼 단어의 독점이 주는 혜택은 아주 크다. 그래서 본좌논쟁의 본질은 겉으로 봐서는 본좌의 정의를 합의하는 과정이나 기실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를 본좌에 편입시키려는 이들과 그에 반대하는 세력의 정치적 투쟁이자 온라인상의 쪽수싸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선수들이 본좌논쟁의 대상이 될 수는 없었는데 본좌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최소한의 의미인 '그 분야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 사람'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본좌라고 불렸던 이는 박성준이다. 그는 최연성을 이겼던 순간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강자였으며, 약세가 시작된 이후에도 삼신전의 한축으로 활약했다. 삼신전이 끝난 이후에도 Ever 스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누구도 그가 당대최강자임을 쉽게 부정할 수 없었는데, 그래서 그를 박본좌라고 부르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박성준의 하락세가 두드러지며 본좌라는 말도 같이 사라졌으나 마재윤이 모습을 드러내며 본좌도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올라온다. 마재윤은 동시대의 다른 이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며 이전 시대의 강자들과 비교해도 수준과 격이 다른 선수라는 주장이 핵심이자 시작인 본좌논쟁은, 그래서 박성준 시절에는 단순했던 본좌라는 단어를 상당히 복잡하면서도 애매모호한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기준이 너무도 많아 기준이 없어져버린 지경에 이른 것이다.
본좌의 형식적인 기준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개인리그 우승횟수를 적용하려고 하자 '개인리그'의 범주와 '우승횟수'를 세는 법에 대한 논쟁이 일어났다. 온게임넷과 엠비씨게임 이외의 개인리그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들과 그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었으며, 이들에 의해 매이저와 마이너, 매인와 이벤트로 복잡하게 리그가 나누어졌다. 우승횟수를 세는 방법에 있어서도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여 1년동안의 우승횟수를 세야한다는 쪽과 연속우승만 인정한다는 쪽, 기타 수많은 의견이 난립했다. 본좌논쟁은 애초에 깡통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넣을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며, 어디까지나 호사가들의 유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그것은 대화나 설득이라기보다는 혼잣말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순간 본좌논쟁은 지리멸렬하게 끝나고 말았다. 그나마 온게임넷과 엠비씨게임의 양방송사의 개인리그 한정이라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그건 개인리그를 개최하는 곳이 양방송사밖에 남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며, 이 상황에서 누군가가 곰티비 개최의 개인리그를 포함해서 3회나 4회의 연속우승을 하게 된다면 지리멸렬한 본좌논쟁이 지리멸렬한 끝을 향해 다시 한 번 시작될 것이다.
형식적인 개인리그 우승횟수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이 주목한 것은 실질적인 본좌의 기준이었다. 누군가의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의 대전환이 있었다면 그를 본좌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실질적인 기준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주장인데, 임요환-이윤열-최연성-마재윤과 같이 자신의 등장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인물이라면 본좌의 자격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바로 공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새로운 흐름이라는 것의 범위가 문제였다. 어느 정도의 전환이라고 해야 본좌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 실질적 기준을 외치는 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테란이나 프로토스는 차치하고 저그만 보더라도 그런 이들은 적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을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의 저그들을 완전히 나눠버린 홍진호, 자신을 넘어서기 전에는 어떤 종족도 발전이 없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조용호, 저그주도의 타이밍을 만들어낸 박성준은 물론 다른 저그들이 따라할 트렌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변은종 역시 빠질 수 없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전환이 되어야 본좌의 상징인 대전환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결국 우승횟수라는 것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고, 실질적 기준을 주장하는 이들은 상당부분 형식적 기준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형식적 기준 역시 불완전한 것이기에 형식적/실질적 기준 어느 것 아래서도 본좌의 기준이란 상당히 애매모호한 것이 되었다. 나아가 임이최마라고 하는 본좌의 계보는 이들 기준은 물론 팬들의 숫자까지 고려한 상당히 정치적인 것이었다.
13.2.
애초에 스타크래프트 세계에서 본좌라는 칭호 자체가 마재윤을 위한 것으로 재조명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임요환의 황제나 이윤열의 천재와 같은 선상에서 해석해야 제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마치 최연성처럼 압도적으로 이기는 누군가가 등장한다고 해서 그가 2대괴물이라는 주장이 나오거나 그것을 부정하고 마재윤을 2대로 놓고 그 누군가를 3대로 재설정하는 시도가 갖는 어색함을 상상하면 이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본좌라는 칭호는 그 의미에 박성준의 선례까지 겹쳐 다른 칭호와 달리 대물림할 수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졌으며, 그에 맞춰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를 본좌자리에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좌논쟁은 뜻밖의 과실을 그 진흙탕에 참가했던 이들에게 주었는데, 누군가의 강함이 어디에서 유래되는가에 대한 탐구를 할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다. 똑같은 우승도 그것을 기점으로 흐름을 뒤바꿔버릴 정도로 강력한, 판 전체를 뒤집어버릴 정도로 혁신적인 힘에 의해 지지받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실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선수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그가 본좌에 어울리는가에 대한 물음은 그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무엇을 궁리해야 하는가와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비유하자면, 본좌란 검의 대결에 개틀링을 들고 난입한 누군가가 되어야지, 검술의 경지에 이른 누군가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상당부분 실질적 기준에서 해석된 본좌이나 그 개틀링을 들고 있는 이가 검을 들고 있는 모든 이들을 없애버릴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총알을 갖고 있는 것인가와 같은 물음에 와서는 형식적 기준도 무시할 수 없다.
프로토스 김택용의 창조성과 과감함,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감각은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특히 몇 년이나 프로토스를 괴롭혀왔던 저그의 소울류를 분쇄해버렸을 때, 대부분의 프로토스들이 김택용을 모방했으며, 저그로서는 상상한 적조차 없는 프로토스 주도의 경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 기준으로 봤을 때 분명히 김택용은 본좌에 어울리는 그릇이다. 그러나 3회우승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기준을 주장하는 이들까지도 그의 본좌전 탈락을 안타까워했음을 떠올리면, 형식적 기준의 무게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임을 느낄 수 있다. 3회 혹은 4회 우승을 할 수 없는 전환이란 무수한 이들이 만들어온 것이다. 결국 실질적 기준과 형식적 기준은 서로를 지탱하는 것이며, 이는 동시에 2중의 기준이기도 하다.
이제동이 Ever 스타리그를 우승하고 그 여세를 몰아 임요환 이래 전무후무한 스타리그 선우승 MSL 후우승을 이뤄냈을 때, 많은 이들은 이제동이 마재윤의 뒤를 잇는 5대본좌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제동이 3회나 4회우승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를 본좌라고 부르기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글쓴이는 예전에 '본좌의 기준마저 바꿔버릴 정도라면 본좌 이제동도 괜찮은 느낌'이라고 적은 적이 있는데, 글쓴이와 같은 이들에게 이제동은 본좌의 두 기준 중 실질적 기준에서 미달하는 저그였기 때문이다. 딱히 대단한 것이 없다, 변은종을 평가하며 많은 이들이 사용한 이 말은 이제동에게도 그대로 부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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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종. 변은종이라는 게이머는 한마디로 표현됩니다. 레어 지존, 하이브 허접. 히럴이 대세이던 시절에는 정말 강했습니다. 중앙 힘싸움 부터 해서 드랍으로 흔들며 정면치기까지. 테란의 아픈곳을 찌를 줄 알며 어떻게 이기는지를 알던 게이머였었죠. 그러다가 뮤타가 대세가 되면서 그 스타일이 바뀝니다. 싸나이는 스트레이트! 판짜기와 심리전을 통한 필살 일격이 그 트레이드 마크가 되죠. 반면 하이브가 대세가 될 수록 그 힘을 잃어갑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저그 유저중에서도 느리기로 소문난 apm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저전 극강이고(저저전은 레어에서 다 끝나죠.) 토스전 마저 하이브 이후 난전에 약한 면모는(무려 소울의 저그가요.) 참 신기한 부분입니다. 변은종의 앞길을 막은것은 느린 손이지만 변은종의 커리어를 막은것은 역시 큰경기에서 보이는 약점이었죠. 조용호, 홍진호, 심소명, 강민. 4강에서 그의 앞길을 막은 게이머들입니다. 그 강하다는 저저전이 4강만 가면 왜이렇게 약해지는지. 안타까울때가 많습니다. 조용호가 없던 소울을 혼자 먹여 살렸고 삼성팀의 주전으로 활약했으며 팀리그 3걸(서지훈, 최연성, 변은종)중 하나인 선수인데 말이죠. 4강 3번의 커리어만 봐도 저그중에서는 마재윤, 박성준, 조용호, 홍진호, 강도경 다음에 드는 저그였습니다.
이제동. 이제동의 카트리나 극복기는 사실 이정도로 무시당할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정치적으로 오히려 시스템의 사랑을 받았던 것이 이런 무관심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었보다 이제동의 불운은 그 상대에 있었습니다. 올드들과 번갈아 가며 싸울 수 있었던 마재윤에 비해서 이제동의 상대는 송병구, 이영호, 박성균, 김구현과 같은 실력에 비해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상대였습니다. 만약 동급 실력의 이윤열, 최연성과 사투를 벌이고 강민, 박정석과 카트리나에서 싸워 우승을 차지했더라면 그 평가가 훨씬 달라졌을 겁니다. 그리고 롱기, 리템급은 아니더라도 여전이 악랄한 콜로세움, 안드로메다를 극복하지 못한 것도 감점 요인이었을까요.
본좌. 본좌라는 말을 지금의 의미를 지닌 이유는 마재윤 덕분입니다. 박성준때의 본좌와 마재윤의 본좌는 그 의미가 달랐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시대의 요구 덕분이었죠. 임요환을 중심으로 써 나간 사대천왕이라는 중심 스토리가 올드들의 부진으로 그 힘을 잃었습니다. 그 대체물이 필요하던 때 마재윤이 임이최마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들고 나온 겁니다. 새로운 드라마의 시작이었습니다. 사람들이 호응했던 이유도 힘을 잃어가는 올드 스토리 대신 새로운 스토리를 갈구 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김택용도 본좌론으로 바라보고 이제동도 본좌론으로 바라보고 이영호도 본좌론으로 바라봅니다. 이것은 마재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각입니다. 어쨌든 스타라는 게임이 스포츠리그로까지 발전하게 된 그 동인은 "누가 최강인가."라는 원초적인 물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저 멀리 질리아스와 기욤이 리버스틱스에서 맞붙던 시절부터 스타리그를 이끌어 오던 에너지는 이것입니다. 지금은 그 시험대에 이영호가 있지만 아직 이제동에게도 기회는 있습니다. 보여주세요 이제동선수. 오버마인드는 언제나 최강자에게 관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