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좌란 이러한 것이 아닐까.
그의 앞에는 두 개의 문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본좌로 향하여 가는 문이다.
올바른 문을 고르면, 본좌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고, 잘못된 문을 고르면, 몇 걸음 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올바른 문을 하나 고르고, 또 둘 중에 본좌로 가는 문을 하나 고르고, 또 고르고...
이러한 테스트를 20번 정도는 뚫어내야 그는 본좌가 될 수 있다.
너무 어려운 것이 아니냐구?
물론 보통 사람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 테스트를 결국 통과한 한 사내가 있었다.
MSL을 우승하고, 괴물을 5:0으로 격파하고, MSL을 또 우승하고, 황제를 3:0으로 이겨내고, 다시 한 번 MSL을 우승해도 그의 앞에는 새로운 문이 생겼다.
그리고 그는, 광전사를 뚫고, 화신을 뚫고, 천재와 무시 무시했던 롱기누스와 리버스 템플을 뚫어내고 본좌가 되었다.
그러나 힘겨운 승리도 잠시, 1주일만에 그를 끌어내리고 이 무모한 도전을 하겠다는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전 본좌를 완파하고, 오랫동안 프로토스를 괴롭혀 왔던 저그들을 무참히 격파하고, MSL을 다시 한 번 우승하면서 마지막 문을 향해 나아갔다.
김택용에게 찾아온 첫번째 기회.
이제 문은 4개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끝이 보인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마에스트로, 총사령관, 뮤탈왕에 비하면 이 테스트는 너무나 쉬워 보였다.
그러나,,, 그는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버리고 말았다.
본좌를 향한 도전은 무모한 것인가, 결코 다시 한 번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인가,
이렇게 느낄 무렵 또 한 명의 사나이가 나타났다.
그는 뮤탈만으로도 테란들을 짓밟았고, 저그에게는 지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았으며, 프로토스전까지 극복하면서 스타리그를 차지했다.
가장 큰 적수라고 여겨졌던 한 소년에게마저 압승했을 때, 그에게 역시 힘겨운 투쟁의 끝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제동에게 찾아온 첫번째 기회.
자신을 몇 걸음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혁명가, 총사령관, 소년, 사막의 여우.
이제 문은 5개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끝이 보인다.
스타리그 8강에서 소년을 꺾고, MSL 4강에서 여우를 꺾고, 다시 인비테이셔널에서 소년을, 스타리그에서 혁명가를, 총사령관을,,,
앞만 보고 달려가던 그 사나이가 자신이 잘못된 문을 열었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순식간에 자신의 옆에는 혁명가가 서 있고, 바로 뒤에는 총사령관, 소년, 사막의 여우가 있다.
이미 늦어 버렸다.
아니다.
늦지 않았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한 걸음, 한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