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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2/21 23:05:40 |
Name |
카인 |
Subject |
[팬픽] 지지않기 위해 |
승부.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것.
승자는 웃었고 패자는 고개를 숙였다.
결과. 그것은 승자의 것.
그러나, 과정. 그것은 승자의 그늘 아래 패자의 것.
─패자로서 곱씹고 돌이키고 항전할 과정의 흐름.
쏴아아─.
빗물 따라, 고운 손에 한줄기 선혈이 붉은 꽃처럼 흘렀다. 손에 들린 검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 검 자체의 예기를 잃었다. 다리는 헝클어져 제대로 된 움직임조차, 아니 그저 제 자리에 굳은 마냥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할 수 없다. 검을 쥔 손은 부들부들 떨리는, 미세한 경련을 일으킨다.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애초에 힘이란 것을 의식하고 힘답게 사용할 이지조차 하얗게 타버린 듯 차가운 비 속에 싸늘히 식어있다.
"아직……."
나직해 누구조차, 자신조차 듣지 못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콰르릉하는, 번개가 내리쳤다.
동시에 묵직한 충격이 검을 타고 손아귀를 조여온다.
"큭!"
가슴 속에서 튀어나오는 신음. 황급히 억눌러 삼킨다. 하지만 당장에라도 산산히 조각나 흩어져도 모자람이 없을 육체는 이미 통제의 선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한움큼의 피를 토해낸다. 기다렸다는 듯 빗물이 다가와 그를 감싸안아 한켠으로 흘려보냈다.
"대단하시군요."
무감각한 음성이 거칠게 부딪쳐왔다. 그리고 그런 음성만큼이나 냉철한 검격이 이어졌다. 승리를 향하는 검이다. 한 치도 어긋나지 않고 그대로, 자신에게 검술을 전수한 이가 말했던 완전의 모습 그 자체를 미려하게 그려내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잠겨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복부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열기따위의 것는 이미 자각의 범주에서 배제되어있다.
그리고, 잠시 세상은 일련의 움직임을 멈췄다.
"과연 뛰어난 검술이군."
진정 감복했다는 듯 탄성이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뛰어나다는 검술을 내내 맞상대하면서도 쉴새없이 입을 여는 것을 보니 아직은 여유가 있는가싶다. 대답하지않고 가만히 마주한 검을 살핀다. 상대의 검에는 매 일격마다 필살이 담겨있다. 한순간의 방심도 용납치않으며 한 치의 틈도 매섭게 파고든다. 과연 당대 최강자다운 실력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검을 쥔 손에 힘을 더해 거침없이 찔러나갔다. 여태껏 자신과 같은 곳을 향해 경쟁하며 달리던 자들을 떨쳐낸 위력적인 일검이었다.
"좋군! 태풍이야."
하지만 상대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연신 좋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도 수월하게 막아냈다. 그리고 막아낸 후 가하는 역공은 서릿발같았다. 어느 순간 찾아낸 빈틈, 아니 없었을 빈틈조차 만들어내며 상대는 계속해서 검을 찔러왔다. 검을 마주해 막으려하면 어느새 검신을 타고 물길 흐르듯 다가왔고 어떻게 숨을 골라 반격을 해보려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정신을 쏙 빼놓는다.
이대로 지속되어서는 곤란했다.
상대에게 흔들리고 있다.
끌려가고 있다.
매 일격에 필살을 담는 검. 심호흡을 할 여유도 없다. 정신을 가다듬고 대처할 순간도 없이 마주하다보면 어느 순간 검신이 날카롭게 목을 겨누고 있다. 상대는 검을 이해하고 있다.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한번 찌르고 재차 찌르는 검은 그 다음 상황에 있어서도 두번 찌르게 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한번의 검이다. 게다가 그에 맺혀있는 건 필살이다.
그렇다. 그건 그야말로 필살(必殺)이다.
"음?"
마주하던 기도가 그 흐름을 달리한다. 변화가 있다. 감히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고 더 이상 입도 열지 않았다. 아니, 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머리 속에서는 계속해서 외치고 있었다.
위험하다.
'하지만!'
이미 내지른 검은 돌이킬 수 없다.
당대 최강. 그리고 그 검술. 정수를 쏟아내 가진 바 화려함의 미학을 써내려간다. 불패, 지지않는다는 최강. 그 힘을 담아.
한 사람은 쓰러졌고 다른 한 사람은 조용히 자리했다.
"과연…… 천재로다."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아직 이른 시간, 하늘은 어두웠다.
"이젠 자네가 당대 최강이야."
그는 기꺼운 듯 웃었다.
"당대 최강…… 후후, 잘 어울리는군."
그러면서 그는 쿨럭하고, 약간의 피를 토해냈다. 입가에 물든 피맛에 한차례 쓴웃음을 지었지만 이내 사람 좋은 얼굴로 돌아왔다. 하지만 몹시 피곤한 듯 살짝 찡그린 눈가에 잡힌 잔주름은 숨길 수 없었다.
"여태까지 자네는 이기기 위한 검을 써왔을거야."
무슨 소린가 싶어 조용히 바라보던 시선에 의문을 더하자 상대는 돌연 얼굴을 굳혔다.
"버리게."
"에?"
예도 네도 아닌, 어리숙하게 반문했다. 하지만 이해할 시간도 주지않고 상대는 매정히도 몰아붙였다.
"이제, 지금 이 순간부터 자네는…… 지지않기 위한 검을 써야할거야."
"하핫."
그답게 웃었다. 미소를 머금는다.
"괜찮으십니까?"
옆에서 익숙한 얼굴이 물어온다. 손에서 검을 놓자 그는 너무나도 온순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빗물에 가려 시야가 온전치 않았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하핫. 나도 이랬을까?"
"……."
"지지않기 위해…… 라. 훗, 그랬군. 조금은 알 법도 해."
"……."
"하아, 피곤하군."
가만히, 슬쩍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그'의 얼굴이 보이는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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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이도 나오는구만."
"드랍쉽에 있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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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02. 21. MSL 이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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