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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01/19 17:05:55 |
Name |
칼리 |
Subject |
난 기억해(반말체입니다.) |
기쁨과 기대를 가득 안고 내려갔던 광안리가 그래, 그만하면 됐다 하는 인정과 단념으로 찰 수 밖에 없었던 그 날을.
쨍쨍했던 낮과는 다르게 밤부터는 표변하여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그만큼 첫경기 승리의 기쁨이 컸기에
이대로 승리해준다면 여벌의 옷도 없건만 몽땅 다 젖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을.
0.3초간의 고민끝에 선택한 투팩, 버린 원팩 원스타 덕에 21 스타포트관광을 당해버린 어린 선수에게서 느낀 안타까움을.
우왕좌왕..그때는 드라군이 박지호였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넘어갈 게 뻔한 드랍십을 잡아내지 못해서 팀원을 구해내지도 못하고 밀려버린 팀플..
오랫만에 방송경기를 야외에서 가지게 된, 딱 스물 두살 된 문준희가 사소한 실수로 인해 자기 생일날에 패배를 안게 되었던 것을.
거침없이, 걸릴 것 없이 싸웠지만 시간은 투신의 편이 아니었다.
웃음..
원맨팀에서 이렇게 크게 커 줘서 고맙다, 그만하면 잘 싸웠다, 그래도 너희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이 말은 너희에게 한 말이 아니다. 내가 한 기대와 예상에서 어긋나버린 결과에 따라 내가 나를 위로한 것일 뿐.
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너희들을 아끼고 위하며 함께했던 그분들은 히어로의 이름을 소리높여 외치며 흐느꼈다.
더 잘할 수 있는데 결과 자체보다는 그 결과에 스스로 실망할 선수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에 서로 도닥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후기리그...
너희는 쉽게 올 수도 있었던 길을 가시밭길만 골라서 올라왔다.
그리고 천운이 따라주어 천신만고끝에 포스트시즌에 올라올 수 있었지.
길고 긴 슬럼프의 끝을 지나온 주장의 흔들리는 엄지, 그것이 너희들을 바로 세워주었다.
진 걸로 끝을 내기엔 넘치는 투지를 주체할 수 없었던 어린 너희들, 김택용과 이재호.
굵은 땀방울이 이마를 가로질러 흘러내려도 크게 뜬 눈에서 뿜어져나온 승리의 열망이,
언제나 그렇듯이 냉정하게 뜬 두 눈이 가지고 있는 차가움이 어우러져 마지막을 장식할 줄을 그 누가 예상했을까.
우승.
대견하다...기특하다...장하다....
아니, 세상의 그 어떤 말로도 그때의 감격을 표현할 수 없다. 그것을 시도한다면, 만용에 불과하다.
그리고, 전기리그때의 그 호랑이를 다시 만난다.
그때 너희들은 작은 토끼에 불과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스스로가 아니라고 부정할 것이다.
너희들은 하나로 뭉쳐 커다란 곰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을 것이니.
커다란 그리즐리로 커서 그때의 호랑이따위 앞발로 후려쳐버려라.
함께 이룬 승리의 맛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너희 앞에 또 한번의 진수성찬이 펼쳐지기를 원한다.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너희들의 그랜드 파이널 우승을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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