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창단, 그리고 과제들.
2005시즌까지 우리가 바라본 팀들은 비기업팀이 다수였다.
플러스, POS, SouL, E-Nature, G.O.
유명한 팀들은 지원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지난 2005 프로리그의 최종 4강에 SK, KTF, 삼성 칸이 이름을 올리고, 이들 팀이 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은 바로 기업팀의 지원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006년.
3월에 플러스가 르카프 오즈로 변했고, 4월에는 GO가 CJ 엔투스로 변했다. POS는 MBC게임 히어로즈로 변했으며, KOR은 온게임넷 스파키즈라는 이름으로 창단을 하는데 이르른다. E-Nature가 eSTRO라는 팀으로 창단을 하고 소울이 STX의 후원을 받으면서, 적어도 스타리그 판에서는 일정한 후원을 받지 않는 팀은 없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것처럼, 그들 팀은 이 번 시즌의 반란의 주역들이었고, 이른바 '창단 효과'를 누리게 된 것은 그간의 결과가 잘 보여준다. 한동욱의 OSL 우승, MBC게임의 돌풍, 후기리그의 STX와 eSTRO의 선전, 르카프의 돌풍. 그리고 CJ의 결승 직행까지. 새로운 프로팀의 창단으로 적어도 예전보다 나은 환경에서 선수들은 게임에 임하게 되었다는 점을 부정하기 힘들다.
창단의 효과는 판의 성장을 의미한다.
그만큼 돈을 투자를 해도 그만큼의 홍보 효과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이제 기업들도 인식을 하였다고 보아도 좋다. 물론, 비관적으로 본다면, 게임 리그와 직접 연관이 있는 세 회사의 참여는 스스로의 돌려막기라는 비판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스스로 투자해서 판을 키우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며, 이 점에 있어서 창단은 리그의 성장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또한, 창단은 안정성을 확보했다. 직업적인 안정성에 있어서 적어도 스타리그는 그들과 자주 비견이 되는 바둑보다 더욱 안정적으로 리그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다. 안정된 스폰 아래에서 연습에만 전념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는 그렇지 못한 환경을 지닌 타 종목 게이머들을 비교해 볼 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스타리그는 분명 자신들이 가진 과제 중의 하나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창단은 E-Sports의 전문화를 높였다. 프런트의 등장(이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더욱 자세하게 다룰 것이다.)과 단장, 코치와 같이 점차 세분화되는 팀의 조직체는 팀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높이는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타 종목과 같은 프런트와 선수의 갈등도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감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고, 부담이 컸던 프로팀의 구조에서 감독은 경기에 전념하는 구조로 변하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제 감독은 완전히 감독의 업무에 충실하게 되었으며, 장기적으로는 종족별 코치나 세분화된 프런트의 기능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창단은 하지만 과제도 남겼다. 첫째로 창단은 스타리그에 편중이 되었다. 김동문의 eSTRO입단은 그래서 신선했지만, 그 외에 타 종목 선수들의 입단이 창단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전통의 한빛의 워3 게임단마저 해체의 길을 걸으면서, 워3 프로게임단의 명맥은 완전히 끊어졌고, IT뱅크가 등장한 카트리그는 조이킹의 해산이라는 사건을 맞으며, 공식적인 스폰이 없는 리그의 한계에 대해서 절감하고 있다. 한창 진행되는 피파 온라인 리그의 우승자가 공교롭게도 삼성 칸 소속의 프로게이머 박윤서-전경운이라는 사실을 통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창단은 분명 E-Sports의 판을 넓이는데 기여를 했지만, 그 기여는 더 많은 종목으로 확대되는, 요컨대 복합 게임단의 성격을 띄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두 번째, 팀의 색깔에 대한 점이다. 창단에 따른 변화의 과정에서 그간의 전통에 대한 존중이 잘 보이지 않았던 점은 아쉬운 일이다. 팀의 전통은 그간 한 4년간 형성이 되어 왔으며, 이 전통이 그대로 계승이 될 때, 진정한 명문이 탄생하는 법이다. 새로 창단이 되는 팀은 바로 그 전통을 잇는 모습에서 조금 아쉬웠다. 새로운 이름은 당연하지만, 팀의 색깔과 고유의 특징, 그리고 팬들과 만남의 자리를 통해 팀의 정체성과 앞으로 나아갈 비전에 대한 것을 명확히 밝히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때, 진정한 의미의 '창단'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의 E-Sports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E-Sports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창단은 또한 팀을 보다 더 투명하고 명확하게 해야 한다. 선수들의 연봉은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이들에게 매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그림자도 인식시키기 위해 완전히 공개되어야 하며, 선수 이적 시장에서 이적 과정에 대한 더욱 투명한 의사 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팀의 운영 과정에 대해서 팬들의 호흡이 뒤따라야 하며, 이는 팬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E-Sports의 역사를 상기한다면, 팀들이 창단과 함께 더욱 강화하고 지원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명확한 근거아래 진행되는 일과 객관적인 선수 관찰, 합리적인 운영은 프로팀을 진정으로 프로답게 하는 것이다. 기업의 후원이 뒤따른만큼, 그에 걸맞는 합리적인 운영과 예산 운용, 선수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그 점이 창단을 창단답게 하는 요소라고 본다.
여하튼, 창단은 E-Sports의 외연을 넓히는데 성공했다. 이미 2002년 이후, 게임리그는 애들 장난이 아닌 프로의 세계로 넘어선 상황이었고, 2006년의 창단은 프로의 세계에 합리와 안정성을 가져다줄 좋은 기회가 되었다. 창단의 정신을 잊지 말고, 11개 프로팀이 서로 경쟁 속에 발전하며, 새로운 팀의 창단과 복합 게임단의 등장을 이끄는 기폭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개인적으로 꼽은 2006 E-Sports 10대 사건(1) - 성명석의 징계 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