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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1/04 04:33:36
Name 비롱투유
Subject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군요"
촘스키가 "포리송 사건"으로 인해 프랑스 뿐만 아니라 전 유럽지역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죠.
포르송 사건의 대해 먼저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리옹 2대학의 문학교수인 로베르 포르송이 히틀러의 가스실을 옹호하는 책을 쓰고 촘스키가 쓴 글이 그 책의 서문으로 들어가 큰 문제가 되었던 사건입니다.  거기에 대해 촘스키는 "나는 포르송 사건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말하려 했을 뿐이다"라고 항변합니다.
그가 끊임없이 서명해온 다른 서명서들과 마찬가지로 로베르 포르송에게도 신체적인 안정을 보장해 주고 공민권의 자유로운 행사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일 뿐이었다는 겁니다. 심지어는 그는 포리송이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을 뿐더러 그가 나치주의자라고 해도 주저하지 않고 서명를 했을꺼라 말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죠.



개인적으로 촘스키의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고 또 지지합니다.
말할 수 있는 자유는 그것이 무엇을 대상으로 하든지 보장받아야 합니다. 나치의 가스실 학살이 정당했다는 이야기는 그 당시의 어린아이의 사진을 떠올릴때 정말이지 역겨운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그렇다 할 지라도 그 누구도 그의 이야기를 막을 권리는 없으며 또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또 다른 의미의 억제와 강압이 될 수 있으니까요.
대신 우리에게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을 권리뿐 아니라 의무가 있습니다.
말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지라도 거기에 대한 논리적 구체적 반론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물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일테고 저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일제침략이 정당하다는 사람을 보면 저도 모르게 "xx놈"이라는 욕이 먼저 나오고, 전두환 각하 만세라고 떠드는 사람을 보면 한숨이 나오고 머리가 다 아파옵니다.  



그럴땐 그냥 [무시]가 최고입니다.
기숙사에서 알게된 특수교육과 형이 해준 이야기인데요. 특수아동들이 수업시간에 소리를 지르고 소란을 피우는 것은 대게 관심받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라 합니다. 거기에 일일이 대응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면 특수아동은 이렇게 소리지르고 소란피우면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구나 라고 학습하게 되고 계속해서 그런 문제행동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행동에는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칠판을 바라보거나 수업에 집중할때 관심을 가져주고 말을 걸어주는게 좋다고 합니다.



소위 말하는 악플러나 일부 개념없는 사람들을 특수아동들과 비교해서 특수아동들에게 상당히 미안하기는 합니다만, 같은 수준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상대해주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겠죠.
논쟁이 벌어진 게시물을 보면 자주 보이는 댓글 중 하나가 "정말이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입니다. 이해할 수 없다면 말을 하지 않는게 답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도 가족끼리도 이해하기 힘든게 사람인데, 어떻게 얼굴고 이름도 성별도 모르는 사람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서로 별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걸요.  



KBS 심야토론 진행자이신 정관용씨가 참 토론 진행을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분 진행의 특징을 살펴보면 양쪽 패널의 차이점을 짚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공통된 부분을 짚어나가면서 논점을 일관되게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A의원과 B의원님 모두 여기에는 동의하시죠?" 이런식으로 말입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주고 받음에 있어 이런 태도는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토론이라는 것이 상대와 나와의 차이점을 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한 것일테니까요.



만약에 다른 이와 정말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태도를 바꾸었으면 합니다.
이해할 수 없다면 이야기도 할 수 없습니다. 최대한 상대를 이해해보려 하고, 최대한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면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지금보다 훨씬 생산적인 토론이 될꺼라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토론이라는건 나의 의견을 상대에게 개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의견을 더 자세히 듣고 이해하기 위한 작업일테니까요.



상대방이 이해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제 그만 상대를 이해시키려 하지말고 상대에게 질문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건 어떨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건 왜 그런거죠?"
"전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식으로 말이죠.      







━━━━━━━━━━━━━━━━━━━━━
Discussion is an Exchange of knowledge:
argument an exchange of ignorance.

토론은 지식을 교환하는 것이다.
무지의 교환은 말싸움일 뿐이다.
- Robert Quillen
━━━━━━━━━━━━━━━━━━━━━



































ps : 지금이 새벽 4시 30분인데 내일 계절 들어갈 수는 있을까요? ㅜ_ㅜ..

ps : pgr에서 어떤 분이 이 사건을 근거로 촘스키는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3류학자라고 말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세상엔 참 여러가지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_+

ps : 요즘들어 pgr에 읽을만한 글이 별로 안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다들 어디로 가셨나요?
갑자기 총알이 모자라.. 님의 글이 읽고 싶군요.
물론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건 아니지만 그냥 너무 안보이는 것 같아서요.
그러고보니 탐정님도 잘 안보이는군요.
좋은 분들이 하나 둘 모습을 감추어간다는건 분명 슬픈 일입니다..

ps : 모두들 행복한 하루되세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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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고스트
07/01/04 05:07
수정 아이콘
PGR 사이트에 꼭 품격있는 사람들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인터켓 커뮤니티중 최고 수준의 네티켓을 가지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PGR에 "전두환 훌리건" 분들이 몇몇 계실줄은 몰랐습니다.

차라리 과거 알럽황이나 JMS 신도들이 더 낫다고 해야 할까요. 세상 사람들 모두가 NO라고 하는데 자기만 YES라고 한다고 해서 뭔가 자신이 특별해 지는것은 아니죠.

참 씁쓸합니다.
CrystalCIDER
07/01/04 05:09
수정 아이콘
'소위 말하는 악플러나 일부 개념없는 사람들을 특수아동들과 비교해서 특수아동들에게 상당히 미안하기는 합니다만'

(특수 아동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본다면)
이 문장은 문자 그대로 정말 촌철살인 입니다 ^^
07/01/04 06:34
수정 아이콘
10대 20대가 과반수를 훌쩍 넘기는 이 PGR21 이라는 이스포츠 사이트에서 정치 얘기가 뭐 이리 많은지... 정치, 종교등의 주제는 PGR BBS랑 맞지 않습니다. 물론 이 글은 아니지만, 밑에 두 개의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글같은 경우는 보고 싶지 않네요. 차라리 Discuss란에 차라리 올리셔서 열띤 토론을 하시는게 나을 듯 합니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없으면 들여다 보지도 않겠지요. 관심끌고 싶어서 PGR BBS에 올리는 것 같은데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본 수많은 정치 종교 이야기 중에 한 쪽이 백기들고 설득당하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머릿 수로 밀어붙여서 상대방을 아무 말 못하게 만든 적은 봤지만 설득당해서 주장을 바꾸는 쪽은 본적이 없는 것 같네요. 전두환 대통령을 좋아하던 하지 않던 개개인이 판단하도록 놔두면 될 일을 왜 서로 설득시키려고 난리를 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본문처럼 그냥 서로 무시하면 될 일입니다.
[S&F]-Lions71
07/01/04 07:15
수정 아이콘
한국사회는 아직 다양한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가 아니므로 말씀하신 바를 구현하기는 힘듭니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할 수록 논리의 근거가 박약하므로 다원적 사고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교육환경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획일적 가치관으로 무장한 지금의 교육자들이 다가치적 사고를 가진 분들로 교체될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군사적 대치상황, 지정학적 위치, 경제 상황도 다원적 사회로의 분화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으니 실제로 성숙한 다가치사회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죽을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지요.
비롱투유님은 너무 걱정이 많아 매사 비관적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걱정하는 만큼 바뀌는 것이 아니니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겁니다.

히틀러의 가스실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된 독성화학물질(머스터드)들은 후에 항암제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게 됩니다. 이 머스터드들은 저주받은 독인지, 고마운 약물인지 아니면 그저 화학적 합성물질 일 뿐인지 가치판단이 되시나요?
07/01/04 07:33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지만, 이런 글을 쓴다고 사람들이 변하진 않죠.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나 자신부터 스스로 행하는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07/01/04 08:16
수정 아이콘
잘 읽고 갑니다
정말 좋은 구절이네요
제3의타이밍
07/01/04 08:32
수정 아이콘
토게에 어울릴 글들이 피게에 많은 거 같아요.
좋은 글 읽었습니다.
07/01/04 09:16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입니다. 늘 공감하던 부분이기도 하구요. ^^
07/01/04 09:56
수정 아이콘
Elodia//동감 =_=. 치국평천하의 시작은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지요. 그것을 안하신 어르신들이 나라를 다스리니 이렇게 해피메리판되는거죠. (해피, 메리는 개이름이죠.)
볼텍스
07/01/04 10:17
수정 아이콘
토론은 지식의 교환일 뿐. 이말 맘에 드네요
무지개곰
07/01/04 10:5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토론에서의 자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Morpheus
07/01/04 11:0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글 읽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아직 학생이신 듯 한데 내공이 저보다 높으신 듯.^^ 전 감정이 이성을 앞질러가버려서 항상 조심하려 애써도 잘 안 되던데..^^ 혹시 재밌게 읽으신 책이나 좋아하는 책 있으면 따로 추천 좀 해 주세요. 아님 따로 쪽지라도.. 저도 내공을 쌓는 수련을 하려구요.
07/01/04 12:06
수정 아이콘
글쓴이가 비롱투유님이어서 안심하고 댓글 답니다.
동감입니다.
PGR에서 마음을 끄는 글을 읽고 댓글 달까? 하다가도 글쓴이의 진정성이 무엇인지 몰라서(논쟁을 유도하기 위해 이런 글을 쓴게 아닐까? 소위 낚시글?) 읽고서 그냥 잊어 버리기도 합니다.

좋은 분들이 모습을 감추셔서 슬프다는 말씀에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어차피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추억은 즐겁게 기억하셔야죠. ^^~
대신 새로운 좋은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뜬금없는 말이지만, 언젠가의 스타뒷담화에서 엄재경해설위원님의 "초x팬이 중요하다. 야구를 봐라. 초x팬이 사라지니 망하고 있지 않느냐?" 라는 말씀에 깨우친 바가 있습니다.
데스싸이즈
07/01/04 19:36
수정 아이콘
추게로~~
글너무 잘쓰시네요..
루크레티아
07/01/04 20:27
수정 아이콘
글쎄요...저는 적어도 인간이 사는 사회에서는 말을 꺼내도 될 것이 있고 안될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소위 말하는 심한 말이나 욕 같은것이죠. 예를 드신 가스실 옹호나 전두환 옹호는 바로 이 심한 말의 장르에 충분히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것들은 이야기 해서는 안되는 사항임이 분명하죠. 반인륜적 범죄를 옹호하는 것 자체가 바로 표현의 자유라는 단어를 빌려서 피해자들의 아픈 기억을 들쑤시고 정신적 피해를 주는 행위가 아닌가요? 그러고서 언제나 항상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죠.

이건 칼을 빌려서 살인을 하고 칼탓 하는게 아니고 뭐겠습니까? 촘스키나 전두환 지지자들의 발언은 언제 들어도 궤변같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팔아서 일신의 관심과 영달을 추구하는 무리들이죠.
문근영
07/01/05 11:20
수정 아이콘
저기요 비롱투유씨
제가 피시알 짧지만 몇년 다니면서 제가 가장~~~~!! 하고싶었던 말씀을 해주시는군요.
피지알도 피지알 이지만 여기 찾는 사람들 나름 또 다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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