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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2/14 06:07:36
Name 몽향
Subject 평범한 이들의 訃告
예전부터 생각하던 일이었는데 기회가 닿지않아 미루어오다 오늘(정확히는 어제죠) 실천에 옮겼습니다. 바로 평범한 이들의 부고를 담는 블로그입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어제의 조지명식 결과를 게시판에서 확인하고 다른 글을 보다가, 아래 친구분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슬퍼하는 분의 글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에 결국 잠은 포기하고 PGR 게시판에도 이 블로그를 알리고 싶어졌습니다.

어릴 적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피부에 와닿는 지인의 죽음과 몇 번 마주해야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 우리 부모님 나이대 분이 이렇게 돌아가실 수 있구나, 놀랐고, 그리 친하지 않았으나 얼굴과 이름을 알고 있던 친구 하나가 군대에서 사고사했을 때도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다들 알고 있지만 평소엔 잊고 사는, 삶 바로 건너편의 죽음에 대해서 잠시나마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경험이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나 선후배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 이제 갓 은퇴하신 교수님의 안타까운 부고, 직장 상사 분의 부모님의 부고 등을 받다가...

이제 벌써 만 일년하고도 몇 달이 더 지났습니다. 저와 동갑의 친구가 그야말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한참 라디오에서 나올 때였을겝니다. 국과수에서, 병원 영안실에서, 벽제승화원으로 가는 버스, 장지로 향하는 버스, 돌아오는 길 내내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들었습니다. 재주도 많고 친구 복도 많은 친구라, 남아있는 사람들이 여럿 모여서 이런저런 일을 통해 그 친구를 추모했습니다. 그래도, 기억에서 지워지질 않는군요. 당연하게도요.

다른 하나의 기억이 있습니다. 젊은 분의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문득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주인장의 따뜻한 목소리가 생생한데, 어느 순간 손님들의 글만으로 채워져있었습니다. 안타까운 목소리들. 무슨 사연인지 몰라도, 명복을 빈다는 말이 없어도, 그 홈페이지 주인장이 세상을 떠났음을 알 수 있더군요. 주인장의 사진을 보니, 목이 메었습니다.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었거든요. 그의 생전 알지는 못했어도, 저 또한 고개 숙여 그의 앞길, 평안하길 빌었습니다.

이제 두 달 쯤 되었군요. 동료 한 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몸이 불편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리 급하게 세상을 버리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마 그 때였을겝니다. 신문에 기사 한 줄 나지 않는, 장례식 한 번과 그 혈족들의 추억 속에서 살아있을 평범한 한 사람의 부고를 지인의 목소리로 실어보는 건 어떨까. 지면이 한정된 신문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지역신문에서 가능하다해도 아주 짧게 밖에는 할 수 없지만, 인터넷에서는 가능할텐데, 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그러나 미적미적, 마음에 두고만 있을 뿐 실천으로 옮기질 못하다가, 얼마전 gmail에 my.obituary at gmail.com이라는 계정을 만들고, 어제 obituary.tistory.com 블로그를 개설했습니다. 누구의 블로그도 아닌, 그저 평범한 지인의 부고 기사를 정성들여 써주신 분들의 글을 받아 하나하나 평범한 이에 대한 기억을 쌓아가고 싶어서입니다.

부고를 쓰다보면, 내가 이 사람을 얼마나 잘 알았던가, 내가 모르는 이 사람의 인생에는 무엇이 있었을까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제 할아버지의 부고를 쓰다보니 절로 그렇게 되더군요. 참으로 모르는구나. 제 친구의 부고는 언제 쓰게 될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마 내년 그의 기일에는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업데이트 될 부고를 쓰고, 그의 흔적, 그에 대한 내 기억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제 부고도 어느 정도는 미리 써놓고 싶습니다. 이런 인생을 살았다, 는 이야기를 스스로의 목소리로 남겨두고 싶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미화될 수밖에 없겠지만 말입니다.

여러분 중 혹시 지인의 부고, 지인은 아니지만 아는 사람, 역사속 인물의 부고, 신문에서 짧게 스쳐지나간 이에 대한 부고, 혹은 자신의 부고를 담담한, 혹은 감정을 드러낸 목소리로 남기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my.obituary at gmail.com 으로 연락을 주세요. 그대로 싣도록 하겠습니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부고 기사의 평범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모인, 그런 장소로 만들고 싶거든요. 익명도 좋고, 실명도 좋습니다. 구애받을 형식도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 이의 평범하지 않았을 삶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플 따름입니다. 여러분들도 한번쯤 스스로의 부고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시겠지요? 굳이 이 '부고' 블로그에 들르지 않더라도, 일기나 자신의 블로그, 미니홈피에서 자신의 부고, 지인의 부고를 찬찬히 써보심이 어떨지요. 의미를 만들고 기억으로 남기는 것, 글쓰기가 주는 고마운 선물 중 하나니까요.

첫 글입니다. 결국 블로그 광고가 되어 민망하지만, 이런 기록, 누군가 나서서 남겨보자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주위 분들과 체온을 나누는 겨울 되시길 바랍니다.

http://obituary.tistory.com
my.obituary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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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iFadA
06/12/14 10:11
수정 아이콘
참 좋은 시도를 하시는 분이군요. ^^
이런 블로그의 광고라면야....
06/12/14 12:01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
제가 아는 가장 담담한, 그러나 슬픔이 곳곳에 숨어있는 부고 한 편을 올렸습니다. 애초 취지에 맞지않게도 신문에 실린 글이지만, 그 또한 평범한 한 사람의 소방사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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