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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2/03 14:09:23
Name sylent
Subject 무조건 이기는 방법.
세상일의 대부분은, (물리적인 혹은 논리적인)이해관계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는 두 (구성원이 단수인 혹은 복수인) 세력과 이를 지켜보는 또 다른 시선이 함께 써내려가는 삼각관계의 모습을 지니기 마련이다. 논점을 두고 ‘갑’과 ‘을’이 공방을 펼치는 동안, 제 삼자인 ‘병’과 ‘정’은 심심할 때 훈수나 두면서, 속편하게 구경하기만 하면 된다. ‘갑’과 ‘을’이 기분 좋은 악수로 뜻을 모으거나, 혹은 핏발 선 주먹이 오간 끝에 한 쪽이 KO 당하면 ‘갑’과 ‘을’의 마찰은 종료되며 ‘병’과 ‘정’은 끝나버린 싸움을 아쉬워하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01.

오늘도 ‘갑’과 ‘을’은 열심히 다투고 있다. 원래 ‘갑’과 ‘을’은 이 험난한 세상에서 뜻 깊은 무엇인가를 실현해보고자 함께 손을 잡은 동업자였다. 꿈 하나 만으로 사업을 시작한 ‘을’과는 달리 ‘갑’은 이미 많은 사업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었다. ‘을’의 아이디어에 공감한 ‘갑’은 동업을 제의했고, ‘을’은 자신의 꿈을 이해해주고 도움을 준 ‘갑’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갑’과 ‘을’의 뜨거운 열정은 불가능 할 것 같던 꿈을 현실로 일구어냈고, 어느덧 사업은 정상적인 궤도에 올랐다. 그들의 사업이,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노선 걷기 시작하자 ‘갑’은 ‘을’과의 의견 교환 없이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을 구상하고, 사업에 접목시키기 시작했다. ‘갑’의 독단적인 결정이 반복되자,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을’은 화를 참지 못하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납득시켜왔다. 하지만 오늘의 컨디션은 평소의 인내력을 발휘하기에 부족한 것 같다.

을 : 도대체 왜 니 멋대로 돈을 쓰는거야?
갑 : 두고 봐, 나 한테 고마워 하는 날이 올꺼야.
을 : 뭘 하는 건지, 왜 그러는 건지는 말을 해줘야지.
갑 : ...
을 : 왜 말을 안해? 안하는거야, 아니면 못하는거야?
갑 : 니가 사업에 대해 뭘 알아, 조금만 기다려 봐.
을 : 지금 들어야겠어.
갑 : ...

병 : 옆에서 보자보자 하니까 ‘갑’이 너무하네. 혹시 영업한답시고 그 돈으로 술마시고 그러는거 아냐?
갑 : ...
을 : 그런거야? 아니면 왜 말을 못해?
병 : 분명해. 그 돈, 유흥비로 썼을거야.
정 : 어이~ '병'씨.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면 안되는 것 아냐? 갑이 사업의 확장을 위해 정말 중요한 일에 썼을지 어떻게 알고 그렇게 함부로 단정 짓냐.
을 : 그 말도 맞긴 맞지만, 떳떳하다면 왜 아무 말도 못하냐구.
정 :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 일단 지켜보는게 순서인 것 같아. 아니야?
병 : ...
을 : ...
갑 : ...

‘갑’은 끝내 침묵으로 일관했고, 제풀에 지친 ‘을’은 조만간 꼭 답을 듣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한다. 하지만, 미칠 듯한 스피드로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을’의 각오는 희석되어갔다. 그리고 또 다시 어제 같은 오늘을 살고 있다.


02.

모든 논쟁에서 절대 지지 않는 방법이 있다. “지켜보는 것”이다. 노벨 물리학상에 빛나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미래는 확정 될 수 없다. 그렇다, 내일은 어떨지 모르기 때문에 입 다물고 조용히 있으면 절대 질 수 없다. 덕분에 ‘갑’은 계속 침묵할 수 있다. 어제 외운 영어단어를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의 단순한 머리는, ‘갑’에 대한 의심들을 쉽게 지우고 만다. 그리고 끝내 ‘갑’은 웃는다. 무엇이 진실인지 말하지 않음으로서, ‘갑’은 언제나 승리하고 있다.

협회, 기업, 구단, 선수, 방송국, 언론은 언제나 팬을 이긴다. 나는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인정하고 있다. 세상이 그러하므로.

하지만, ‘갑’의 침묵을 돕는 ‘정’도 팬이라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p.s 잡담인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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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03 14:15
수정 아이콘
을과 병의 공정한 비판은 용인되어야겠지요. 하지만 그렇다면 정의 대응도 용납되어야 합니다. 을과 병이 사태에 대해 확실히 알지는 못하는 것처럼, 정의 대응도 논쟁에서는 정당한 것이거든요. 그리고 을, 병, 정의 이야기를 떠나 무엇보다 본질적 문제는 을과 병의 비판이 왜곡과 의심으로 가득찬 저열한 비난이 되면 안된다는 거겠지요. 지금 밑에서는 한 사람과 단체에 대한 악랄한 비난이 단지 논쟁이라는 가면을 쓰고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06/12/03 14:17
수정 아이콘
왜 을과 병의 비판이 왜곡과 의심으로 가득찬 저열한 비난이 되죠.. 그냥 웃지요.. 하하
06/12/03 14:17
수정 아이콘
저를 정에다 갖다 넣고 싶어하는 제 자신을 바라보며
역시 애정이 식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당연히 지켜보면 갑은 이기게 되어 있죠. ^^
제가 정으로 잘난 척 하는 건 사실 을이 될 만큼 이 문제가 나에게 절실하지도 않고
을이 돼서 살아남을 자신도 없기 때문인 겁니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신중한 것과는 그닥 상관이 없는 일~
병이 애꿎은 을의 점수를 깎는 애물단지라면, 정은 을의 희생으로 얻은 열매를 누리고 있는 주제에 마치 자기가 정원사인 척하는 셈이죠.
정 주제에 말이 많으면 괜히 병잡고 늘어지다가 을 바짓가랑이까지 잡게 되니
이쯤에서 키보드 워리어에서 모니터 워리어로 전직 해야겠군요.
글 잘봤습니다. 병은 말고, 을 분들 건투를 빕니다.
글루미선데이
06/12/03 14:26
수정 아이콘
전 '정'의 입장이라 그런지 '병'도 팬이라는게 슬프네요
그렇다고 없어지지도 않겠죠 정이나 병이나 나름의 존재의미가 있을테니
06/12/03 14:29
수정 아이콘
저도 그닥.. 이번 일에서는 한발 떨어져 있고 싶어요
사실 제가 이 게임판의 미래에 대해 그닥 무신경한 편인지는 몰라도, (아님 관심이 없는 건지 ㅜㅡ) 게임판이 망해간다는 느낌은 안들어요
그냥 돌아가는 상황에 맡기자는 식.
저도 애정이 식었는지.. 딱히 누구를 비판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네요.
애정이 강한 분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냥 현재의 게임판을 즐기는 것만으로 만족하렵니다.
볼텍스
06/12/03 14:32
수정 아이콘
하이젠베르크는 좀 오버 -_-;;;
Love&Hate
06/12/03 14:35
수정 아이콘
'정'은 움직입니다.
을이 행여나 갑에게 따질때..
'도대체 왜 니 멋대로 돈을 쓰는거야?'라는 말이 아닌
'도대체 니가 그렇게 잘났냐? 왜 니맘대로 돈써!! XX야' 라고 한다면
'정'은 움직입니다..매우 액티브하게..

'어떻게 친구에게 그런말을 할수 있니?' 라는 화제에 너무 열정적으로 집중하여 대응한 나머지
'돈을 마음대로 쓴다'는 화제를 본의 아니게 덮어버리며 말이죠..
06/12/03 14:36
수정 아이콘
증거도 없는데 프로팀 코치를 매수했다느니 운운하는 건 저열한 비난을 넘어서서 악랄한 비방입니다. 이것도 모르면 논리박약아죠.
06/12/03 14:37
수정 아이콘
솔직히 피지알경우는 게임계에 종사하는분은 무조건 감싸고보는경우가있더군요 게임계에 종사하는분들이 글쓰면 일명 하악거린다고하죠..

알랑방귀 끼면서 좋은댓글 마구달리고.. 침묵을 돕는 팬들이라... 너무 공감되는군요.
본호라이즌
06/12/03 14:41
수정 아이콘
"죽은 자의 말은 계절과 같다. 언제나 같은 것이 되돌아온다. 삶과 죽음의 차이는 거기에 있다. 아니, 그럴까? 살아있는 것도 똑같은 것의 반복이다. 열 살만 넘어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내일은 단 한 가지 사실 외에는 아무 것도 담보하지 않는다. 오늘과 똑같이 한심할 수 있다는 것. 가까스로 해결한 모든 고민이 형태를 바꿔 끝없이 돌아온다.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최종적 고민 아래 쓰러지면, 그것이 죽음이다. 그리고 그것이 삶이다. 삶과 죽음의 차이는 없다." - 이영도씨의 글에 나오는 구절입니다...말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살짝 다른 구석은 있지만요~
BuyLoanFeelBride
06/12/03 15:12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자신이 동경하는 이의 말이라면 좋은 편만 보고, 좋은 말만 하면서 침묵과 유야무야를 방관하고 돕는 자들도 이 판을 함께 사랑하는 팬이라는 현실은...
앤디듀프레인
06/12/03 15:17
수정 아이콘
서로의 입장차이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게 문제죠
일단은 자신의 입장과 의견이 무조건 최우선이니까...모두들 눈과 귀에 필터를 달고 살면서 유독 입에만 자유방임을 허락했죠
글루미선데이
06/12/03 15:22
수정 아이콘
의심이냐 합리적인 추측이냐에서 선택이 갈릴 뿐입니다
누군가의 말이 더 신뢰가 가는지 그리고
일어'날' 일을 중요시 하는가 일어'난' 일을 중요시 하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암암리에 다 해먹는거 좋아 보여서 방관하겠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정당한 근거있는 비판에 악랄한 의도라니!! 발끈하시는 분들이
그와 반대되는 입장은 너무도 가벼이 생각하는 것 같군요 사실 전 이게 제일 싫습니다

반대가 무조건 눈 먼 팬심으로 보이신다면 찬성이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비난을 위한 비난 밖에 안된다는 것도 인정을 하던지요

갑을병정이 맨날 싸우기만 하겠습니까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겠죠 양쪽 다 이해까지는 무리겠지만 인정만 하더라도 정말 그렇게 될 지 모르죠
06/12/03 15:23
수정 아이콘
자신들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으면 이 판을 사랑할 자격도 없다는 것이군요. 그리고 정은 외부인이 아닙니다.
같이 돈을 빌려준 사람입니다. 그들에게는 침묵으로 봐줄 권리도 있습니다. 을은 그가 같이 갑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소리만 칠 것이 아니라 갑이 잘못을 하고 있는 점을 들어서 설득을 해야하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06/12/03 15:27
수정 아이콘
글루미선데이님이 말씀하신 '정당한 근거'와 kama님이 말씀하신 '잘못을 하고 있는 점'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게 문제라면 문제겠죠. 요즘들어 "맘 편하게 구경 하면서 즐기는게 제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06/12/03 15:31
수정 아이콘
확인할 방법이 없을 때는 일단 을이 됐건 병이 됐건 소리라도 크게 지르는 게
정치적으로 현명한 방법이죠...(이후의 혹시 모를 쪽팔림을 감수할 자신과 열정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을의 입장에서는 병보다도 정이 훨씬 밉겠죠...
무적뱃살
06/12/03 15:33
수정 아이콘
갑에게 : 애지중지 키워놨더니 저 혼자 큰 줄 알고 까불고 있네.
을에게 : 힘내! 포기하지말자!
정에게 : 네가 갑이니? 너한데 물어본것 아니거든? 도대체 정체가 뭐야?
병에게 : 재밌지도 않은 소설 그만 좀 써라. 너만 보면 피곤해 미치겠다
06/12/03 15:34
수정 아이콘
무적뱃살님 // 흐흐. 명쾌하십니다~
CJ-처음이란
06/12/03 15:42
수정 아이콘
계속 시끄럽게하는 병이되야하나요^^.. 병에도 사람나름이있겠고 정에도 사람 나름이있겠죠. 어쨋든 지금은 병의 역할에 충실히해야겠네요.
말로센말로센
06/12/03 15:55
수정 아이콘
저는 시간이 참 야속합니다.
정의 감언이든 을과 병의 독설이든 그저 시간이 다 쓸어가 버리는것 같아 씁쓸합니다.
갑이 침묵을 일삼으며 무기로 삼는게 바로 그 시간인데 말이죠..
06/12/03 16:44
수정 아이콘
하하. 굳이 '잡담'이란 말로 끝내지 않으셔도 될 텐데요. 최근에 사일런트 님의 글은 항상 이 선에 있었으니까요. '정'이 어떻든 상관 없습니다. 팬이란 존재는 거대하고 가변적입니다. 당연 '을'이 있으면 '정'도 '병'도 있는 것이지요. 사일런트 님이 '을'이 하고 싶으면 '을'의 역할에 충실하면 됩니다. '정'의 입장에서는 '을'이 같은 팬이라는 사실에 서글플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표현하는 애정의 기반이 다른 것일 뿐 어느 한 쪽이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아닙니다.
06/12/03 17:15
수정 아이콘
Artemis님 // '을'과 '병'이 목소리를 높이면 '정'이 이에 맞서고, 이슈는 결국 '을', '병'과 '정'의 대결로 마무리 됩니다. '갑'은 손안대고 코푸는거죠. 그래서, '갑'에게 '정'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충분히 이해하는 요즘입니다. 물론 Artemis님 말씀처럼, 잘나고 못난건 없겠지만 말이죠.
06/12/03 17:51
수정 아이콘
을,병,정이 중요한건 [[예의]]를 지키면서 [[진실]]을 아는것
My name is J
06/12/03 18:15
수정 아이콘
예전에....
'팬은 다 알지 못해도 된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분노할수 있다'라는 분을 알고있었습니다.
그 이야기에 많이 공감도 했고 충격도 받았지만...
그 열정이 작아진 지금...'아 그런게 무슨 의미지....'라는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침묵하는 정-이 된게지요.
뭐...양비론- 따위에 휩쓸리는 인간상이 된겝니다 간단히 말해서.
(거기에 귀차니즘까지 더해져서..)
옛날엔 이런게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지는것 같아서...먼산-

그런데 말입니다. 늘 애정을 볼모로 하는 무엇이 싸울수 있게도 싸울수 없게도 하는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팬따위..인것이고 대중따위..인것이죠. 먼산-
06/12/03 19:24
수정 아이콘
사일런트 님 글에 언제나 감사드리며..공감합니다.

그리고 또한 요즘의 추세를 봄에도 을,병,정 어디에도 참여할 의지가 생겨나지 않는 제 스스로가 안타깝군요.


이 판에 대한 열정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것 같은 현실이 저를 이렇게 만들어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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