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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11/17 11:41:06 |
Name |
Lunatic Love |
Subject |
카운터스트라이크 피씨방 아르바이트의 추억 |
1. 대학시절 고된 아르바이트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된다. 일용직(?) 노가다부터 - 인천공항세멘 누가발랐는지 알아? -0- - 고급(?) 서비스업까지. 전공서적 구입비용 마련과 용돈등 대충 대한민국의 남자에게 군제대후 일반적 시선은 한 남자를 어른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그 의무까지 강하게 부여한다고 생각되니.
특히나 피씨방 아르바이트를 은근히 많이하게 되었었는데, 즐겁기도 했었거니와 쉽게 그리고, "빨리"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 내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아르바이트였다.
2. 신기하게도 카스위주의 피씨방이 있었다. 장식은 모두 밀리터리였고, 심지어는 모델건굴러다니는것 까지 봤다. 온라인게임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100명중 95명이 앉아서 카스를 했고, 마우스와 패드들고 다니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곳이었다. MX500과 아이스맷을 실제로 봤으니 뭐 말 다했지.
사장이란 사람은 꽤 젊은 사람이었다. 일 열심히 하란 말 대신 카스 배우라는 말 먼저 했다. 이러저래 단골들에게 음료수도 돌리면서 친하게 지내려 노력했고, 카스도 배우려 했으나 그리 쉽진 않았다.
맨날 헤드샷-_-의 희생양이 됬고, 좀 할만하면 손님들의 러쉬가 시작됬다. 가장 중요한 건 1인칭 3D 게임은 왠지 나란 게이머에겐 맞지 않았다. 화면을 잠깐 주시하다보면 멀미를 동반한 두통이 심하게 느껴졌고, 속까지 더부룩해졌다. -_-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당시 카스가 어느규모의 인기를 끌다가 사라진 것은 사설서버의 등장과 사라짐도 무시못한다고 생각한다.
이 피씨방도 자체 사설서버가 있었는데, 꽤나 유명했었다고 기억된다. 이름이 뭐였더라.
Zaksal? 작살? 이었나. 대충 PC방 관리와 동시에 서버관리도 해야됬다. 캠핑이라고 해서특정루트에 진치고 있으면서 저격-_-한다거나 비매너, 욕설, 도배하는 사람은 짤없이 밴시키는 것 까지 알바의 몫이니 당연히 카스를 할 줄 알아야겠지.
3. 심한 육체적인 고통과 함께, 게임을 빨리 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근 한달만에 발견했다. 스타하며 키보드 두들기는거야 도가 텄다 생각되니-_- 장비장착을 최대한 빨리하면서 상대방 진지로 선두로 돌격. 섬광탄 투척후 난사하는 것. 시작후 10초이내에 한사람이상은 잡을 수 있었고 내취향-_-과 얼추 맞는 전투방식이었다.
보아라!! 나의 키보드워킹을!! 스타크APM체킹으로 단련된 화려한-_- 손놀림과 빠른 움직임을!!
적의 본진에 도착했다. 섬광탄 투척!!! 난사!! 으허허허허허허허허 죽어라 죽어!! -0-
두 사람이나 쓰러져있다. 나는 기쁨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에게 계속 총을, 속된 말로 "갈겨댔다". 순간 뒤쪽에서 언제 왔는지 사장님과 매니져의 목소리.
" 아놔 . 이런 XX. 어떤 놈이야!!!!!!!!! -0- "
4. 이후로 겜방서 카스는 접었다. -_-
알바생으로서 청소는 당연히 열심히 하는거고-_- 게임을 하기보단 사설서버에 욕하지말고 캠핑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날리고, 단골손님들에게 비매너가 있냐고 수시로 물어봤다.
그렇게 한 일주일있다보니 심심한건 당연한 일.
금지-_-된 스타를 한번해볼까 싶었다. 뭐 금지된것까진 아니지만, 열에 아홉이 카스를 하는지라 영 어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도 알바생자리에 볼-0-마우스를 꼽고 스타를 시작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왼손잡이인지라 키보드쪽에 힘이 더가서 그런지 키보드 소리가 요란하다. 저그였는데, 벙커링-_-성공하고 러커로 버팅기길래 가볍게 마린하나 돌려주면서 카스피씨방에서 첫번째 1승을 챙겼다. 여유있게 이긴리플을 저장해주고-0- 혹시나 청소할 곳이나 손님이 재떨이를 요구할까 뒤를 돌아봤는데, 단골들 대여섯명이 내가 스타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팀플하자는 분위기가 연출됬고-_- 첫번째 IPX 팀플을 했다. 이겼다. 슬슬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리니지2, 스타크, 워3, 고스톱(?). 팀플하면서 단골들과 말도 트이는 것 같았고, 이 알바 카스는 잼뱅이라도 스타는 좀 하는구나 싶은 이야기가 들렸다. 근데, 그 이야기가 사장귀에 들어갔다. -_-
사장은 날을 잡았는지 청소하는 나를 불러서 이야기했다.
" 여기는 카스전문 피씨방이예요. "
5. 한달 반만에 알바에서 짤렸다.
나보다 불성실해 보이지만(주관적으로..-_- ), 카스는 기차게 잘하는 알바가 사장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카스를 못하고, 카스피씨방에서 스타붐을 일으키려한다는 중죄-_-로 알바에서 짤리게 됬다. 받은 돈으로 조금 섭섭한 느낌이 들어서 친구와 소주한잔을 했다. 그러며 게임방에서의 일들을 말해주니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 스타크는 다른 게임의 적이야. "
아. 새로운 게임을 배우려하기보단 스타크에만 정신이 팔리니 새로운 게임들의 적이 될 수밖에는 없겠구나. 스타크의 세계에는 끝이란 없다. 계속 물리고 물리는 종족상성과 전략과 전술의 되물림. 끝없이 새롭게 등장하는 빌드오더. 스타크의 가장 큰 장점이 다른 게임들에겐 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요소이며 벤치마킹의 요소이기도 한거다.
단지 스타크를 잘 만들어서 그런것뿐아니라, 계속 연구하고 발전하니 당연히 스타크는 커질수밖에 없는거고 다른 시장까지 장악하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게임의 재미를 찾기보단 스타크의 입지안에서 승수를 쌓는것이 더 매력이 느껴진다. 내가 잘하는 건 축구인데, 농구공 잡고 드리블하면 우습게 보이니 그건 싫고 화려하게 축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과시하고 싶은 건 당연한 것.
6. 스타크 말고 다른 게임은 뭐 잘해요? 라는 질문에 나는 대답하기 참 힘들다.
E스포츠라는 개념을 논하면서 스타만 잘하고 관심이 거기밖에 없으면 분명 문제가 있는거다. 간만에 고교친구들을 만났는데, 6명이 전부 워3를 하고 있었다. 7명이라 카오스를 해야하는것 아니냐고 하길래 나는 그냥 스타를 하겠다고 했다. 한 친구가 도전을 했다. 짓밟아버렸다. 워3를 했다. 내가 짓밟혔다. -_- 이후 술한잔할때 대부분의 공통소재는 하나였다.
" 캬~ 마나번~ -0- "
승리가 주는 쾌감과 유혹은 끝이 없다. 배움의 즐거움을 다시 접하기엔 스타크의 마력이 너무 강한걸까. 최소한 내겐 워3가 제2순위이고 아직까진 시선을 돌릴만한 게임이 눈에 띄지 않는다. E스포츠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게임을 만들면 된다고 하겠지만, 그 기준과 표본의 차가 너무 크고 그를 뛰어넘기위한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리라.
스타크래프트가 아직까지 사랑받는 요소중 가장 큰 건 하나라고 생각된다.
"클래식한 수동의 미학"
스타크래프트는 게임이란 땅에 차지한 비중이 크다. 그를 떨쳐내게 만드는 것도 차기 대세게임의 임무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어느정도 벤치마킹도 필요하고.
게임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같다. 내가 바뀌면 조금 쉬워질텐데 말이다.
7. 술한잔하며 나도 워3의 대화에 꼈다.
친구A " 야 아까 했던 전략이 뭐냐? "
루나틱 " 응 원배럭 더블 타운홀 ^-^ "
친구A " -_-... 어이 스타자제요 "
by Lunatic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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