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현재의 E-sports의 상황
제 논지를 전개하기에 앞서, 먼저 지금의 E-sports가 생겨나게 된 상황
들과 요건들, 그리고 현재까지의 ‘역사’를 한번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제
나름으로 아는 것들을 정리하였습니다만,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오셨
던 팬 여러분들께서는 익히 아시는 내용이실 테니 잠시만 양해해주셨으
면 감사하겠습니다. ^^
1) 스타크래프트
(1)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얻게 된 요인
스타크래프트는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도달하게 되었을까요? 여러 매체
와 논문 등에서 다뤄진 내용이기 때문에 제가 별도로 다룰 문제는 아니겠
고, 이전에 E-sports 세미나에서 발제되었던 내용을 링크하고 요약을 제시
하고자 합니다.
발제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이 글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히트한 이유를 세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1) 스타크래프트 자체의 훌륭한 게임성
스타 커뮤니티에 와서 스타의 게임성에 대해 운운하는 건 정말 바보짓
이라는 생각이 드니 길게 얘기하지는 않겠습니다. 각 종족의 컨셉부터,
유닛, 테크트리, 건물특성, 전략전술 모두가 완전히 다르고, 그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전술, 자원과 시간 등을 복합적으로 관리해야 하
는 RTS라는 점에서, 그리고 적절한 시점에 나온 확장팩 브루드 워 역시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게임이 아니라고
할 수 없겠습니다.
(2) ‘대전 네트워크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포함된 Battle.Net 지원 서비스로 인해 사람들은 익명
의 상대와 대전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공간 안에서 길드와 커
뮤니티가 생기고, 이들간의 교류와 대전을 통해 더더욱 외연을 확장시켜
나갔습니다.
(3) PC방의 확대
지금도 스타의 성공 이유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다름아닌 IMF와
PC방입니다. 당시 양산되다시피 했던 명예퇴직자들이 소규모 자영업으
로서 선택하였던, 그리고 결국은 지금의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 - 짧은 시
간에 정말 거대하게 커졌죠. - 를 만들어낸 PC방. 이 PC방과 스타크래프트
는 서로 포지티브 피드백을 하며, PC방이 스타크래프트의 판매량을 늘리
고 스타크래프트 때문에 PC방이 활성화됩니다.
(2) 스타크래프트의 독점적인 위치와 그 요인
이상의 이유 중 하나가 특별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기보다는, 세 요인의 복
합적인 작용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요인은 스타의 판매
량과 많은 이용자만을 설명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현재 스타는 일종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특정 연
령층에게 스타는 게임이라기보다 일종의 교양이랄까, 이전에 마치 누구나
당구를 칠 줄 알았을 때의 당구의 위치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런 위치를 점
유하고 있습니다(이 위치의 변동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리고 이들이 현재 e-sports의 주요 수용층이 되어 지금의 우리나라 e-sports
계를 탄생시켰고 또한 유지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스타가 어떻게 이러한 지위에 자리잡게 되었을까요? 여기서부터
는 제 나름의 분석입니다.
(1) 이러한 류의 게임이 유행한 것이 처음이었다.
물론 RTS는 스타 이전에도 있었고, 네트워크 게임을 지원한 게임도 처음이
아닙니다. 하지만 스타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당시 네트워크 인
프라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스타를 이용하는 유저가 일정 수준 확보되
었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네트워크 게임을 통해 사람들과 게임을 하고 싶
어도, PC통신이나 인터넷 동호회에서 같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과 하는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서 즐기는 사람만 즐기고 주변 친구를 끌어들인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스타는 그렇지가 않았고 신규 유저를 계속해서 끌어들일 수
있었다는 것이죠.
(2) (1)로 인해 스타가 ‘기준’이 되었다
스타 이후에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던 국산 RTS 게임들이나, 블리자드
에서 만들었던 워크래프트 3 등이 게이머들에게 다가갈 때 게이머들은 ‘스타
보다 재미없다’ ‘스타보다 느리다’ ‘스타에 비해 너무 복잡하다’ 등의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대개 사람들은 새로운 사물을 접할 때 기존의 사물에 빗대
어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로 인해서 새로운 RTS는 새로운 RTS로 받아들여
지는 것이 아니라, ‘제 2의 스타’의 후보 정도로 인식되게 되었죠.
(3) 빠른 게임진행과 적절한 정도의 게임 시간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은 다른 RTS와는 약간 다릅니다. RTS라 해도 손놀림
의 정교함이나 빠르기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차분히(라고 해봐야 턴 방식의
시뮬레이션 게임에 비해서는 매우 빠르지만요) 전략을 생각해서, 결국 전략적
인 차이에 의해 승부가 나는 게임들이 RTS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스타는 조금도 쉴 틈이 없습니다. 생산, 전투, 배치, 건설 등등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빠른 게임의 진행을 불러오게 마련
입니다. 그로 인해, 배틀넷에서 현재의 1:1과 다:다의 체제가 자리잡으면서 한
게임당 평균 15~20분 가량 걸리게 되었습니다(물론 장기전도 많이 나오지만
요). 이런 점은 스타를 즐기는 데 있어 부담을 없애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
합니다. 즉, 한 게임에 평균 3~40분이 걸리는 게임이라면 1시간 걸릴 각오를
하고 다른 것을 정리한 후 자리에 앉아야 하지만, 스타의 경우 짧은 주기의 게
임을 계속 반복해서 할 수 있다는 점이겠죠. 실제로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이
점은 스타크래프트가 방송 리그의 주력 상품이 되는 데에도 일조했다고 생각
합니다.
이 외에도 게임의 진행 양상을 진행되는 대로 바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
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PC방이 학교 주변에 위치하게 되면서 청소년들이 많
이 즐기게 되었고, 그래서 일종의 peer pressure, 즉 ‘안하는 놈이 이상한 놈’으
로 인식되게 되는 압력이 되면서 누구나 다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임이 된 점 등이 스타의 지금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그 외의 E-sports
스타크래프트 게임계로 인해 사람들이 ‘게임을 중계한다고? 미친거 아냐?’라는
인식에서 ‘게임도 중계를 할 수 있구나’라고 인식이 변화하게 되었고, 또한 점차
다른 게임의 중계 요구도 생겼으므로 방송사들은 다른 게임의 게임 리그도 개최
하게 됩니다. 흔히 사람들이 기억하는 게임 리그로는 워크래프트3, 카운터 스트라
이크, 피파, 임진록, 킹덤 언더 파이어, 쥬라기 원시전, 에이지 오브 미솔로지 등이
있고, 이 외에도 단발성 또는 홍보를 위해 열린 리그들까지 합치면 수많은 게임의
게임 리그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는 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역시 워크래프트3였습니다. 2002년 후반기에
발매된 워크래프트3은 발매사인 한빛소프트 주최로 리그가 양 방송사에서 개최되
었고, 스타크래프트 만큼은 아니지만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며 여러 번의 리그가 열
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전지윤, 이중헌, 김대호 등의 인기 게이머가 나타나기도 했
었고, 이후 프로즌 쓰론의 발매와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워크래프트3도 스타크래프
트가 인기를 얻었던 길을 밟아나가는가 했습니다. 그러나 온게임넷이 2004년을 마
지막으로 자체 개최 리그를 중단하였고, MBC게임에서 주최하던 프라임 리그는 박
세룡과 장재호라는 걸물과 수많은 명경기들의 등장으로 많은 매니아층을 모았으나
상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 등의 문제와 장재영 해설의 ‘맵 조작’ 파문으로 이런저
런 내홍을 겪은 끝에 역시 파행 운영되게 됩니다. 이때 나타나게 된 것이 WEG와 WEF
등의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invitational 개념의 대회였고, 지금도 그나마 명목을 잇고
있는 것은 이러한 형식의 대회입니다. 또한 스타크래프트에 너무 익숙해 있던 국내
팬들에게 워크래프트의 다양한 영웅과 오오라, 스킬들은 너무 복잡한 면이 없지 않
아 있었고, 또한 프로즌 쓰론의 확대가 브루드 워만큼 인기를 증대시켜 주지 못하는
등의 결과로 지금은 일반 게이머들은 워크래프트3 래더보다 오히려 ‘카오스’를 더
많이 즐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외에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PC방 협회와의 마찰로 인해 PC방에서 할 수 없게 되
면서 -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여러명이 동시에 즐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점차 국내 팬들에게 외면당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세계대회에 진출할 때는 여러 팀들이 연합하여 단일팀을 꾸리기까지 하는 실
정입니다. 이 자리를 대신한 것이 스페셜 포스로 오히려 카운터 스트라이크보다 등록
프로 게이머가 많고, 방송 리그도 열리고 있습니다만 역시 세계의 조류와는 약간 거
리가 있다 하겠습니다.
또 2005년부터 개최되기 시작한 카트라이더 리그는 중계 방식의 발전과 게이머들의
기술 발전, 그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이용자를 등에 업고 점차 인기를 얻어가고 있으며,
피파 등의 스포츠 게임 역시 나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러한 게임들을 모두 다 합쳐도 스타크래프트를 중계하거나 이를 테마
로 하여 제작되는 프로그램들의 방송 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실정이며, VOD 시청
수 역시 크게 미치지 못합니다.
다음 편 예고
역시 수동으로 줄을 맞추다보니 들쭉날쭉하군요...-_-
일단 오늘은 두 편까지만 먼저 올리겠습니다. E-sports의 역사에 대해서 현장에 있지
도 않았던 제가 주제넘게 완전히 정리를 한다고 덤빌수는 없는 거겠죠. 그저 제가 봐
왔던 E-sports의 현황에 대해서 정리했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다음은 E-sports의 역사와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역시, 비판과 관심은 적
극 환영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