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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6/23 01:08:08 |
Name |
진리탐구자 |
Subject |
솔직히 말해서 나는 - 김남주 시인 |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지 몰라
단 한방에 떨어지고 마는
모기인지도 몰라 파리인지도 몰라
뱅글뱅글 돌다 스러지고 마는
그 목숨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나는
가련한 놈 그 신세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꽃잎인지도 몰라라 꽃잎인지도
피기가 무섭게 싹둑 잘리고
바람에 맞아 갈라지고 터지고
피투성이로 문드러진
꽃잎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기다려 봄을 기다려
피어나고야 말 꽃인지도 몰라라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별것이 아닌지 몰라
열 개나 되는 발가락으로
열 개나 되는 손가락으로
날뛰고 허우적거리다
허구헌 날 술병과 함께 쓰러지고 마는
그 주정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병sin 같은 놈 그 투정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인지도
눈물로 눈물로 출렁이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어둠을 사르고야 말 불빛인지도
그 노래인지도 몰라라
시에 대해서 문외한이라서 그런지, 표현상의 기교가 뛰어난 시인(사실 뭐가 표현상의 기교인지 자체를 잘 모르긴 합니다. -_-;;;)보다는 이렇게 삶에서 우러 나오는 시들이 좋더군요. 특히나 울적할 때는 더...
시의 내용처럼, 솔직히 말해서 저는 아무 것도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가령, 당장 제가 죽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겠지요. 전체 통계 안의 셀 수 없이 많은 표본 중에서 하나의 표본이 사라졌다는 것 정도의 의미가 있을까요. 제가 있건 없건, 이것을 하건 저것을 하건 넓은 관점에서 봤을 때는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통계를 변화시킬 수 없다면, 의미 있는 것은 저의 의지겠지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결과치가 큰 차이 없이 동일하다면, 저의 의지만이 행위의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어떤 일을 하건 세상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를, 하지만 이루고 싶은 염원을 위해서 노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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