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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16 03:15
화자쪽에서 정중한 요청을 하면 그걸 먹을지 안 먹을지에 대한 선택권을 청자쪽에 주는 뉘앙스가 됩니다.
그래서 먹기 싫은 요리라면 안 먹을 가능성이 크고, 설사 먹게 되더라도 '내가 한 번 먹어주지'라는 내재적인 심리가 깔리게 되죠. 그렇게해서 먹더라도 결국 그 음식을 먹게 된 건 본인의 선택이고 그것은 결국 본인이 을이 아닌 갑의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요리 자체에 대한 태도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애초에 '먹기 싫다'고 받아들인 대로 먹은 후에도 '괜히 먹었다'는 반응이 나오게 되죠. 반대로 화자쪽에서 냉랭한 요청을 하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다소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어쩔수 없이 먹게 되는 상황이 발생됩니다. 하지만 사람은 자기 방어기재가 있어서 그 음식을 먹은 이유를 자신의 무력함에서 찾으려고 하지 않고 다른 이유를 찾게 되죠. 그것이 바로 음식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한마디로 '니가 먹으라고 해서 먹은게 아니라 먹을만 하니까 먹은거다'라고 무의식적인 항변을 하는거죠.
12/07/16 03:38
'정중히'얘기하면 부탁하는 쪽이 乙이 되고,
'냉랭히'얘기하면 최소 동등한 지위가 됩니다. 친구가 먹어 보라고 한 음식에 혹평하기와, 후임병이 권한 음식에 혹평하기 중 어느게 쉬울지는 자명하겠죠.
12/07/16 04:07
정중한 요청은 자기 행동에 대해 합리화하게 해주지요. '나는 먹기 싫었는데 니가 사정사정해서 먹은 거야!' 그래서 음식이 맛 없게 느껴지면 솔직하게 맛없다고 생각하고 대답하게 됩니다. 냉랭한 요청의 경우 상대가 사정사정한 게 아니라 본인이 자발적으로 먹은 것이 되기 때문에 상대를 탓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맛없다고 느껴져도 스스로 이 음식이 맛있다고 자기 세뇌를 하게 되지요.
문장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이런 의미로 보입니다. 비슷한 예로 남자친구가 사정사정해서 보러 간 디워는 너 때문에 괜히 봤잖아 더럽게 재미없네-라고 짜증낼 수 있지만 남자친구가 쿨하게 디워나 보러 갈래? 했을 때 같이 보러 간 디워는 쉽게 짜증낼 수 없겠죠. 남자친구 탓만은 아니니까요 [m]
12/07/16 04:14
그런데 실험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 맞을까요. 애초에 정중하게 요청했을 때 응한 응답자와 냉랭하게 권유했을 때 응한 응답자의 성향이 다를 것 같은데요. 정중하게 요청할 경우 메뚜기를 혐오하는 사람도 거절하기 미안해서 억지로 먹고 최악의 평을 하겠지만, 냉랭하게 권유할 경우 메뚜기를 혐오하는 사람은 그냥 안 먹고 말고, 메뚜기 요리에 거부감 없는 사람만 먹을텐데 후자의 평이 더 후할 수 밖에 없는 건 당연지사겠는데요. 동일한 집단에게 모두 먹인 건가.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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