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가 처음 사냥을 시작하면, 자신의 둥지를 부순다.
돌아올 미련조차 끊어버려,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사냥을 반드시 이루기 위함이다.
사냥을 처음 떠나는 매가 부순 둥지.
지금, 우리는 둥지 하나를 부수었을 뿐이다.
일찍 끊어내고, 위험하지만, 걸어볼만한 사냥에만 전념해야 했었던 것을 너무 늦게 했을 뿐이다.
둥지는 부수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매의 사냥을 응원하는 것뿐.
장산곳매여, 비상하라.
우리가 걸었던 그 모든 꿈을 위해.
그리고, 다시는 이미 부서진 둥지에 미련조차 갖지 않기 위해.
◆ World E-Sports Games 4강전
장재호(Moon[ONE],N) vs 조우천(MagicYang,N)
거칠게 달려왔다.
하나는 내 자신도 만족하게 끝을 맺었고,
이제 하나만 남았을뿐.
달려온 나의 길에 가로막는 그 무엇도 없으리.
나는 환상을 쓸 뿐이고, 내 앞의 어떤 장애물도 환상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뿐이다.
나는 판타지스타다.
대륙을 평정할 센티널의 영웅이다.
그대가 강력하다는 것을 나도 안다.
세상은 아마 나의 완벽한 패배를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 시작때, 내가 이 자리에 있으리라 예상한자 손 들어보라.
난 이미 예상을 뒤엎었다.
한 번, 더 예상을 뛰어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그대, 답해보라.
전에 진 빚은 반드시 갚는다.
그대가 환상이면, 나는 마법이다. 화려한 마법이다.
◆ 맵순서
1경기 Maelstorm
2경기 Nighthaven
3경기 Turtle Rock
4경기 Twisted Meadows
5경기 Maelstorm
한 자리의 주인공은 황태민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이제 두 사람이 남은 한 자리를 놓고, 경기를 벌입니다.
환상을 쓰는 당대 제 1의 센티널, 장재호.
중국 워3계의 대부이자, 역시 최고의 센티널인 조우천.
그 둘의 경기는 한국과 중국, 양 국의 센티널의 자존심을 걸고 벌이는 경기이자, 결승전의 양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양 선수 모두 연습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바꾸어 말한다면, 순간의 기지와 평소의 기본기로 결정이 난다는 뜻이겠지요. 짜온 전략의 완성도가 아주 뚜렷하지는 못하다는 뜻입니다.
나나전.
최근의 센티널의 강세와 더불어, 방송을 가장 많이 탄 경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분들이 나나전의 흐름에 대해서 아실 것입니다.
(이 핑계로 프리뷰를 생략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나나전의 흐름을 처음 결정하는 것은 바로 영웅의 선택입니다.
과연 어느 영웅이 먼저 나오는가.
프문인가, 데몬인가, 혹은 깜짝 선택을 하는가.
중립영웅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겠구요.
중요한 것은 선택에 따라 경기의 양상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이겠지요.
워 유닛을 이용한 기본적인 유닛간의 힘싸움과 물량전으로 나타나는 것이 하나요, 테크를 이용한 후반 고테크 유닛간의 접전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혹은 특이한 공중유닛이나, 공성기를 이용한 격전의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요.
그 양상을 결정짓는 것은 바로 초반의 영웅의 선택입니다.
선택이 같다면, 나나전의 경우 이제 영웅의 관리와 유닛의 전술적 활용, 그리고 전투에서 진형의 양상에 경기가 갈리게 됩니다.
순간적인 방어 아이템의 사용이나, 영웅의 활용, 유닛의 진형 배치에서 상대에게 뒤쳐진다거나, 조금이라도 틈이 보인다면, 그것은 패배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한 순간의 방심은 좋게 이끌던 경기를 패배로 이끌게 합니다.
자신이 유리한 순간에 무리하게 공격을 가한다거나, 상대의 전력을 고려하지 않고 경기를 벌이다가 지는 모습은 자신의 패배와 직결이 되는 것입니다.
나나전에서 한 번 흐름이 사라지면, 그 흐름을 다시 찾아오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리고 흐름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는 바로 교전의 컨트롤과 집중력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변수를 짚자면, 추가의 시점입니다.
멀티를 어느 시점에 추가하는가, 어느 시점에 업킵을 넘기는가, 어느 시점에 유닛을 더 보강하고, 세컨 영웅을 뽑는가. 자신의 유닛에 약한 상성을 보완하기 위한 유닛의 추가는 언제 해야 하는가.
시점에 맞추어 자신에 맞는 선택과 추가가 이루어질 때,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자, 정리할까요.
결국 모든 경기가 마찬가지이겠지만, 나나전은 특히 선택과 집중의 양상이 두드러지는 경기입니다.
이미 한 차례 진 조우천 선수에게도, 그를 한 차례 이긴 장재호 선수에게도 이는 주목하고 명심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두 선수 모두에게 행운을 빕니다.
환상을 쓰는 센티널의 빛, 장재호.
대륙의 꿈을 실현하는 자, 조우천.
이 두 사람의 드라마가 여러분에게 갑니다.
2005년 3월 3일 오후 6시.
한국에서 벌어지는 World E-Sports Games 2005 시즌1의 마지막 경기.
코엑스 메가스튜디오.
ps. 4강을 앞두고, 프리뷰를 써놓고, 제 자신에게도 엄청나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군요. WEG를 사랑한만큼, 프라임리그도 좋아하고, 지지해 온 저로서는 그저 씁쓸할 따름입니다. 그 과정에서 열정을 불사른 사람들의 마음이 묘해지고, 어쩌면 허망해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그동안 꿔온 꿈을 접기에는 너무 아쉽습니다.
오늘, 노래 하나를 듣게 되었습니다.
장산곳매.
사냥을, 목숨을 건 사냥을 위해 둥지를 부수는 그 장산곳매.
지금 우리는 둥지 하나를 부수었습니다.
남은 것은 이제, 목숨을 건 사냥뿐입니다.
공존과 화합. 같이 가는 것.
이 명제를 양 방송사가 깨달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알았으면 합니다.
지금의 모습이 매가 드디어 목숨을 건 사냥에 나섰다는 점을.
그래서, 이 모습이 화려한 비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점을.
매의 사냥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매의 비상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주저앉지 않습니다.
저 또한 실망은 접어두고, 더욱 열심히 프리뷰를 쓸 것입니다.
매가, 비상을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매가.....
매의 비상을 가로막지 말아주십시오.
둥지를 벗어나, 진정으로 목숨을 건 사냥을 하는 매의 비상을 가로막지 말아주십시오.
그들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애걸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매의 사냥을 지켜보고, 도와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