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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09 02:42:43
Name ROKZeaLoT
Subject 오래간만의 경기 감상.(에버스타리그 2009 36강 신상문vs박세정)
요새 환경이 환경인지라 (중국 유학 중입니다)경기를 볼 방법이 없어서 이제는 아예 입스타까지 할수가 없게 될 뻔 했는데, 운 좋게도 현지에서 경기를 스트리밍 해주는 사이트를 발견하여, 에버스타리그 2009는 시간 날때마다 재방송을 감상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다음팟에서 퍼온건지 MSL은 로스트사가 MSL까지가 전부더군요. 곰티비에도 없고. 이거 뭐 MSL 볼려면 한국 케이블 TV선을 여기까지 연결해와야 할 판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36강 신상문vs박세정 경기를 봤는데요, 오랜만에 보는 테프전인데다가 볼거리도 풍부하여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경기를 보며 프로토스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이 기분,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각설하고, 간만에 경기감상이나 한번 적어볼까 합니다.

선수호칭은 글의 분위기와 편의상 생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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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기


-시작은 노겟 더블과 원배럭 더블. 서로 가위바위보는 비겼습니다.

-하지만, 신상문이 준비해온 건 정찰차단이후 묻지마 바카닉.

-그런데 박세정은 낌새를 챘는지 아니면 자신역시 타이밍러쉬를 할 계획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템테크와 동시에 게이트를 6개까지 늘려버립니다.

-여기에 화룡점정을 한 옵저버 겹치기 정찰. 배럭을 본 박세정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겁니다.

-이후는 안봐도 비디오. 김캐리 해설의 말대로 얼라이를 맺지 않는한 프로토스가 질수 없는 체제죠.

-한가지 덧붙이자면, 만담과 투 옵저버 정찰에 집중하느라 삼룡이도 소환하지 않은채 6게이트까지 늘린 프로토스를 발견하지 못한 해설진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2경기



-1경기 패배로 코너에 몰린 신상문이 선택한 빌드는 투팩 벌쳐 놀이.

-하지만, 초반부터 입구를 막은 서플이 고작 원게이트 병력에 깨지며 좋지 않은 출발을 합니다.

-게다가 박세정의 빌드는 원게이트 리버.

-박세정은 다시한번 지기 힘든 초반 출발을 보여주었습니다.

-초반부터 의도했었는지 아니면 압박에 의해서 강제된건지는 모르겠으나, 3기까지 뽑은 탱크는 결국 벌쳐의 공백으로 이어져 신상문의 투팩 벌쳐 놀이는 일꾼조차 잡지 못한채 막히게 됩니다.

-그러나,스타포트를 미리 지어놨던 덕에 리버는 아무피해 없이 막은 신상문. 불행중 다행입니다.

-하지만 역시 토스의 앞마당이 빠르고, 이대로 흘러가면 토스가 무난히 이기는 상황. 여기서 신상문은 전황을 제대로 읽은후 제일 최적의 선택을 합니다. 바로 타이밍러쉬죠.

-박세정은 4게이트 이후 아비터테크와 동시에 삼룡이를 가져가는 빌드를 선택했습니다.

-이 빌드는 4게이트를 돌리며 아비터 테크를 타고, 거기서 남는 미네랄로 트리플을 가져가는 체제이기 때문에 기존 트리플보다 타이밍 러쉬에도 강합니다.

-상황 자체가 이미 토스쪽으로 웃어주는 상황이었고, 테란이 벌쳐를 찌르기로 돌린 틈을 타 박세정은 침착하게 셔닥으로 탱크마저 모두 정리해버립니다.

-하지만 신상문의 견제본능이 여기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며 벌쳐와 드랍쉽을 이용해 아직 체제를 완성하지 못한 박세정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탱크를 모두 잃은 테란이 시간을 벌기 위해서 싸고 빠른 벌쳐를 이용해 토스를 흔드는건,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죠.

-그리고 엘니뇨는 테란이 벌쳐와 드랍쉽에 태운 탱크로 토스를 괴롭히기 좋은 전장입니다.

-물론 박세정 정도 되는 토스가 이를 모를리 없겠으나, 신상문의 신들린 듯한 벌쳐와 드랍쉽 움직임에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 틈을 이용해 신상문은 6시멀티와 3시멀티에 커맨드를 앉히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토스가 좋은건 사실입니다.

-이를 알고 있던 신상문은 전형적인 테란 버티기 시나리오인 벌쳐견제하며 탱크쌓기를 시전합니다.

-이역시 토스의 예상범위 내였으나, 신상문은 그것을 피지컬로 눌러버렸습니다.

-또한 계속되는 견제와 심리적인 압박으로 인해 흔들린 박세정은 치명적 리콜실수를 범합니다.

-이를 놓칠리 없는 신상문은 바로 진출해서 8시와 11시 반 멀티를 날려버리는데 성공하죠.

-하지만, 박세정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게이트를 회전시켜 테란의 주요멀티였던 미네랄멀티를 날려버리고 테란의 한방병력까지 잡아먹는데 성공합니다.

-경기는 다시한번 11시와 2시가 남아있는 프로토스쪽으로 기웁니다.

-본진 커맨드까지 3시로 옮기며 다시한번 버티며 견제를 시전하는 신상문.

-하지만 2시의 자원이 떨어지고 11시가 벌쳐에 털리며 전황은 다시 오리무중이 됩니다.

-하지만 이미 정줄을 놓아버린 박세정은 마인에 계속해서 피해를 입으며 8시를 사수하는데 실패하고, 베슬 3기를 무력화시킨 절호의 기회마저 날려버립니다.

-박세정이 정신을 차린 후에는 이미 병력의 질과 규모가 너무도 차이가 났습니다.

-결국에는 테프전의 기본에 충실했던 신상문의 멋진 역전승으로 마무리됩니다.

-얼핏 보면 마인드컨트롤에 실패한 박세정의 자멸 같으나, 이를 유도해낸 신상문의 엄청난 피지컬 역시 칭찬할 만합니다. 2경기에서의 신상문의 실력은 진짜였습니다.



3경기


-1경기 낙승이후 유리했던 2경기를 역전당한 박세정. 3세트에서의 마인드컨트롤이 관건입니다.

-이에비해 신상문은 자신감 충천이니 충분히 해볼만 했습니다.

-박세정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가스러쉬를 시도합니다. 비록 실패했으나, 선택 자체는 좋았습니다. 실패해도 그만이고 성공하면 확실한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시도였죠.

-이후 생더블을 다시한번 시전하는 박세정.

-신상문은 이번에는 상대입구를 서플로 막은뒤 벙커링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박세정은 테란의 입구 역시 파일런으로 막아 연계되는 벌쳐를 차단한후, 적절한 일꾼동원으로 거의 피해 없이 벙커링을 막아냅니다. 토스에게 굉장히 웃어주는 상황.

-이후 앞마당을 먹고 업테란을 시도하는 신상문.

-박세정의 체제는 다템드랍과 동시에 트리플. 상대적으로 디텍터가 늦은 업테란을 공략하기에 좋은 빌드입니다.

-물론 이마저도 줏어먹지 못하는 토스가 있습니다만 이는 논외로 하고, 박세정은 다템드랍으로 테란의 앞마당 자원채취를 꽤 늦추는데 성공합니다. 1,2,3경기 연속해서 초중반상황이 토스가 좋습니다. 재미있군요.

-신상문이 견제를 배제한 정통 업테란을 선택한 탓에, 애초에 빠른 트리플에 견제도 받지 않은 박세정은 다수의 병력에 투스타에서 뽑아낸 아비터를 조합해 무려 자리잡고 있는 테란에게 들이대서 드라군 한부대 정도를 남기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너무 신이 난 나머지,남은 드라군을 빼서 1시를 타격하는 대신에 무의미하게 들이대서 낭비해 버립니다.

-물론, 그이후에 리콜로 1시를 날려버리며 깨끗이 만회합니다.

-이상하리만치 움츠리기만 했던 신상문이 준비했던 건, 고스트였습니다.

-그동안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던 황제의 고스트와는 달리, 신상문은 스타리그 16강 진출이 달린 마지막 경기에 아비터의 무력화와 핵을 이용한 멀티테러를 위한 고스트를 생산했습니다.

-그러면서 슬금슬금 진출하며 12시 미네랄 멀티까지 확보하는데 성공하는 신상문. 시작이 어찌되었든 업그레이드는 이미 완료된 상태이고 윗쪽 라인만 어떻게든 가져가면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었으며 신상문은 이를 정확히 읽어냈습니다.

-그러나 박세정도 이를 보고만 있지는 않았죠. 11시 멀티 자원만 다 파먹으면 된다는걸 박세정도 알았기에, 셔틀로 계속해서 11시를 수비하는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어쨋든 셔틀로 11시를 수비하는데는 한계가 있었고, 그렇다고 지상병력 싸움을 걸자니 꼴아박는 전투가 될게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아비터를 고집하지 않고 바로 캐리어로 넘어간 박세정의 선택이 빛을 발했습니다.

-캐리어는 양날의 검입니다. 물론 적절하게 넘어가서 쌓으면 병력에 구멍을 뚫을수도 있고, 자원을 말릴수도 있으며, 생산기반과 아모리까지 순식간에 파괴해버릴수 있는 캐리어지만, 너무 빠르게 전환하면 모이기 전에 무너지고 너무 늦으면 쌓인 골리앗에 쫒겨다니며 순식간에 인터셉터만 축내는 깡통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죠. 요즘 보이는 대부분의 토스들은 이 칼을 서툴게 휘두르다 자멸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심지어, 지레 겁부터 먹고 아예 칼을 뺄 생각조차 하지 않는 토스들이 대다수인데, 박세정은 과감히 이 칼을 빼어듭니다.

(사족 하나 달자면,이런 의미에서 볼때 리버캐리어를 재발견했던 송병구선수의 리즈시절 테란전은 정말 우월했습니다. 물론 길지 않은 시간동안만 유효했습니다만, 캐리어라는 양날의 검을 자유자재로 다룰수 있는 검법을 창조했다는 것만으로도 우월하다는 단어를 쓸 만 했습니다. 이경민선수 역시 다른 방식의 검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칭찬할만 합니다만, 캐리어 만으로는 이길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 좋겠군요. 이는 누구보다도 송병구선수가 뼈저리게 깨달았을 듯 합니다. 물론 저에게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죠. 아, 갑자기 눈가에 습기가...)

-넘치는 자원력을 바탕으로 해서 캐리어가 순식간에 부대단위로 쌓이자, 신상문은 궁지에 몰립니다. 락다운 한두번 만으로 캐리어를 잡기는 쉽지 않았고, 인터셉터 사냥마저 일찌기 나온 아비터의 얼음땡 놀이로 인해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11시를 깨고 핵으로 5시멀티까지 날렸으나 쌓인 캐리어가 본진을 휘젓고 다니며 주요건물들을 테러하고 탱크마저 캐리어에 모두 잃자, 버틸 힘이 없어진 신상문은 본진의 핵 한방과 함께 GG를 칩니다. 결과적으로 캐리어로의 전환은 신의 한수가 되었습니다. 박세정의 승리.

-그러나 그 와중에도 핵을 두방이나 명중시키고, 락다운까지 보여주는 등 화려한 볼거리와 그에 걸맞는 불굴의 투지로 끝까지 재미있는 경기를 만든 신상문 역시 대단합니다.

-해설 관련해서 한마디 하자면 사실 좀 놀랐습니다. 못본 사이에 해설의 질이 많이 향상되었더군요. 물론 기복이 있긴 하지만요. 특히 김태형위원님의 안목성장은 괄목할만 합니다. 지금처럼만 노력해주신다면 더 바랄게 없어요. 그러나, 김캐리버를 완전히 버리는 것은 반대입니다. 예전처럼 맹목적으로 캐리어나 프로토스를 외치는 정도가 아니라 그저 막간의 개그소재 정도로만 꾸준히 이용해주시면 저같은 토스빠들은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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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제가본 영상의 화질이 좋지 못해서, 특히 박세정선수의 초중반 빌드전개순서를 명확히 판단할수가 없어서 선수의 의도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두어번씩 다시 돌려보면서 적어봅니다.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물론, 그 외에도 틀린곳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p.s2:쓰다보니 1경기 내용이 많이 빈약한듯 합니다. 이것역시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p.s3:송병구선수의 IEG우승, 늦었지만 굉장히 기쁩니다. 이대로 개인리그 프로리그도 쭈욱 상승세 이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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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09 03:20
수정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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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유투브만 된다고 하신다면 nevake 혹은 Jon747 을 추가하시면 하루 내지는 이틀 딜레이로 거의 전경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로서
09/11/09 06:07
수정 아이콘
1경기해설괜찮았던것같은데.. 1경기에서 삼룡이를 할것인지, 게잇을 늘려야할지를 결정한것이 옵저버정찰이었다고봅니다.
배럭끄트머리를 못봤으면 삼룡이뛰면서 아비터쪽으로 갈것같았는데, 보자마자 게잇을 더 늘렸죠
09/11/09 07:55
수정 아이콘
아비터+4겟 이후 제2멀티 가려고 템테크까지 타고 있다가 바카닉보고 육겟 8겟 늘린거 아닌가요??흠 저도 기억이 잘 안나서..
09/11/09 13:43
수정 아이콘
2경기에서 김해설위원이 조금만 더 신상문선수에게 힘이되는 해설을 해줬더라면 훨씬 더 재밌었을텐데.... 뭐 해설과 상관없이 레전드급 경기긴 했습니다만. 멀티수 같은 상황에서 3룡이멀티에 프로브3마리만 남기고 다 솎아준 상태에서도 토스가 뭘해도 된다고 하니...

그리고 3경기는 서플안완성시킨게 너무 컷던것 같습니다. 만들고 수리로 버티면 훨씬더 좋은 상황이었을 텐데 말이죠.
ROKZeaLoT
09/11/09 14:06
수정 아이콘
FlyZerg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유투브 접속이 안되네요..접속할수가 없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도 그렇고..무슨 문제가 있는건지.. XP도 한글버전으로 깔았는데..휴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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