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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6/21 02:20:18
Name skzl
Subject 김정우_15연승의 긍지
한번도 프로토스전에서 약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선수가 있다고 치자. 모든 종족을 상대로 고른 승률을 보이던 이 선수가, 어느날 우연히 토스전에서 3~4차례 연속으로 패했다. 평균 승률이 70%가 넘는 선수라고 해도, 우연히 한 종족을 상대로 3~4연패에 빠질 수도 있는 법이다. 생각치도 못한 사이에, "프로토스 전에 약한 선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전에는 프로토스에 약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이제는 "혹시 내가 약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경기에 앞서 생각이 많아진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이겨, 쓸데 없는 소리를 잠재워야지"라거나, "혹시 내가 진짜 토스에게 약한가?"라는 등의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전에는 없었던 긴장이 몸에 생겨버린다. 마음의 벽이라는게 사소한것 같지만 참 무섭다. 수 많은 선수들이 이 마음의 벽 앞에서 무너져왔을 것이다. 콩라인이나 우승자 징크스, 혹은 연습실의 재왕이라는 별명들이 이 마음의 벽과 무관하지 않다. 내 안의 벽을 깨는 것. 결국 스포츠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스타크래프트에 한해서는,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오는 그런 신인을 잘 믿지 않는다. 신인은 혜성같아야 한다. 어느 스포츠보다, 멘탈적인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는 스타이기 때문에 그렇다. 스타리그 진출, 16강 진출, 8강 진출. 매 순간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벽'과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은, 그 만큼 많은 진력을 소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안에 만든 16 징크스를 넘지 못한 염보성은 얼마나 팬들을 애타게 만들었는가. 단숨에 넘는게 좋다. 넘어야 할 벽은 적을 수록 좋다. 스타크래프트의 스타는 혜성같이 등장한다.

'기록'을 가진다는 것은, 그 기록을 가지기 전까지 오는 수 많은 '심리적 압박'을 이겨냈다는 것을 뜻한다. 김정우는 15연승까지 이르면서 그가 만난 수 많은 압박을 이겨냈다. 그와 비슷한 기록을 가진 이는 박태민, 홍진호, 이제동, 최연성 등. 한 시대를 풍미한 프로게이머들이다. 그러므로 김정우는 이 기록에 긍지를 가져도 된다. 앞으로 15연이라는 기록은 그 이름만으로 상대를 압박하기에 충분한 요소다.

수 많은 능력있는 선수들이 자기 안의 한계를 넘지 못해 좌절하며 스타판을 떠나갔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 김정우는 스타리그의 '역사'에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그것이 설레는 이유는 본선진출, 16강 진출, 8강진출, 4강진출, 결승진출, 우승. 등등. 선수생활을 하면서 만나게 될 수 많은 크고 작은 벽들보다 넘기 어려운 벽을 세웠다는 것이다. 앞으로 그가 4강에 진출했다고 놀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우승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럴만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앞으로 그가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바라보는 것은 저그유저로써 스타판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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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최마율~
09/06/21 02:22
수정 아이콘
김정우 선수의 15연승기록은 분명 폄하될 이유도 없고...훌륭한 기록으로 남을거 같습니다..그 상대의 면면만을 보더라도 말이죠..(아 뱅이 거기에 포함되다니ㅡ.ㅠ)...하지만, 김정우 선수가 과연 수많은 선배프로게이머들처럼 강한 임팩트를 가질 수 있는 선수가 될지는 이제부터 시작인것같습니다. 유의깊게 지켜보고 싶네요..그 첫번째 관문은 이번 2009 박카스 스타리그네요...이제동,이영호,박명수...과연..스스로 만든 죽음의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09/06/21 02:25
수정 아이콘
이제부터 해나가야 하는 선수인것 분명합니다. 김정우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결승정도 되지 않으면 그 어떤경기도 15연승 만큼 어렵지는 않을테니 편안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이번 박카스리그 16강만 넘는다면, 기세가 아주 폭발할 것 같습니다. 기대가 많이 되지요. ^^
09/06/21 02:27
수정 아이콘
최다연승 기록 갱신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김정우선수, 좋은 모습 계속 보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릴리러쉬
09/06/21 02:44
수정 아이콘
김정우 선수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좋은 선수가 될것이라고 믿어요.
09/06/21 02:56
수정 아이콘
의미있는 기록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기록이 아닌, e스포츠의 '역사'로 남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 않나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마바라
09/06/21 06:12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나왔던 김정우 본좌후보론.. 혹시 김정우선수도 그 글을 본 걸까요..

김택용선수도 항상 게시판에 본좌론 나올때마다 뒤통수를 쳐주는데..

김캐리의 저주가 아닌.. 피지알의 저주라고 불러야 할까요..
09/06/21 09:12
수정 아이콘
tjgusA님// 갱신 -> 경신 입니다.

매정우선수는 제가 신인때부터 지켜봤으니 잘될겁니다~_~
마재윤, 이제동선수 처럼요~
09/06/21 09:57
수정 아이콘
박태민선수의 15연승때도 커리어 하이는 8강이었습니다.
(아마 8강에서 1승2패해서 탈락했죠. 나도현 선수가 연승 멈췄던걸로 기억합니다.)

김정우선수도 양대 16강입니다. 오히려 박태민 선수 이상의 커리어를 쌓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만 집중하면 잘 될 것 같습니다.
09/06/21 10:16
수정 아이콘
박태민 선수 15연승 쌓을 때도 위에 cald님 말씀처럼 16강~8강 사이었지요
좀 더 두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도달자
09/06/21 15:45
수정 아이콘
반대로 그런의미에서 최다진출만에 우승을 이뤘던 김준영,송병구가 눈부시고.. 1승11패(?)에서 9연승까지 이룬 우정호가 대단해보이기도합니다. 개인적으로 16연승에서 차재욱선수가 막아줬으면했는데.. 장민철선수가 끊을줄은 몰랐습니다.
당근덮친토끼
09/06/22 09:41
수정 아이콘
정말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우 선수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구요~ 지켜보겠습니다.
처음 마재윤선수 팀리그시절부터 지켜봐오던대로 그대로 지켜봐줄게요^^*
09/06/22 13:49
수정 아이콘
왠지 질것 같았습니다. 쩝....
항상 그래왔었죠. 꼭 무명의 선수에게 기록이 깨지게 마련이더군요.

그 글에서 나름 혼자서 매정우선수 연승이 끊길걸 예감한게 자랑(?)스럽네요.ㅜ_ㅜ
CJ, 그래도 올라갑시다. 매정우선수 힘내시구요.
국제공무원
09/06/22 16:27
수정 아이콘
아직은 플토전의 마인드가 덜 정립되었습니다.
우승전 이제동의 느낌이 강하네요.

그런데 전체적인 판을 짜는 능력이나 심리를 읽는 능력은 이제동과 동급 아니면 좀더 낳은 정도라고 보기때문에
스승님께(mjy)제대로 전수 받고나면 15연승따윈 스스로 갱신할수 있을겁니다.
레미제로
09/06/22 19:54
수정 아이콘
15연승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모든 스포츠에서 연승은 그저 기록에 불과합니다.
야구팬들 중에서 프로야구 최다연승기록을 기억하는 사람보다 지난해 우승팀을 기억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과 비교가 될런지요.
해태의 V9는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만 해태의 연승 기록은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연승기록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고 폄하될 기록도 아니죠.
그렇지만 그 어떤 대단한 기록도 한번의 우승보다는 못하다라고 하고 싶네요.
결론은 좋은 페이스인만큼 좋은 결과를 내기 바란다는 겁니다.
20연승을 하고 우승한번 없는 선수보다는 승률 5할대라도 우승한번 하는 선수가 되고 싶은 것이 프로게이머가 된 선수들의 마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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