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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2/23 19:01:02 |
Name |
ROKZeaLoT |
Subject |
한 토스빠의 E스포츠 회고록- 1. 김동수와 박정석 |
1-1.가림토스 김동수.
때는 1999년. 필자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때로 기억한다.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피시방이란 곳을 처음가본 필자는, 친구가 알려준 스타크래프트의 마력에 빠져버렸다. 미래의 인간종족 테란, 벌레 외계인 저그, 그리고 제일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하이테크 외계인 종족 프로토스. 친구들은 거의 인간이라는 이유로 테란을 하거나 아니면 당시 배넷 대세였던 저그를 했으나, 필자는 이 고집세고 묵직하며 하이테크를 자랑하지만 별로 효율적이지 않았던 이 프로토스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이후, 필자는1주일동안 친구에게 빌린 오리지널 CD로 미션을 모두 클리어했다. 그후 얼마 안지나 브루드워가 출시되고 필자는 어린이날 선물로 배틀 체스트를 손에 넣게 되었다.
친구들이 모두 배틀넷에서 5분노러쉬나 저글링블러드를 즐겼던 데 반해 필자는 '1:1로스트템플'을 무척이나 즐겼다. 물론 승리할때보다 패배할때가 더 많았지만, 초반부터 스피디하게 펼쳐지는 싸움이 좋았다. 하지만, 저그와의 게임은 피했다. 초반 저글링러쉬를 막을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당시 빌드의 개념이 없었던 필자에게는 9드론 저글링은 완전 사기 그 자체였다. 반면 테란은 즐겨 상대했는데, 초반에 항상 입구를 서플라이와 배럭으로 막던 테란은 본진안에서 벌쳐와 시즈탱크를 생산해 필자를 공격하거나, 앞마당 언덕에 탱크를 드랍해 멀티를 마비시키고 그곳에 벙커와 터렛을 건설하여 필자를 골치아프게 했다. 필자는 그래도 저글링 러쉬보다는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이 테란을 상대하는 것이 즐거웠다. 초반에 빠르게 질럿을 생산해서 최대한 타격을 준후, 앞마당이 아닌 다른 스타팅 멀티나 섬멀티를 먹은후 어떻게든 캐리어나 스카웃을 모아서 벌쳐와 탱크밖에 없는 테란을 끝내는 아주 저질스러운 방식이었고, 그전에 벌탱에 본진이 쓸리고 Alt+Q를 누르는일이 더 많았지만, 입구를 막지않은 상대를 질럿만으로 끝낼때의 짜릿함과 4기이상 쌓인 캐리어의 위풍당당함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배틀 체스트 상자에서 한빛소프트 스타크래프트 공식 사이트를 알아낸 필자는 그곳에서 엄청난걸 발견한다. 바로 김동수선수가 직접 작성한 플토 기본 테크트리. 그동안 저그가 날 괴롭혔던 그 빠른 저글링공격은 9드론이였다는걸 알게되고, 언덕위의 시즈드랍은 원팩원스타였다는것도 알게되었다. 그리고, 김동수선수의 vs저그전 가림토스 빌드오더와 vs테란전 옵저버 드라군 빌드오더를 하루에 20판 이상 연습했다. 가림토스의 초반 질럿프로브 압박은 그동안 9드론에 당했던 트라우마를 싹 씻어주었고, 가림토스 빌드로 첫승을 기록한 후 필자는 배틀넷 아이디를 가림토스로 바꾸었던 기억이 난다.
그이후 시간은 흐르고.
때는 2001년 12월.필자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때로 기억한다. 그해 추석쯤에 이사했던 필자의 집에는 그전엔 없었던 케이블 채널을 볼수 있었다. 온게임넷과 경인방송에서 방송해주던 스타크래프트 리그(정확한 리그명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필자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다만 틀었을때 김동수의 경기가 나오면 그때는 꼭 시청을 하곤 했다. 그당시 김동수는 필자가 임요환과 홍진호,그리고 그당시 학교 신문에 나왔던 이기석을 포함해서 유일하게 이름을 아는 '프로게이머'였다.
그리고 그달 28일, 필자가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된 온게임넷에서는, 김동수와 임요환의 스카이 스타리그 결승전 5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2:2의 치열한 상황. 알지도 못할 방송용 맵(그당시 필자가 아는 맵이란 로템,헌터,무한맵이 다였다)에서 임요환은 본진 3팩토리를 돌려 김동수의 입구를 조여놓고 있었다. 조금만더 전진하면 앞마당이 위험한 상황. 그때, 김동수는 셔틀질럿 드랍으로 조이기를 시원하게 뚫어냈고, 그대로 전진하여 GG를 받아냈다.
절대로 뚫을수 없을것 같았던 그 조이기를 뚫어낸 김동수에게, 한 초등학교 4학년 소년은 문자 그대로 '감동먹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김동수 이 세글자는 필자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경기가 끝난 직후, 필자는 온게임넷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김동수의 모든 경기를 VOD로 정주행하며,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감탄하며 경기를 지켜보았다. 물론 게임큐 게시판같은곳은 몰랐지만, 스타크래프트 대회에 우승하면 방송에도 나오고 상금도 엄청나다는 사실은 당시 초등생이었던 필자에게는 충격이었다. 그날은 필자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E스포츠를 접했던 날이었다.
1-2.신의 왼손,박정석
김동수의 스카이 스타리그 우승 이후, 그의 플레이에 감명받은 필자는 더욱더 1:1로스트템플에 매진하게 되었다. 처음엔 배틀넷 10승을 목표로, 그다음엔 20승, 그다음에 50승, 그다음엔 100승,120승.....
이런식으로 목표가 달성되고 늘어갈때마다 필자는 성취감을 느꼈다. 물론 승률은 높아야 50%였고, 하드코어 러쉬를 친구들에게까지 남발함으로 인해 5분노러쉬에 익숙했던 친구들과 절교까지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당시에는 하드코어 러쉬를 '얍시'라며 인정하지 않았던 친구들이 너무 싫었다. 그러나, 친구들 대부분이 5분노러쉬를 암묵적으로 했기에 필자역시 친구들과의 피시방게임에서는 따를수 밖에 없었다.
각설하고, 당시 필자에게 프로게이머란 그저 '스타크 초고수'일 뿐이었다. 그 선수가 좋아서 경기를 시청했던 게 아니라, '보고 배울 요량으로'게임을 시청했다. 그래서 그저 임요환, 홍진호,김동수같이 알려진 게이머의 경기를 온게임넷 VOD로 보는게 전부였다. 물론, 스타리그나 ITV랭킹전 등등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당시의 VOD를 보거나 온게임넷을 시청하면서 제일 궁금했던 점은 '대체 저 방송경기를 해설해주는 저 해설자는 누구일까'하는것과 '프로게이머들의 목소리는 어떨까'하는 점이었다.(-_-......)
그렇게 필자가 9드론,12드론,투게이트,원게이트 테크,투팩,원팩더블 등의 빌드를 외워가며 게임에 미쳐있던 2002년 가을(정확히 2002년 10월 12일).
당시 초등학교 5학년생이었던 필자는 할일없이 채널을 돌리다 온게임넷에서 멈추었다.02 스카이 프로리그 결승전. 임요환vs박정석이었다. 그당시 4경기 중반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당시로서는 엄청난 플레이였다. 그전부터 봐왔던 임요환. 거의 안티 수준이었지만 (필자는 그당시 임요환이 무척이나 싫었는데 그이유는 지금 생각해봐도 모르겠다)실력 하나만은 끝내줬다. 우승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상대 박정석은 당시 필자의 눈엔 생소한 프로토스 플레이어로 비쳐졌다. 김동수가 아니라 박정석이라니. 박정석은 누구란 말인가. 아무리 임요환이 토막이라도 저런 듣보 토스에게 질리가 없었다. 1경기라도 박정석이 따냈다니(4경기를 하는걸로 봐서) 아마 전진게이트 라도 했겠지. 그런데, 위의 자막엔, '박정석2 : 1임요환'이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도대체 박정석이 누구길래 임요환을 상대로 2승씩이나? 그러던 찰나, 임요환의 메카닉 병력이 박정석의 앞마당 멀티로 향했다. 그순간 셔틀에서 내리는 리버. 아니 저건, 김동수도 보여주지 못했던 리버의 현란한 움직임. 리버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지상군 부족으로 뚫리려 하는 찰나, 다시 셔틀에서 내리는건 템플러. 시원한 스톰 두어방으로 임요환의 병력을 쓸어버린다. 그이후는 다 아시다시피 장기전 끝에 박정석의 승리. 박정석의 우승이었다.
엄청난 임팩트였다. 임요환,홍진호,김동수 외에는 모두 허접이라고 인식했던(최인규,봉준구,국기봉 등등......)필자의 생각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박정석. 바로 1주일을 기다려 결승전 VOD를 모두 챙겨봤다. 특히 1경기 개마고원. 필자에겐 충격이었다. 엄청난 물량의 향연. 끊임없이 질럿드라군을 뽑아내어 캐리어 없이 지상군 어택땅만으로 상대를 끝내는, 당시 필자가 원팩더블 상대로는 상상도 할수 없던 플레이. 개마고원이 무슨 무한맵도 아니고. 그리고 아무리 멀티가 4개에 게이트를 20여개 지어놨다고 해도 저걸 다 돌려가며 플레이를 하다니. 당시 벌탱으로 앞마당 앞을 조여놓은 테란과 지상전을 하다가 남는 자원으로 스타게이트 짓고 캐리어를 뽑곤 하던 필자는 상상도 할수 없는 플레이였다.
그리고, 그날부터 필자는 박정석과 김동수의 팬이 되었다. 방송경기에서 그들이 나오면 그들이 이기길원했고, 파나소닉 스타리그에서 김동수가 은퇴전을 치를때는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가장 가보고싶은곳1위가 삼성동 메가웹스테이션이었고, 피시방에서 무한맵 5분노러쉬전이나 하며 온게임넷은 본적도없는 친구들에게 박정석의 엄청난 물량과 임요환의 마린컨트롤, 김동수의 가림토스 등을 열변을토하며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필자는 E스포츠 판에는 굉장히 어두운 편이었다. KPGA투어는 알지도 못했고,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공식대회라는 것도 몰랐으며, 심지어 그당시 유명했던 조용호나 강민 박용욱 등은 얼굴도 몰랐다.
그당시 추억의 명경기들
(리그불명)김동수vs최인규 in 스페이스오디세이
01 스카이 스타리그 김동수vs임요환 결승5경기 in 인큐버스
프리챌배 스타리그 김동수vs봉준구 in 결승전 다크사우론(맞나?;)
(리그불명)김동수vs강도경(맞나?;) in 스페이스오디세이
02 스카이 스타리그 박정석vs임요환 결승1경기 in 개마고원
02 스카이 스타리그 박정석vs임요환 결승4경기 in 포비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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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옛생각이 나서 써본 글입니다.
기록같은것들이 모두 제 기억에 의지해 쓴것이라 ..
잘못된것이 있다면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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